세월호 사고가 대통령의 책임인가 아닌가.
대통령이 사과를 할지 말지 하는 논란까지 이는 걸 지켜보면서 국가수반인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 중에 대통령이 책임을 지지 않는 일이 있을까. 그동안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다. 심지어 참여정부 시절에는 고스톱을 치다가 돈을 잃어도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며 자조하기도 했다.
물론 '국모의 마음'이라든가 조선 시대 왕의 몸가짐을 운운하는 것은 '미개한' 사고방식이다.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선출하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모욕이다. 5년 임기의 대통령에게 무한책임을 요구하는 것도 합당치 않고 말이다.
문제는 대통령의 사과에 초점을 맞출 밖에 없는 '웃픈(웃기면서 슬픈)' 현실이다. 대통령의 사과가 국민들의 울분을 일부 달래줄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혁신이나 책임자 처벌의 의지로 받아들일 수는 있겠다. 그러나 사과만으로 바뀌는 것은 없다. 사과로만 책임질 수 있는 권한도 없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잘못하면 사과하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은 우리 정치제도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의미다. 대통령의 권한에 걸맞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보니 출구를 찾지 못한 여론은 늘 들끓고 선거 때마다 '정권심판론'이 기수에 선다. 5년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권의 시스템을 갈아엎는 것도 이러한 부작용 때문이다.
올 초부터 여야 정치권에서 불거지기 시작한 개헌 움직임은 바로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국민들의 정치 참여 열망과 사회의 성숙도에 부응할 수 있는 정치제도를 갖춰야 한다는 문제 의식에서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이후 '국가개조'의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스스로 사고의 책임자라고 인정한 이상 국가개조 대상에 대통령 중심의 권력구조가 빠지는 것은 모순이다. 국가개조 작업에 앞서 개헌을 진지하게 논의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