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어질고 밝은 군주는 책임을 자신에게서 구할 뿐 아랫사람 책망 않아"

# 중국 역사상 최고의 '성군' 가운데 한명으로 꼽히는 당나라 태종. 그에게는 아끼는 준마 한필이 있었다. 얼마나 아꼈던지 항상 궁궐 안에 두고 길렀다. 그런데 어느 날 이 말이 죽었다. 평소 아무런 병도 없었던 말이었다. 태종은 화가 머리 끝까지 올라 그 말을 기르던 사육사를 처형하려고 했다. 그때 황후가 나서서 태종에게 간언했다.
"옛날 제나라 경공도 말이 죽자 책임을 물어 사육사를 처형하려 했습니다. 그러자 사육사가 자신의 죄를 스스로 열거하겠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말을 기르다 죽였으니 이것이 저의 첫번째 죄입니다. 말이 죽었다는 이유로 군주가 저를 처형한다면 백성들이 이를 듣고 군주에게 원한을 품을 것이니 이것이 두번째 죄입니다. 또 말이 죽었다고 사육사를 처형했다는 소식을 들은 다른 제후들이 우리나라를 하찮게 볼 것이니 이것이 저의 세번째 죄입니다'". '통치술의 바이블'로 통하는 '정관정요'(貞觀政要)에 나오는 내용이다.
'해경'이 해체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결론'이다. '세월호 참사'를 생각하면 어쩌면 '해체'로도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빠뜨린 게 있다.
박 대통령은 최근 대국민담화에서 "해경의 몸집은 계속 커졌지만 해양안전에 대한 인력과 예산은 제대로 확보하지 않았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해경이 인력과 예산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것이 누구 책임인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해경의 수사 업무는 경찰청으로, 구조 업무는 국가안전처로 찢겨져 넘어간다. 조만간 이런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해상에서 사고가 났다 해서 해경을 해체한다면 육상에서 사고나면 경찰을 해체할 것이냐"고 했다. 같은 당 문재인 의원은 "해경 해체는 포퓰리즘 처방"이라고 비판했고,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새정치연합은 (해경 해체에) 반대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심지어 여당에서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은 "해경이 마지막 구조의 손길을 놓지 않고 있는데 이런 발표가 나오면 해경의 동력이 떨어진다"고 경고했다. 때 이른 더위로 곧 피서객이 몰릴 해수욕장의 안전을 책임지는 이들도 해경이다.

심리학에 '자기 위주 편향'(self-serving bias)이라는 게 있다. "문제가 있다면 남의 잘못이다. 나는 문제가 없고 선량하다"는 심리적 경향을 말한다.
독자들의 PICK!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국에서 이뤄진 설문조사 결과가 이를 보여준다. "다음 중 누가 천국에 갈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었다. 선택지는 △빌 클린턴 대통령 △'성녀' 마더 테레사 수녀 △자기 자신이었다. 결과는 클린턴 대통령 52%, 테레사 수녀 79%, 자기 자신 87%였다.
'정관정요'에 이런 말도 나온다. 태종의 '멘토' 위징의 간언이다. "어질고 밝은 군주는 자기가 가진 능력을 다할 뿐 다른 사람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책임을 자기 자신에게서 구할 뿐 아랫사람을 책망하지 않았습니다. 군주가 자기 검증이 없고 연민의 감정을 등지면 사실상 간사한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