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선거 때마다 대안없는 정권심판…개헌 수반된 심판론 제시해야

6·4 지방선거의 결과를 두고 해석이 분분합니다. 여당과 야당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승패를 가늠할 수 없는 판세가 그러합니다. 여기에 '세월호 정국' 속에서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야당의 '세월호 심판론'이 선거 막판 여당이 들고나온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달라'는 일견 비논리적인 구호에 일격을 당한 꼴이 되면서 표심(票心)의 숨은 속뜻을 두고도 설왕설래가 이어집니다.
'세월호 참사'로 국정운영 책임론에 직면한 박 대통령을 활용한 홍보전략이 거꾸로 여당의 참패를 막은 이 기묘한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여야 모두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로 꼽은 경기도지사 선거를 한번 복기해 보겠습니다.
경기도는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이 몰려있는 안산이 속한 곳이다보니 그 어느 지역보다 여당이 선거 전략을 짜기 어려운 곳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박근혜 마케팅'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입니다.
비박(비박근혜)계인 남경필 후보가 "박근혜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박근혜 마케팅을 가장 적극 활용했을 뿐 아니라 대통령이 국가개조를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선거 전략 역시 새누리당 경기도당이 아이디어를 내 중앙당 차원에서 확산된 것이란 후문입니다.
당 일각에서도 반신반의했던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달란 메시지가 효과를 거둔 것에 대해 새누리당 경기도당위원장인 김학용 의원은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것은 불과 1년 반 전으로 상당수의 국민들, 특히 지지자들은 당시 자신들의 선택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최근까지도 국정 지지도가 50%를 웃돌 정도로 그 지지기반이 탄탄합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애(愛)'와 '증(憎)'이 겹친다하더라도 아직은 애정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박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3년 반이 남았다는 겁니다. 국정은 3년 이상 더 끌고갈 사람은 뭐니뭐니해도 박 대통령인데 박 대통령이 제대로 일할 수 있어야 국정이 그나마 무사히 운영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논리가 통했다는 겁니다. 민생 현장에서 국민들과 직접 부딪혀보니 세월호 때문에 아무 것도 안통하는데 이 이야기가 먹히더랍니다.
그래서 이러한 민심을 파고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이를 문자메시지 등으로 설득한 것이 표심을 공략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고도 효율적이었다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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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부분에서 야당의 심판론이 적어도 여당 지지자들을 돌려세우는데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성이 드러납니다. 국정운영의 최고 책임자로서 박 대통령에게 세월호 사고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주장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된 우리나라 정치제도에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심판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자칫 조기 '레임덕'에 따른 국정공백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고 맙니다.
평범한 국민들로선 정권 초반 대통령이 국정운영 동력을 잃게 될 경우 권력의 공백상태에서 발생할 혼란에 대해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월호 사고 책임을 져야 할 대통령에게 오히려 힘을 실어주는 모순된 선택은 어쩌면 지극히 상식적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이는 바람직한 상황은 아닙니다. 권력이 집중된 대통령의 국정운영 실패를 그때그때 '심판'할 수 없는 정치제도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즉 비합리적인 제도가 합리적 선택을 왜곡하는 기형적인 정치제도를 고치는 것이 선행돼야 합니다.
대통령의 권한에 걸맞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보니 출구를 찾지 못한 여론은 늘 들끓고 선거 때마다 '정권심판론'이 기수에 섭니다. 그러나 심판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심판론은 공허합니다.
야당이 심판론을 들고나올 때마다 제도적 한계에 부딪히고 실패한 심판론은 번번히 '국개론(국민 개새끼론)'으로 이어져 정치에 대한 회의만 부추기게 됩니다. 이는 국민 통합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결코 민주주의 발전에도 도움이 안됩니다.
야당은 이제 심판론을 심판해야 할 때입니다. 대통령과 정권의 책임을 제대로 심판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 즉 개헌에 대한 논의를 국민들에게 제시하고 이를 추진할 때야 비로소 심판론이 국민들의 공감을 얻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