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문창극 발언, '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기자수첩] 문창극 발언, '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이현수 기자
2014.06.18 07:05

[the300]

"유대인은 팔레스타인을 떠나야 한다."

미국 언론의 전설로 여겨지는 헬렌 토머스는 이 한 마디로 60년을 출입했던 백악관에서 쫓겨났다. 백악관 출입기자단의 대모라 불렸고, 퇴임 이후엔 지정석에 이름이 새겨질 정도로 신망을 받았지만 '유대인 비난 발언'이 발목을 잡았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친일 발언으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과거 교회 강연에서

"일제 식민지 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한 게 문제가 됐다. 그는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받아와서 우리가 경제개발할 수 있었던 것" "조선민족의 상징은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고 남한테 신세지는 것"이란 말도 남겼다.

'비하'에 가까운 발언에 대해 야당은 강하게 반발, 철저한 검증을 통해 문 후보자를 낙마시킨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여당 지도부는 그의 발언을 옹호하는 분위기이다.

옹호론의 요지는 과거 기자시절 얘기고, 종교적 관점에서 보면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윤상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언론인들이 자유롭게 얘기하듯 정치인들도 자유롭게 얘기하는 것이 민주주의다"며 "예전에 몇 마디 한 것을 가지고 개인의 삶을 재단하고 그 사람의 생각을 규정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문 후보자가 교회에 가서 말한 것은 표현의 자유다. 표현의 자유는 법으로 강제할 수도 없고 강제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문 후보자 이전에도 일부 목회자들은 일제 식민사관에 기초를 둔, 그와 비슷한 주장을 스스럼없이 해왔다. 문 후보자 발언에 논란이 일자 전광훈 목사는 "문 후보자의 발언을 좌파 종북주의자들이 왜곡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 역시 표현의 자유이긴 하다.

그러나 개인이 아닌 '공인'에게 적용되는 표현의 자유는 같을 수가 없다.

기자, 목회자의 발언이 아닌 국무총리 후보자의 발언은 무게가 다르다. 국민정서, 민족감정을 거스르는 것이라면, 비록 과거의 일일지라도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그의 발언을 옹호하긴 더더욱 어렵다. 실제로 위안부 피해자를 비롯한 사회 각 단체는 물론 여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헬렌은 백악관을 나온뒤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는 이스라엘을 비판하고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사회 지도층, 행정·입법·사법부는 물론이고 언론 등 요직 곳곳에서 유대인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친일을 미화하고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는 말을 듣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회 요소요소에 포진해 있는 인사들 가운데 독립운동가들의 후손을 찾기보다는 친일세력의 후손을 발견하기가 더 쉬운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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