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과세·재무악화·기준모호···'사내유보 과세' 3가지 문제

이중과세·재무악화·기준모호···'사내유보 과세' 3가지 문제

이상배 기자
2014.07.24 10:02

[the300]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

그래픽= 이승현 디자이너
그래픽= 이승현 디자이너

정부가 24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기업소득환류세제'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사내유보금 과세' 방안의 쟁점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이중과세 논란, 둘째 재무구조 악화 우려, 셋째 과세 기준의 현실성 문제다. 향후 정부와 국회의 입법 과정에서 논의가 필요한 대목들이다.

◆"이중과세는 심각한 문제"

정부의 방안은 투자나 임금 인상 등에 충분히 돈을 쓰지 않은 기업에게 추가로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이미 법인세를 내고 있는 기업에게 또 다시 세금을 걷는다는 측면에서 '이중과세'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법인세는 그 자체로도 이미 '이중과세'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도관이론'(導管理論: conduit theory)에 따르면 기업은 주주에게 소득을 전달해주는 통로의 역할만 할 뿐이라는 점에서 법인세 자체가 소득세에 대한 이중과세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인세와 별개로 기업 이익에 대해 또 다른 과세를 추진할 경우 법리적으로 적잖은 다툼이 예상된다.

여당의 대표적인 '경제 정책통'인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도 "법률적으로 사내유보금에 대한 이중과세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용등급 낮으면 회사채 발행도 어려운데"

또 기업의 사내유보를 억제할 경우 재무구조가 훼손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사내유보가 줄어 자기자본 확충이 둔화되면 '부채비율'(총부채/자기자본)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1990년 도입됐던 기존 사내유보금 과세 제도 역시 자기자본 확충을 저해해 재무구조 악화를 초래한다는 비판에 밀려 2001년 폐지됐다.

사내유보금이 부족할 경우 외부조달 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자본시장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아 외부조달 비용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자금조달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증권사 임원은 "지금도 신용등급 BBB 이하 기업들은 회사채로 자금 조달하기가 어려운데 사내유보금까지 억제하면 재무구조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며 "사내유보금 억제 정책은 자본시장의 성숙도까지 함께 고려해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적정 사내유보금, 업종따라 달라"

과세 기준의 현실성 문제도 향후 입법 논의 과정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과세 여부와 과세액을 결정하는 기준을 업종의 특성이나 업황 등 현실적 변수들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설정할 경우 일부 업종이 과도한 부담을 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예컨대 대규모 설비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전자업계와 이미 공급과잉에 직면해 신규 설비투자가 미미한 일부 제지업계에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경우 적잖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또 매년 적자와 흑자를 오가는 일부 경기민감형 수출기업들의 경우 안정적인 내수기업들에 비해 더 많은 사내유보금이 필요할 수도 있다. 2001년 폐지된 기존 사내유보금 제도 역시 기업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적인 기준이 문제가 됐었다.

기획재정부도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여러 개의 과세산식을 두고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 대상에 두고 있지만,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대니얼 파라비시니(Daniel Paravisini)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업이 사내에 축적해둬야 할 유보금의 적정 규모는 업종과 업황, 매출채권 회수율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일률적으로 규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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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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