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21세기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사건이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4일 오전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 참석해 이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스물살의 윤 일병은 지난 2월 육군 28사단 포병연대에 배치된 후 두달간 하루도 빠짐없이 구타를 당하다 지난 4월7일 사망했다. 사인은 기도폐쇄에 의한 뇌손상. 만두를 먹는 동안 구타를 당해 죽었다.
이렇게 21세기 문명사회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그러나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윤일병의 사망 뿐 아니라 국방부의 대처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국회 법사위에서 진행된 군사법원 긴급현안보고에서 지적된 군의 보고와 대응방식은 21세기 군대에서 일어나고 있다고는 믿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국방부장관은 '살인죄'에 해당할 수 있는 중대한 사건에 대해 알 지도 못하고 있었다. 누구도 이에 대해 보고도 하지 않았다. 한 장관은 이날 '사건에 대해 정식보고를 언제 받았느냐'는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7월31일 시민단체 관련된 분의 언론보도를 보고 인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른(은폐) 의도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사단에서 보고하고 재판이 진행되고 있으니까. (담당관들이) 사건에 대한 인식이 국민들이 갖고 있는 인식과 조금 차이가 있지 않았겠느냐. 그래서 보고가 되지 않았겠느냐"고 덧붙였다.
담당관들의 인식·공감 능력 부족은 군이 보강해야 할 부분이지 해명사유가 아니다.
군은 또 가해자들을 상해치사로 기소해놓고 여론이 들끓자 이날 오전 국방위에서 "살인죄 적용 여부를 (다시)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미 살인죄 적용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했는데 그와 같은 결론(상해치사)이 났다"고 했다.
그러나부대에 배치된지 일주일 만에 윤 일병 사건을 맡은 '초짜 검찰관'의 손에서 내려진 결론이 얼마나 심각한 고민끝에 나온건지 의심스럽다. 그 검찰관은 "윤 일병이 자신의 손으로 성기에 연고를 발랐기 때문에 (대법원 판례와는 달리) 성추행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묻는 질문에 "문제가 있을 때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고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풍토, 그러한 문화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피해자가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문제가 있을 때는 이를 파악할 수 있는게 제대로 된 조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