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세월호특별법 합의에 비난 집중, 최대위기인데…

국회 본관 2층을 정면에서 보면 붉은 카펫이 깔린 중앙 출입구를 중심으로 왼쪽이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 측 사무공간이다. 한번 정해진 자리를 당명이 바뀌면서도 물려받은 것인데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의 농성장도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실 창문 너머다. 유가족들이 '오른쪽' 새누리당보다는 '왼쪽' 새정치연합에 더 의존하고 있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새정치연합과 유가족의 그런 연대감에 균열이 생긴 것은 지난 7일. 여야 원내대표의 세월호특별법 합의 결과 진상조사위에 기소·수사권을 주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비난은 야당 협상대표인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겸 국민공감혁신위원장(비상대책위원장)에게 쏟아졌다. 기소권·수사권 확보가 진상규명의 핵심 열쇠인데 이루지 못했으니 후퇴이고, 유가족에게 미리 알리지도 않았으니 야합 아니냐는 것이다. 협상을 잘못했으니 다시 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논란이 거세진 10일 오후 박 위원장은 자신의 사무실 창문너머인 유가족 농성장을 찾았다. 합의내용을 설명, 설득하기 위해서지만 분위기는 냉랭했다. 유가족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가 집권당이고 150석 이상 가지고 있으면 원하는대로 다 해드리죠." (박영선 위원장) ▶"능력이 안되면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하세요. 원래 요구한 것보다 훨씬 뒤로 물러난 거잖아요!" (세월호 유가족)
박영선 위원장이 정치입문 후 최대 위기에 처했다.. 세월호 특별법 합의 후폭풍이다. 문재인 의원, 정동영 상임고문 등 당 주요인사들도 비판대열에 동참했다. 11일 의원총회는 격론 끝에 박 위원장을 다시 전쟁터로 내몰았다. '비대위원장에서 끌어내리진 않겠다. 그대신 새누리당과 재협상하라'는 결론이다. 재협상이든 추가협상이든 박 위원장이 벼랑끝에 섰다는 사실은 그대로다.
비판은 쓰리지만 일리 있다. 원내 4개 정당 중 유가족들이 가장 간절히 붙잡았던 것은 새정치연합이라는 동아줄이다. 막판 보안유지를 위해서였다지만 협상 이후라도 당사자인 유가족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박 위원장은 "야당이 힘이 없다"고 토로한다. 그러나 개헌 저지선(100석)을 넘는 130석 규모, 국회선진화법이란 제도 등을 보면 제1야당이 허약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특별법에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는가는 둘째쳐도 여야가 손발을 맞추지 않으면 어떤 안건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다는 건 상식 중에 상식이다. 특별법을 정말 통과시켜야 한다면 박 위원장은 최종목적지가 아니라 여당의 태도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지렛대가 돼야 한다.
그런데 국회 과반(158석)을 차지한 새누리당은 보이지 않고, 유가족과 야권의 비난의 화살은 박 위원장에게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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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분명 책임있는 다수당인데 세월호 정국에선 국민의 관심 밖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새누리당은 원래 기소·수사권에 반대했으니 기대할 게 없다는 여론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세월호 특별법에 "법체계를 흔들 수없다"며 줄곧 원칙론을 내세웠다. 11대 4라는 7·30 재보선 성적표를 받자 이런 입장은 더 강해졌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야당에 재협상론이 불어닥친 11일 원내대표 주례회동 경과를 묻자 "협상은 지난주 끝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대화 여지야 있겠지만 새누리당이 이처럼 요지부동인데 야당 혼자 특별법을 마련할 순 없다.
단언컨대 세월호 정국이 일단락되려면 국회 왼쪽만 아니라 오른쪽, 새누리당도 움직여야 한다. 민의를 대변하는 정당의 역할에 충실하자면, 하루빨리 특별법을 마련해 막힌 정국을 풀어야 한다는 여론에 야당만큼이나 압박을 느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