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기자수첩]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오세중 기자
2014.08.12 16:59

[the300] 남북, 더 늦기 전에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구체화 시켜야

이산가족 상봉을 하루 앞둔 지난 2월19일.

설렘을 가득 안은 상봉 대상자들이 속초에 집결했다. 그 때 갑자기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깡마르고 메마른 입술, 자기 몸과 직각을 이루는 허공만을 힘겹게 응시하는 멍한 눈동자.

“죽어서라도 금강산에서 죽겠다”던 故 김섬경(91) 할아버지와의 첫 만남이었다.

누운 상태로 집결지에 나타난 김 할아버지는 이날 저녁 몰라보게 호전됐고, 비록 금강산에서 상봉 하루 만에 다시 후송차로 내려와야 했지만 북한의 딸들과 상봉의 꿈을 이뤘다. 남에서 동행한 아들과 한 시간 가량을 방에서 인터뷰하는 내내 꼿꼿하게 앉아 계시던 모습까지 생생하다.

그를 일으킨 건 다른 이산가족들과 마찬가지로 가족, 형제자매를 만나겠다는 작은 희망이었을 것이다. 마지막 헤어지며 북한 딸 춘순, 진천씨가 남긴 “통일 후 만나요”라는 말을 뒤로 한 채 상봉 한 달이 조금 넘은 어느 날, 그리움의 한을 풀었다는 듯 김 할아버지는 생의 끈을 놓았다.

뒤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정부가 11일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기 위해 북측에 고위급 접촉을 제안했다. 남북이 정치적 수사를 내려놓고 더 빨리 풀기 위한 노력을 할 수는 없었나 늘 아쉽다.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의 올해 7월31일자 통계에 따르면 상봉 신청자는 전체 12만9568명, 현재 생존자는 6만9866명에 불과하다. 이중 70~79세가 29%, 80~89세가 41.4%, 90세 이상이 105%로 80%이상을 차지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70대 이상 고령층은 10년 내 사망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모든 생존자가 생애 한 번이라도 북측 가족을 만나려면 상봉 인원을 매년 6600명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이산가족 상봉이 극적으로 성사됐지만 만난 가족은 고작 200여명. 매년 상봉 인원이 6600명 이상이 넘어야 한다는 분석결과의 약3%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 생존해 있는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6만9866명이 전부 북녘의 가족을 만나기 위해서는 한해 500명씩 만난다고 가정하면 약 140년, 1000명씩이라해도 70년 가량의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중 80%가 고령자임을 감안하면 이는 현실성이 없다.

현실적인 대안을 담기 위해서는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인원과 면회소 확대 등의 구체적인 남북 간 합의가 절실하다. 공허한 '제안'만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 접촉 제안을 새로운 시작으로 삼는 진정성이 필요하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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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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