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의료영리화' 대결전 ①] 정부 "마지막 기회", 야당 "투자개방형 병원 규제 완화, 보험사의 해외환자 유치" 반대

지난 10여년 간 공방이 이어져온 '의료 영리화' 문제를 놓고 정부·여당과 야당이 국회에서 '대격돌'을 벌이게 됐다.
정부가 12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투자개방형 병원 규제 완화 △의료법인 자회사의 건강기능식품 개발 허용 △보험사의 해외환자 유치 허용 등 '뜨거운 감자'들을 단숨에 쏟아내면서다.
박근혜정부는 대선·총선 등 중요한 선거가 없는 향후 2년을 '마지막 기회'로 인식하고 그동안 묵혀있던 의료 관련 숙원과제들을 일거에 처리한다는 각오다. 반면 야당은 '의료 공공성 보호'를 기치로 내걸고 정부·여당의 '의료 영리화' 시도를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외국계 병원" vs "'무늬만 외국계' 영리병원"
13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서비스산업 육성과 투자활성화를 위해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계 투자개방형 병원에 대한 설립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외국 의사 10% 이상'인 현행 기준을 제주특별자치도의 '외국 의사 종사 가능' 수준으로 풀어주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를 위해선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과 '경제자유구역내 외국의료기관의 개설허가절차 등에 관한 규칙'의 개정이 필요하다.
투자개방형 병원이란 외국인이나 비의료인, 영리법인이 투자해 운영하는 병원을 말한다. 병원 운영으로 벌어들인 이익을 외부로 배당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 병원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투자개방형 병원이 '영리병원'으로도 불리는 이유다.
정부는 2002년부터 외국계 투자개방형 병원 유치를 추진해 왔다. 2012년 10월에는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 외국계 투자개방형 병원 설립이 가능토록 제도를 바꿨다. 그러나 아직 유치 사례는 전무하다. 현행 규제가 지나치게 까다롭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우선 정부는 중국 텐진화업그룹의 한국법인 차이나스템셀(CSC)이 제주도에 설립을 신청한 싼얼병원에 대한 승인 여부를 다음달 중 결정할 예정이다. 승인 결정이 내려진다면 향후 송도 등 경제자유구역으로도 외국계 투자개방형 병원을 유치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이에 야당은 즉각 반발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용익 의료영리화저지특위 위원장과 김성주·남윤인순·안민석 새정치연합 의원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영리화를 둘러싼 박근혜정부와 국민과의 전면전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성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부안대로라면 외국 의사 1명만 있어도 외국계 병원 이름을 내걸고 국내 의사들이 국내 환자들을 진료할 수 있다"며 "무늬만 외국계 병원인 국내 영리병원들이 생겨나면서 국민들의 의료비만 높아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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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혜진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실장도 "지금 전국 8개 권역에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돼 있다"며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 허용은 사실상 전국적 영리병원 허용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밝혔다.
투자개방형 병원 설립 규제 완화는 정부가 시행령 등 행정입법을 통해 추진한다는 점에서 국회가 직접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없지만, 국정감사 지적과 감사원 감사 청구 등을 통해 대응할 수는 있다.
◇"보험사 환자 유치 땐 '과소진료' 우려"
한편 국제의료 특별법과 의료법인 자회사의 부대사업 범위를 놓고도 논란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국제의료 특별법'의 내용 가운데 쟁점이 되는 부분은 '보험사의 해외환자 유치' 허용이다. 정부는 그동안 의료법 개정을 통해 이를 추진해왔으나 국회 복지위에서 상정조차 되지 않자 특별법 제정으로 방향을 틀었다. 일각에서는 보험사가 병원에 환자를 유치해줄 경우 보험금을 줄이기 위해 병원 측에 '과소진료'를 유도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의료법인 자회사의 부대사업 범위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 6월 정부가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개정안은 의료법인 자회사에 허용되는 부대사업 범위에 숙박업, 여행업, 수영장업 및 체력단련장업 등까지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정부는 12일 여기에 건강기능 식품 및 음료의 연구·개발까지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향후 대형 병원들이 자회사에서 개발한 건강기능 식품 및 음료를 환자에게 강매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김 의원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병원들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고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의사, 간호사 인력을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