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정치권 소통 플랫폼, 국회의원도 카카오톡 애용하는데…

# 뭘 잘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라 집에 쌓이는 물건이 많다. 모토로라의 2G 휴대전화기도 그 중 하나다. 지금 쓰는 아이폰과 번갈아 쳐다본다.
"그땐 스마트폰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확실히 손안의 스마트폰은 일상을 혁명적으로 바꿨다. 그 스마트폰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더 놀랍다. 카카오톡 말이다.
대한민국 상당수 국민에게 '카톡' 없는 일상은 상상하기 어렵다. 사용 간편하고, 여럿이 동시에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대화친구를 불렀다가 흩어지기도 쉽다. "까똑" 하는 알림음은 경쾌하고, 어떤 메시지가 와 있을까 설레기도 한다. 무엇보다 공짜다.
카톡은 커뮤니케이션의 일대 혁명을 가져왔다. 통신이나 메신저 시장에 끼친 영향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카톡이 일상을 넘어 정치도 움직이고 있다.
지난 7일 세월호 특별법 합의(1차 합의)를 앞둔 여야 원내대표 회담은 난데없는 카톡전쟁으로 40분동안 시끄러웠다. 새누리당이 대외비 문건으로 포장한 '유언비어'를 시중에 퍼뜨린다는 새정치민주연합 주장 때문이다. 이걸 퍼뜨리는 메신저로 지목된 게 카톡이다.
# "나 휴가 가."…"너 휴가 간다며? 어디로?"
흔히 내가 누군가에게 보낸 카톡 메시지가 돌고돌아 내 카톡으로 들어오기까지 5분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 주목한 게 바로 이런 카톡의 대중성과 전파속도다. 물론 새누리당은 야당의 '유언비어' 주장에 반박했고, 억울해 했다. 어쨌든 이날 여야 원내대표의 날선 공방은 카톡이 메신저 '플랫폼'으로 정치권에 얼마나 깊이 정착했는지 드러내는 장면이다.
카톡 자체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그런데 국회를 취재해보면 대체로 지금의 야당인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새누리당보다 카톡에 더 익숙하다고 한다. 생물학적 나이뿐 아니라 정치문화, 지지기반의 특징도 한 배경일 것이다.
야당 의원들은 같은 당 의원들만 접속하는 '단톡방'(단체카톡방)에서 각종 현안에 대화를 나누고 의견을 모은다. 격식을 차릴 필요가 없고, 언제 어디서나 참여할 수 있다. 때로 민감한 이야기는 '갠톡'(개인카톡)에서 더 할 수 있으니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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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의원이 후배의원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차를 마시거나, 식당에서 점심저녁을 대접하는 스킨십과는 결이 다르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 대화의 방식, 의사결정의 속도가 무척 달라졌다는 뜻이다.
# 확실히 카톡은 대화를, 관계를, 마침내 정치문화를 바꾸고 있다. 그래도 지킬 게 있다. 아무리 미디어와 통신환경이 달라졌어도 정치도의라거나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 정도는 지키는 게 맞다. '태도로서의 보수주의'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정치인이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공개되는 말을 마치 친구와 개톡방에 지껄이듯 해서야 누가 그의 진심을 알아줄까. 설사 그에게 정치적 진정성과 가능성이 있다 해도 이런 자세로는 유권자 단 한 명이라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공교롭게 '카톡 프렌들리'인 야당에 비난이 집중된다.
'극히 일부일 거야. 국회의원이 전부 그렇진 않겠지.'
그래도 걱정을 떨치기 어렵다. 이러다 정치가, 정치인들이, 버리진 않더라도 더이상 쓰지 않는 구형 전화기같은 존재가 되진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