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인터뷰]'공익제보 그 이후' 삶 시작한 장진수 전 주무관

"누군가 저에게 상의하러 오면 딱 잘라 제보하라고 할 수 있을까요, 감수할 게 많은 걸요. 하지만 분명한 건 제보 말라고는 권하고 싶지 않아요. 그건 양심을 속이는 일이잖아요."
2012년 3월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 사찰 은폐의 실상을 폭로하며 공익신고자로서 삶을 시작한 장진수 전 주무관(41)은 자신의 제보가 있은 후 2년7개월이 지난 최근 "후회가 있느냐, 없느냐 많이 물어보지만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내부고발자였지만 불법 사찰의 증거인멸에 일부 가담했던 사실이 면책되지 못한 그는 지난해 11월 대법원의 유죄 확정 이후 지난 8월부터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새 둥지를 틀고 공익제보자 이후의 삶을 시작했다. 최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난 장 전 주무관은 자신이 겪었던 공익제보의 현실과 어려움을 통해 미숙한 우리 공익신고 제도가 어떻게 보완돼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루에도 수십차례 망설이고 용기내기를 반복했죠." 그는 2년7개월 전 일을 '옛날 일'로 표현했다. 오래 지났다 할 만큼 기간이 흘러서지만 그때 겪은 속앓이 만큼은 기억이 생생한 그다.
'동료들이 피해 보면…'가족들이 힘들면…' 현실적 고민은 하루에도 수십차례 제보를 망설이게 했다. '내가 제보한들 과연 문제가 고쳐질까'라는 우려도 있었다.
"어느날은 '가만히 있자' 생각했고, 어떤 날은 '그래선 안되지' 결심했죠. 1년 가까이 고민하다가 제보를 결심했어요. 가족의 응원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죠." 그는 제보를 둔 고민을 이어가다가 당시 불법 사찰 문제를 취재하던 언론인을 통해 든든한 신뢰를 느꼈다고 말했다.
함께 하는 사람이 있는 것 외에도 어쩌면 제보의 여파를 가장 많이 받을 가족들도 그의 든든한 배경이었다. "초등학생인 두 딸에게 '떳떳한' 아버지가 되고 싶은 마음이 특히 컸다"고 그는 말했다.
긴 고민 끝에 제보는 세상 밖에 나왔다. 그러나 이후 겪어야 할 공익신고의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후회는 없지만 고민은 커질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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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문이 커지는 만큼 감내할 여파도 커졌다. 부당함이 드러날 수록 동료들과 더 멀어졌고, 8년7개월 간 일했던 근무지는 가시방석이 됐다. 심적 문제 외에도 고난은 있었다. "장진수가 10억원을 대가로 요구했다더라" 따위의 음해는 언론을 통해 증폭됐고, 힘들게 이뤄진 공익제보는 진실게임이 돼 갔다.

그러나 보호막은 부족했다. 내부고발자였지만 증거를 인멸했다는 처벌은 피할 수 없었고, 결국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후 공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부조리에 일부 몸 담았던 이유는 면책될 수 없었다.
"이런 문제보다 더 힘든 것은 또 있습니다. 공익신고자들이 가장 많이 공감하는 무력감과 좌절감입니다." 그는 이 감정들의 원인이 '제보의 결과'에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걸고 제보한 문제가 해결없이 유야무야 되거나 아무도 처벌 받지 못한 채 끝나는 경우가 많아 후회를 하는 경우다.
최근 그는 이같은 경험을 통해 미래의 공익신고자에게 꼭 필요한 제도를 만드는 노력을 시작했다. 우선 기억을 분명히 하기 위해 지난 5월 불법 사찰 사건을 꼼꼼이 기록한 책 '블루게이트'를 펴냈다. 8월부터는 공무원노조 산하 정책연구원에서 공익제보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외에도 또 다른 공익신고자인 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만들기 위해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현재도 물론 공익신고의 근거가 법률에 있고, 제도가 운영되지만 부족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직권남용이나 복합적인 문제에 대해서 신고 근거가 명확지 않고, 신고기관이 국민권익위원회나 수사기관, 국회 등으로 제한된 점은 제보의 한계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문제 외에도 공익신고자가 의(義)로운 일을 하다가 직업을 잃어 생계에 허덕이는 문제나 면책이 부족해 내부고발자의 공익제보를 유인하기 어려운 문제점 등이 향후 해결돼야 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강조돼야 하는 것은 '사회적 공감대.' 그는 "제도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서 모여질 많은 이들의 의견 공유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익제보에 대한 공론의 장이 마련되고 소통된다면 이는 결국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였다.
"잃은 인연들도 많지만 공익제보의 소중함을 알아주고 응원하는 분들을 많이 알게 됐죠. 어딘가에 있을 잠재적 공익신고자들께 당장은 외롭더라도 절대 희망을 잃지 마시길 바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소금이니까요." 제보 그 이후의 삶을 사는 그에게 공익신고는 '현재진행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