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깜놀이 엄마에게 누리과정 지원비 22만원이란?

[기자수첩]깜놀이 엄마에게 누리과정 지원비 22만원이란?

황보람 기자
2014.11.24 07:05

[the300]실패한 저출산대책과 신뢰 깨진 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보육정책

지난 10월 9일 국회 운동장에서 열린 영등포구 국공립 어린이집 가족한마음 체육대회에서 어린이들이 투호놀이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0월 9일 국회 운동장에서 열린 영등포구 국공립 어린이집 가족한마음 체육대회에서 어린이들이 투호놀이를 하고 있다. /뉴스1

출산을 한달 앞둔 깜놀이 엄마를 만났다. 결혼 전 "아이는 한참 뒤에"라고 했던 그는 곧 '깜짝 놀랄 소식'과 함께 친구들을 맞았다.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는 않는다"면서.

아이 키우는 데 그 어느때보다 관심이 많을텐데도 깜놀이 엄마는 미혼인 나보다 '누리과정'을 몰랐다. 깜놀이 엄마에게 누리과정은 "내년부터는 안나온다며?" 하는 정도의 관심사였다.

"나오긴 할텐데…". 기자랍시고 영양가 없는 답만 돌려줬다. 연일 신문을 도배하는 누리과정이, 직업을 떠나면, 결혼을 앞둔 나에게도 별 상관 없는 이야기였다.

누리과정은 교육기관(유치원)과 보육기관의 통합(유보통합)이라는 거창한 이야기를 담았지만 본래 '저출산대책'으로 추진됐다. 물심양면으로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계획 가운데 하나였다. 2011년 도입 당시 '보육비로 얼마를 주면 아이를 낳을까'하는 연구도 했었다.

결론은 뭔가. '결혼 해 말아? 아이는?' 인생 최대 고민에 빠진 미혼 여성들에게 정부가 지원하는 보육비는 고려해 볼만한 상수는 커녕 변수도 못 된다. "그 돈 준다고 내가 아이를 낳을 것 같아?". 내 또래 여성들은 냉소적이긴 하지만 판단력은 좋다. 저출산대책으로 '돈 정책'은 실효성이 없다.

결혼하고 애도 가진 깜놀이 엄마에게조차 '지금으로선' 월 22만원은 아무 의미가 없다. 깜놀이가 누리과정 지원비를 받을 만 3살이 됐을 때 이 나라 보육 정책이 어디로 가 있을지 도대체 누가 알 수 있을까. 당장 내년도 이렇게 불안한데.

돈깨나 드는 보육정책도 무너진 신뢰 앞에 무용지물이다. 교육감 주머니든 정부 주머니든 돈은 나와야 하고 아마도 나올 것이다. 그렇다고 깨진 금이 온전히 붙진 않는다. 본래 약속대로라면 올해 누리과정 지원비는 월 24만원이었어야 하고 내년에는 27만원이 돼야 한다. 나라살림이 어렵다며 지난해 22만원에서 지원비는 동결됐고 그 마저도 이젠 어찌될지 모른다.

저출산대책으로는 실패작이지만 누리과정 지원금은 서민 가계부에 중요 항목이 됐다. '누리과정이 뭐냐?'며 해맑게 묻는 깜놀이 엄마도 한달 후에는 기저귀 값 때문에 계산기 두드리기 바빠질 터. 그 떄쯤이면 아마도 이런 질문들을 마구 쏟아낼 지도 모른다.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관리하는 데 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예산을 주게 된 거야? 아직 유보통합이 끝난 것도 아니잖아? 왜 법을 안고치고 시행령부터 만들어서 추진한 거지? 지방채로 급한 불 끄면 교육재정이 넉넉해 져서 괜찮아지는 건 맞아? 빚 갚을 때 되면 악순환 아니고? 정부 경제 전망이 틀려서 교육재정 추산부터 잘못됐던 거잖아. 그나저나 만 0~2세 보육지원금은 언제 오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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