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런치리포트-최저임금 대안못찾는 국회⑤]

굳이 노동소외를 이야기할 것 까지도 없을 것 같다.
생계를 위한 반복적이고 맹목적인 노동으로 일상이 점철된 현실에 놓여있는 숱한 ‘미생(未生)’들은 우리 주변에 이미 차고 넘친다. 생산과정으로부터의 소외, 생산물로부터의 소외, 유적(類的) 존재로부터의 소외를 이야기하는 것 조차 한가롭게 느껴질 지경이다. 노동과 생산과정에서의 자발성과 자율성, 창의성을 논하는 것 또한 어불성설이다. 자아실현의 목적은 정말 뜬구름 잡는 얘기다.
가뜩이나 고질적인 비정규직과 청년실업, 노동유연화와 고용불안 문제가 날로 심화되고 있는 게 우리사회의 현실이다. 그리고 이같은 치열한 현실을 본다면 이제와서 ‘소득기반성장’을 논하는 것 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우리의 노동현실은 결코 간단치 않다. 반복된 기계적 노동의 숙련성만큼이나 비인간적인 노동은 이미 일상적이다.
이런 마당에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기본방침을 천명한 것은 전적으로 환영할 일이다. 경총(經總)이 1.6% 인상안을 제시하면서 이제와서 영세사업장의 부담 등을 우려하고 있지만, 그랬다면 커피집에 빵집, 떡볶이집까지 무분별하게 업종을 확장하며 골목상권을 치고 들어오고, 대형마트를 앞세워 동네 구멍가게 자영업자들을 한숨짓게 하는 일은 진작부터 없어야 했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으로 즉각적인 영향을 받게 될 영세사업장의 현실도 결코 간과하거나 가볍게 볼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최저임금으로 생계를 영위하는 계층이 노동의욕을 상실하게 될 우려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현행의 최저임금 5580원은 김밥가게 알바생이 라면에 김밥 한줄도 못 사먹는 가격이다. 최저임금 빅맥지수(BigMac index)를 따져봐도 햄버거 가게 알바생이 햄버거 셋트 하나 제대로 사먹기 어려운 가격이라면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없다. 24시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삼시세끼 편의점 도시락만 사먹어야 하는 수준에 있는 것이 현행의 최저임금 수준이다.
임노동(wage labor)은 전적으로 인간에게 귀속된 행위라는 점에서 ‘노동력’은 다른 여타의 생산재와는 다른 특성을 갖는다. 국가적으로 경제적 현실을 감안하면서,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적정한 임금수준을 결정하는 것이 결코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능력을 존속하고 노동력을 재생산할 수 있는 수준의 생존임금(subsistence wage)은 우선적으로 보장돼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는 장시간 근로시간을 바탕으로 하는 노동투입량으로 지탱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투입량 대비 1인당 소득은 낮은 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의 1인당 근로시간은 OECD 상위 50% 국가 대비 40% 긴 것으로 조사된 반면, 임금수준은 중위권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물가상승률이나 구매력지수 등을 감안하면 현행의 임금수준은 최저임금 계층의 기본적인 생계를 보장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국가재정의 사회지출 수준 또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사회적 안전망 조차 취약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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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불균형의 완화, 노동자의 최저생계 보장이라는 기본적인 사회적 보장 차원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게 된다면 이는 ‘비용’이기 보다는 사회적 생산성 향상을 유인하는 ‘투자’라는 점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인상률이 7.1%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그 수준을 유지할 경우, 그래봐야 400원에 채 미치지 못하는 인상폭이다. 여전히 고작 커피 한잔 가격에 불과한 수준이다. OECD가 지적한 대로, 지속성장의 열쇠가 노동생산성 향상에 있다면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나 사회지출의 확대는 충분히 고려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