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기재위 재정소위서 '중견기업 기준' 시행령 위임 놓고 野-기재부 격론

법률을 뛰어넘는 행정입법을 국회가 견제할 수 있게 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후 야당이 공언했던 '시행령 무력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법안의 심사과정에서 시행령 범위까지 법률에 규정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경제재정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정부가 제출한 조달사업에 관한 법 개정안(조달사업법)을 논의했다. 조달청이 지정할 수 있는 '우수조달물품' 대상을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자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위원들은 중견기업의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규정토록 하는 조문에 제동을 걸었다.
정부와 여야 모두 중견기업이 포함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야당은 중견기업의 범위를 대통령령이 아닌 법률에 규정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 기획재정부와 첨예하게 대립했다.
김현미 새정치연합 의원은 "업종에 따라 중견기업의 규모가 아주 클 수도 있는데 대통령령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대상이 안 될 기업이 포함될 수도 있지 않느냐"며 "시행령에 일방적으로 위임할 수 없다. 법률에 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의원도 "미국은 시행령이라는 게 없이 모든 게 다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중소·중견기업의 기준은 로비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법으로 정확히 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행령 부분 관련해선 국회에서 법을 꼼꼼히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꼬집었다.
방문규 기재부 2차관이 "매출액 규모 등의 기준은 시기적으로 시장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고 업종별로도 차이가 있는데 법에 일률적으로 정해놓으면 옴짝달싹 못한다"고 난색을 표하자 박 의원은 "매출액이 늘어나는 등 시장상황이 바뀌면 다시 (법을) 고치면 된다"고 되받았다.
방 차관은 "전산화된 산업분류가 20개가 되는데 전체 산업을 다 따로 기준을 정해야 한다. 법률에서 그 모든 걸 다 규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 시행령"이라고 버텼다. 숙박업과 제조업, 건설업 등 서로 다른 산업에 같은 잣대를 들이댈 수 없으니 시행령을 통해 세부적으로 규모 등을 달리 지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 역시 "시행령으로 정하려면 매년 국회의 의결절차가 있든지 하지 않으면 그대로 위임은 절대 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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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날 법안심사는 정부가 시행령 초안을 작성해온 걸 보고 재논의키로 결론이 났다.
이번신경전은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 최근 "거부권 정국을 일으키게 된 원인이 됐던 국회법 개정안에 관한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법을 고민하겠다"고 발언한 것과 무관치 않다. 정부가 시행령으로 상위법의 취지를 훼손하지 못하게 국회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겠다던 말을 실제 법안심사에서 실천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박수현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1일 국회법 개정안 논란과 관련 "지난달 28일 원내지도부 만찬에서 이종걸 원내대표가 '행정부에 위임하는 범위를 줄이면 논란도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이야기를 했다"며 "현재 브레인스토밍 단계이기는 하지만 (그의 발언에서) 원론적인 수준이 아닌 실행에 옮기고 싶다는 의지가 엿보였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