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상보) 한·체코 정상회담…원전·보건의료 등 MOU 18건 체결

박근혜 대통령이 10조원대 원전, 약 14조원 규모의 의료 시장을 겨냥해 체코에서 '세일즈 정상외교'를 펼쳤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는 체코와 총 18건의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 체코 원전·의료 시장 공략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체코 방문은 1995년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20년만이다.
◇ "韓 원전 기술, 체코서 높은 평가"
1∼4일(이하 현지시간) 일정으로 체코 프라하를 방문 중인 박 대통령은 2일 오전 프라하성에서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우리 기업의 체코 원전, 의료 시장 진출을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
이와 관련, 양국은 체코의 신규원전 건설, 원전 운영·유지보수, 원전 기술교류 등 협력을 통해 우리 기업의 체코 원전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하고 한국형 원전 모델의 유럽연합(EU) 인증 등을 위해 상호 협력한다는 내용의 원전 관련 MOU 2건을 체결했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날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전 관련 협력 MOU 등에 따라 체코 원전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만약 체코로의 원전 수출에 성공한다면 EU 원전 시장에 진출한 첫번째 사례가 된다.
체코는 테멜린(Temelin), 두코파니(Dukovany) 지역에서 100억달러(12조원) 이상 규모의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르면 내년, 늦어도 2019년에는 입찰에 부칠 예정이다. 체코는 현재 35%인 원전발전 비중을 2040년까지 46~58%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에너지 기본계획인 '국가에너지컨셉'(SEC)을 지난 5월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체코의 경제 일간지 '호스포다르스케 노비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체코가 신규 원전 건설 추진 과정에서 한국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면 양국이 함께 윈윈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체코의 원전 건설에 한국기업들의 참여 기회를 확대해 줄 것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2월 보후슬라프 소보트카 체코 총리가 방한했을 당시에도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한 우리 정부의 관심을 전하고, 앞으로 원자력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방한 중 소보트카 총리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원전 건설업체인 두산중공업을 방문하고, 한국전력에 체코 원전 건설 사업 참여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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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통해 원전 분야에서 높은 가격 경쟁력과 조기시공 능력 등을 이미 인정받았다"며 "체코에서도 이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원전 분야를 포함해 보건의료, 과학기술,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등에 걸쳐 총 18건의 MOU를 체결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체코 의료시장 진출을 확대한다는 내용의 '한·체코 보건의료 MOU'를 계기로 연 14조원 규모의 의료기기 등 체코 의료시장 시장 진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청와대는 기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옛 공산권이었던 체코는 최근 의료 분야를 민간 중심으로 바꾸면서 의료기기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며 "특히 우리가 경쟁력을 가진 의료기기 시장에서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이밖에도 에너지, 인프라, 과학기술, 방위산업 등 분야에서의 호혜적 파트너십 창출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한-체코 정상회담은 지난 25년간 다져온 양국간 우의를 재확인하고 전통적인 경제협력 뿐만 아니라 에너지, 인프라, 과학기술 등 미래 성장분야에 대한 호혜적 협력확대 방안을 심층 협의함으로써 양국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심화·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 중유럽 4개국 원전·인프라 세일즈
이날 박 대통령은 제만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협정 서명식 및 공동 기자회견을 가진 뒤 오후 한-체코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축사를 할 예정이다. 포럼에는 박 대통령 뿐 아니라 제만 대통령, 양국 정부 관계자, 경제사절단, 기업인 등 250여명이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양국 경제협력 확대 방안을 제안할 계획이다.
이어 박 대통령은 한국 및 체코 예술인들의 합동 인형극을 관람한다. 체코 상원의장 접견, 제만 대통령 주최 만찬 등의 일정도 예정돼 있다.
3일에는 체코·헝가리·폴란드·슬로바키아 4개국으로 구성된 중유럽 지역협렵체인 '비세그라드 그룹'과의 첫번째 '한-비세그라드 정상회의'를 갖는다.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총리와의 연쇄 정상회담도 이어진다. 같은 날 한-비세그라드 정상 만찬에도 참석한다. 비세그라드라는 이름은 1992년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인근 비세그라드에서 협의체가 출범한 데서 비롯됐다.
박 대통령은 비세그라드 그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들 국가들이 추진 중인 원전, 인프라 등 국책사업에 대한 우리 기업의 참여방안 등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과학기술, ICT, 보건의료, 문화 등 신성장 분야에 대한 협력방안도 협의할 계획이다.
현재 체코 뿐 아니라 슬로바키아, 폴란드 등도 EU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 또는 추진 중이다. 또 이 지역에선 EU펀드를 통해 지하철, 통신망 등 대형 인프라 사업도 다수 발주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프라하 방문을 전후해 체코에선 우리 기업들의 유럽시장 진출기회 확대를 돕기 위한 1대1 상담회도 개최된다.
안 수석은 "이들 중유럽 4개국은 사회주의 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성공적으로 전환한 국가들로 최근 유럽 경기침체 속에서도 EU 평균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고 있다"며 "4개국은 EU내 우리의 2대 교역대상이자 3대 투자시장으로, 지난해 대EU 무역수지가 적자였음에도 이들 국가들은 모두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등 우리의 대표적 수출시장"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4일 프라하에서 동포 대표들을 접견한 뒤 귀국길에 오른다. 서울에는 5일 오전 도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