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나를 설득하지 못하겠다"던 정의화, 4시간만에…

[뷰300]"나를 설득하지 못하겠다"던 정의화, 4시간만에…

최경민 기자
2015.12.03 18:30

[the300] 4시간 만에 입장 번복 후 직권상정…상임위 '들러리' 현실 다시 보여줘

정의화 국회의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15.11.3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의화 국회의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15.11.3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의화가 정의화를 설득하지 못하겠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2일 오후 2시20분부터 시작된 여·야 원내지도부와의 회동에서 이같이 말했다. 철저한 의회주의자로 알려진 정 의장이 새누리당의 5개 쟁점법안에 대한 직권상정 요구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한 말이다.

정 의장은 여·야가 2016년도 예산안과 함께 합의한 5개 법안의 본회의 처리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상민 국회 법사위원장의 심사 거부에 막히자 회동을 주최했다. 이 위원장은 상임위 등에서 5일간의 숙려기간이 없이 법을 처리하는 것은 졸속일 뿐만 아니라 국회법 59조를 위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정 의장은 소신은 이 위원장의 생각과 궤를 같이 했다. 여·야 지도부의 합의는 합의 대로 존중하지만, 대한민국 국회의 의장으로서 원칙과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법안에 대한 검토는 각 상임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치기 위한 숙려기간을 통해 남은 문제점을 살펴야 한다는 원칙 중의 원칙이었다.

새누리당의 원유철 원내대표와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정 의장에게 직권상정을 해줄 것을 거듭 간청했다. 특히 두 사람은 "의원직을 내려놔야 할 사안"이라고까지 말했지만 정 의장의 의지를 돌리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장은 "2~3년 기다린 법안이라면서 5일을 못기다리느냐"라고 여당 원내지도부를 설득하기도 했다.

정 의장은 중재안을 내놨다. 8일 오후 12시까지 상임위 등에서 법안을 검토할 수 있는 숙려기간을 가지는 대신, 그때까지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직권상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야당은 찬성했지만 여당은 만족하지 못했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는 이후 오후 4시50분 국회의장실을 찾았다. 오후 5시40분 무렵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까지 정 의장을 만나러왔다. 경제활성화와 민생을 위해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법안이기 때문에 반드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5개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 의장은 오후 6시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종걸 원내대표를 의장실로 불렀다. 이 원내대표는 오후 6시30분 의장실을 나왔다. 표정은 굳어있었다.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국회의장의 합리적인 판단을 가로막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남겼다. 정 의장이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당장 직권상정을 할 뜻을 피력한 셈이다. 원내대표 회담에서 '의회주의'를 강조한지 약 4시간 만의 일이었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의 뜻을 밝힌 이후 야당은 의원총회를 통해 5개 법안의 처리를 추인했다. 2일 밤을 넘겨 3일 새벽 5개 쟁점법안은 국회에서 모두 통과됐다.

정 의장은 본회의 예산안 처리에 앞서 "국회는 상임위 중심으로 예산과 법안이 논의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법안과 예산을 의결해야 한다"며 "그러나 지금 국회는 국회의원과 상임위는 보이지 않고, 여야 정당 지도부만 보이는 형국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섭단체 협상 결과가 나오면 상임위와 국회의원은 그것을 추인하는 기능에 머물고 있다"며 "국회의원은 거수기가 되고, 상임위는 겉돌고 있는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정의화가 정의화를 설득할 수 없었던' 그 의회주의자의 논리였다.

하지만 4시간여만에 그 원칙을 왜 깨야 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그의 말처럼 "이것이 현재 우리 의회민주주의의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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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민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최경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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