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야당 법안이 안보인다

[기자수첩]야당 법안이 안보인다

지영호 기자
2016.02.25 05:40

[the300]

야당 의원들이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행위인 이른바 '필리버스터'를 23일부터 진행하면서 국민적 관심이 '테러방지법'에 몰렸다. 처음엔 더불어민주당 김광진·은수미 의원 등에게 관심이 쏟아졌다가 이제는 어떤 이유로 반대주장을 펼쳐야 했는지 이유를 찾는 움직임이 많아졌다.

법안 내용을 살펴보려는 여론이 커진 것은 반가운 일이다. 아무리 국회가 입법권을 가졌다 하더라도 국민적 관심이 높은 법안을 마음대로 처리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러방지법은 결국 새누리당이 요구한 내용대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필리버스터가 '시간끌기용'일 뿐 법안처리를 막는 근본 대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더 이상 토론자가 남지 않으면 다수를 장악한 새누리당 의원에 의해 테러방지법은 가결될 예정이다.

테러방지법 뿐 아니라 그동안 이슈가 된 법안 대부분이 정부·여당이 요구한 것들이다. 북한인권법을 비롯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노동 4법 등 쟁점법안은 청와대가 밀고 있다. 여야 협상의 주제도 대부분 이들 법안에 국한돼 있다.

이에 반해 더불어민주당의 법안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서발법에 대응하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이나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 등이 있지만 제대로 거론조차 안된다. 그동안 야당이 조속한 처리를 요구해 쟁점법안과 패키지로 논의됐던 선거구 획정안도 야당의 요구 내용(의원정수 상향, 권역별 비례대표제)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 마저도 여당 안에 가깝다. 그럼에도 매번 대안없는 정당, 발목잡기 정당으로 비춰지니 억울할법도 하다.

19대 들어 정부·여당은 원하는 대부분의 법안을 관철시켰다. 지난 4일 기업활력제고특별법, 이른바 원샷법이 통과됐고, 지난 연말엔 '학교앞 호텔법'으로 알려진 관광진흥법, 의료민영화 문제가 제기된 국제의료사업지원법 등 줄줄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반면 모법(母法)을 뛰어넘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계기로 만들어진 국회법 개정안은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결국 백지화됐다.

2014년 진통 끝에 통과된 부동산3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분양가상한제 탄력적용, 재건축조합원 1인1가구제 폐지)도 마찬가지다. 야당은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처리를 요구했지만 논의기구인 서민주거특별위원회 설치에 만족해야 했다. 결국 특위는 정부의 반대와 여당 의원들의 무관심 속에 변변한 성과없이 지난해 말 1년여의 활동을 끝냈다.

야당이 핵심법안을 입법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이유를 '수비형 협상'의 한계로 보는 시각이 있다. 상대당의 입법 내용에 숨겨진 '꼼수'를 찾느라 정작 자신들이 추구하는 정책을 입법화하는 데 역량을 쏟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총선이 50일도 남지 않았다. 야당은 쏟아내는 공약(公約)에 믿음을 심어주려면 '힘을 모아달라'고 외치기 전에 우선 '변화된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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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호 산업2부장

'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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