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테방법, 192시간 필리버스터 끝 여당안대로 통과…노동법·서발법 등 처리는 여전히 안개속

장장 9일간의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가 이어졌던 테러방지법 제정안이 결국 여당안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대 총선의 선거구 구역표가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북한인권법 등 해묵은 숙제 법안들도 처리가 이뤄졌다. 하지만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 법안 등 남은 쟁점 법안들은 19대 국회 처리 가능성이 더 희박해졌다.
국회는 2일 저녁부터 본회의를 열고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 선거구획정안을 담은 공직자선거법 등 총 70여개 법안의 제·개정안을 의결, 통과시켰다. 회의가 자정을 넘김에 따라 차수변경이 이뤄졌으며 이튿날인 3일 새벽 2시17분 회의가 종료됐다.
이날 본회의는 지난달 23일 시작된 9일간의 필리버스터로 인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한껏 고조된 가운데 개최됐다. 하지만 이날도 여야는 개회와 동시에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신상발언을 놓고 충돌했다. 이후에도 신상발언 중 고성과 삿대질을 주고받으며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테방법, 필리버스터 끝 여당안 의결=본회의 개최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특히 테러방지법을 둘러싸고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가 세계 최장 기록인 192시간동안 계속됐다. 더불어민주당은 마지막 연사로 나선 이종걸 원내대표가 12시간31분간 발언하는 등 총력을 다했지만 결국 여당안을 막지 못했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테러방지법(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은 국가 대테러활동 수행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법이다. 하지만 야당은 이를 '국정원 강화법'으로 규정하고 반대해 왔다.
야당은 테러방지법 부칙이 통신비밀보호법이나 금융관련법들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며 법 원안에 반대했다. 국정원이 테러위험인물로 지목할 경우 누구나 전화를 도감청하고 계좌를 열어볼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거다.
야당은 이날 이 원내대표의 발언이 진행되는 동안 이에 대한 보완책을 담은 야당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본회의 표결에서 다수인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대로 부결됐다. 결국 야당 의원들이 퇴장해 규탄대회를 진행하는 가운데 여당 주호영 의원의 수정안이 재석 157명, 찬성 156명, 반대 1명으로 의결되면서 테러방지법이 국회를 최종 통과했다.

◇공직선거법·北인권법도 통과=선거구 재편 내용을 담은 공직자선거법 개정안도 재석 244인 찬성 174 반대 34 기권 36명으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4일까지 재외선거인명부를 작성해야 하는 만큼 자칫 이날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않았다면 선거 일정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었던 만큼 역시 관심이 집중됐던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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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지역구 의석수는 여야가 합의한 대로 현재 246석에서 253석으로 7석이 늘어난다. 비례대표 의석수는 47석으로 7석 축소된다. 모두 16개 지역구이 분구됐고, 9개 지역은 통합됐다. 구역 조정은 5개 지역, 자치구와 시군의 경계조정은 12개 지역에서 이뤄졌다. 지역구 획정 기준이 되는 인구는 선거일로부터 15개월 전 달(月)의 마지막 날 현재 인구로 하되 올해 총선에서는 지난해 10월 31일 현재 인구를 기준으로 한다는 내용도 명시했다.
북한인권법도 11년만에 빛을 봤다. 재석 236명에 찬성 212명 기권 24명으로 통과됐다. 여야는 지난 2월까지 제2조 '기본원칙 및 국가의 책무' 부분에서 '인권 증진'과 '평화 정착' 중 무엇에 초점을 두느냐를 놓고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결국 새누리당의 주장대로 '국가는 북한인권증진 노력과 함께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에서의 평화정착을 위해서도 노력하여야 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지난 연말 일몰됐던 기촉법도 국회를 통과하면서 2018년까지 생명이 연장됐다. 법원이 주도하는 법정관리보다 시장 충격을 줄이면서 기업이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법이다. 구조조정 시 출자전환 제한을 완화해주고 법인세 감면 등 다양한 특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노동법·서발법 등 쟁점법안은 처리 안개속=일부 쟁점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새누리당은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야당이 명분 없는 억지를 부리며 국회를 마비시켰다"며 "진정 국가와 국민을 생각한다면 더 이상 발목을 잡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규탄대회를 열고 새누리당을 성토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테러방지법은 국정원의 국민감시법"이라며 "국민 기본권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박근혜 정부의 마각이 드러났으며 더민주는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대 국회에서 이를 반드시 원상회복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여야의 입장은 갈리지만 2월 국회 본회의는 진통 끝에 여야 모두 나름의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제1야당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끝내 테러방지법이 야당안으로 통과됐지만 총선을 앞두고 야당의 역할론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이 고조됐다.
여당 역시 테러방지법의 원안 통과와 기타 쟁점안에 대한 양보 없이 선거구 합의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냈다. 총선을 앞두고 안보정국의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점도 여당에 불리한 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과 노동개혁 5대입법 중 유일한 생존자인 파견법 처리가 다시 불발되면서 19대 회기 내 처리 가능성이 한층 낮아졌다. 여당은 3월 중순 재차 본회의를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2월 국회가 오는 10일까지인데 그 전에 본회의를 한 차례 더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선거를 코앞에 두고 본회의 개최 동력이 마련될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