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은의 폴리티션!] 원한다, 국회의원

[김태은의 폴리티션!] 원한다, 국회의원

김태은 기자
2016.04.02 09:14

[the300]국회의원 배지를 단다고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4·13 총선의 공식 선거운동을 하루 앞둔 30일 오후 경기 김포시 한 차량광고 업체에서 선거 유세에서 사용할 선거차량들이 이동하고 있다. 2016.3.3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4·13 총선의 공식 선거운동을 하루 앞둔 30일 오후 경기 김포시 한 차량광고 업체에서 선거 유세에서 사용할 선거차량들이 이동하고 있다. 2016.3.3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회에 와보면 국회의원이 이렇게 많았나 놀라게 된다. 국회의원 정수가 300명인 걸 몰라서가 아니다. 이름 한 번 들어본 적 없고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국회의원들이 부지기수다. 당선 초반만 그런 것이 아니다. 4년이 다 지나가도록 "저 분 국회의원이었어?"란 수군거림을 듣는 국회의원들이 적지 않다.

국회의원이 되면 정치를 확 바꾸고 국가 발전을 이끌 지도자가 될 것같은 꿈에 부풀었겠지만 국회의원이 되는 순간 300명 중 한 명에 불과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아니 300분의 1도 채 못되는 기분을 맛볼 수도 있다. 국회는 지도부 몇 사람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300명의 국회의원이 왜 필요한가? 여야 당대표와 원내대표 4명만 있으면 된다"는 재선 국회의원의 자조섞인 한탄이 남의 일이 아니다.

정치 개혁에 대해, 국가 발전에 대해 멋드러지게 주의주장을 펼치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스타정치인이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면 냉수먹고 속차리라고 조언하고 싶다. 국회에서 중심이 되는 이슈와 현안은 초짜가 감히 알 수 없는 두 세가지의 포석을 깔고 있는 것이다. 여당은 청와대의 심중을 받들어 야당을 공략하고, 야당은 여당이 받기 힘든 제안을 내세워 원래 얻고자 하는 것을 받아낸다. 깊숙한 내막을 알 지 못하면 동료 의원들에게 무시당하기 십상이다.

괜히 한 마디했다가 바보될까 입을 다물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유령 국회의원'이 된다. 국회 본회의에서 상대당 의원이 발언할 때 야유를 보내거나 방해 멘트를 하는 역할이 주어지기도 한다. 가끔 공개 회의 석상에서 상대당을 강하게 비난하는 발언이 필요할 때 동원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당 지도부의 방침에 어긋나거나 개인 소신을 내세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가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튀는 발언'을 올려 언론의 눈에 띌 수도 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으려면 자극적이고 '쎈 발언'을 해야 한다. 일부 강성 지지자들이 SNS에 칭송 댓글을 달고 자신의 이름이 회자되는 것에 고무돼 점점 발언의 강도가 세진다. 잠깐 주목받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어느새 '막말 정치인'이란 타이틀이 붙게 될 것이다.

그래도 지역구에선 왕 대접을 받지 않느냐며 위안을 삼을 지 모르겠다. 그러나 국회의원 표밭 관리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밀려드는 민원에 귀찮은 티라도 내면 다음 선거에서 두고보자 아우성이다. 밥을 먹다가도 지역구 국번으로 걸려온 전화는 만사를 제치고 바로 받아야 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필수 자세다.

공천 시즌이 다가오면 그야말로 모든 것을 내던져야 한다. 국회의원 4년이 오로지 공천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어제는 '따뜻한 보수'였다가 오늘은 '배신의 정치'를 비난하는 대열에 서기도 한다. 당 대표를 향하던 '당 대포'가 공천자의 흥을 돋구는 탬버린이 될 필요도 있다.

이렇게 또 한 번 4년을 보장받아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단지 지역구 민원 처리 요령이 늘고 권력 눈치를 더 잘 볼 수 있을 것이다.처음 선거에 나서 '확 바꾸겠다'고 소리 높였던 낡은 정치가 자신의 미래가 되고만다.

정치 변화를 바라는 민심이 요동치는 선거 한복판에서 우리 정치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권력 구조의 개편을 위한 개헌, 대표성을 상실한 의회 제도와 선거 제도의 개선, 정당 민주화를 위한 시스템 구축 등 진짜 시급하게 바뀌어야 할 것들을 고민하는 후보들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근본적으로는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의 본분을 망각하고 권력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를 바꾸겠다고만 할 뿐 진정으로 유권자들 앞에 검증받고 선택받아야 하는 것은 정치의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 지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당선일 것이다. 그러나 당선이 되면 국회의원 배지는 달 수 있을지언정 당선만 된다고 국회의원 노릇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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