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런치리포트-허점투성이 공직자 재산신고②]직계존비속 고지거부제 재산 은닉수단 우려도

진경준 검사장,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잇따른 비리 의혹이 뒤늦게 드러난 것은 현행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의 허점 때문이다. 재산등록과 공개가 이해충돌 방지 등 공직자 윤리의 가장 기본이 된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우병우 민정수석이 실제 재산 규모보다 액수를 축소해 재산 신고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비상장주식을 액면가로만 신고하도록 한 공직자윤리법 규정 탓이다.
공직자윤리법 4조는 등록재산의 가액 산정방법이 규정돼 있지만 상장주식과 장외거래되는 비상장주식은 재산등록 기준일의 최종거래가격으로 신고하도록 한 반면 '그 외의 주식은 액면가'로만 신고하도록 해 비상장주식에 대한 가액을 축소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다.
우 수석의 경우 부인이 보유한 골프장 등의 부동산 자산을 가족법인을 통해 소유하는 방식으로 실제 수백억원에 달하는 자산 가치를 수천만원으로 대폭 줄일 수 있었다. 가족법인이 부동산 자산을 소유하고 있어도 공직자윤리법 상 가족법인 주식의 액면가만 신고하면 되기 때문이다. 즉 비상장주식을 통해 우회적으로 재산을 보유하면 재산을 수백분의 1 수준으로 신고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가족법인을 통해 소유한 사무실이나 고급 자동차 등의 재산도 재산신고에서는 누락됐다.
진 검사장 역시 넥슨과 넥슨재팬 비상장주식을 뇌물로 받아 1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겼지만 공직자윤리법의 비상장주식 신고 조항은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 공직자윤리법은 비상장주식 외에도 국채와 공채, 회사채 등의 유가증권을 액면가로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거래시 평가가 어려운 비상장주식이라도 단지 액면가가 아닌 공정가액 혹은 순자산가액 등을 반영하거나 그 가액 평가에 대한 충분한 소명을 요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재산 신고를 제대로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재산 형성 과정이 직무상의 정보나 영향력에 기반한 것인지를 철저하게 가릴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직자윤리법 8조에는 등록사항의 심사 규정을 두고 공직자윤리회가 재산등록 사항에 대한 자료제출과 소명 요구, 조사 의뢰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정을 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등록한 재산의 소유자별 취득일자, 취득경위 및 소득원 등' 재산형성 과정을 소명하게 할 수 있도록 했으나 의무 사항이 아니고 재산형성 과정 소명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나 요건도 없어 사실상 요식행위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실제 진 검사장은 지난해 검사장 승진 시 넥슨 주식을 신고했으나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에서 직무 연관성이 없다는 판정을 받아 인사 검증 과정에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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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양 의무가 아닌 직계존속 및 비존속의 재산 고지를 거부할 수 있는 조항 역시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지난 2014년 기준 재산등록 의무자 총 12만7414명 중 고지거부자는 2만6665명으로 그 비율이 20.9%에 달한다. 5명 중 1명은 부모와 자녀 재산을 빼놓고 재산을 공개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국회의원은 그 비율이 37.3%로 월등히 높아 재산공개 의무를 교묘히 빠져나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따라서 보다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받는 고위 공무원에 한해서라도 부양 여부와 상관없이 재산등록과 공개를 할 수 있도록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법제원은 지난해 말 인사혁신처 연구용역사업으로 제출한 '공직윤리 강화를 위한 공직자윤리법 정비방안' 최종보고서에서 '정무직공무원 등의 재산등록 의무 등'을 신설해 재산등록 범위에 본인과 배우자, 본인이 부양하는 직계존비속은 물론 본인의 2촌 이내의 직계존비속을 포함시키는 개정안을 제시했다.
공직자 재산등록 사항을 심사하는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존재로 머물고 있어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는 문제점도 크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심사결과 거짓으로 등록했거나 직무상 알게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상당한 혐의가 있다고 의심되는 등록의무자에 대해 증명서류를 첨부하고 법무부장관에게 조사를 의뢰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행정부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지침을 내려 보완, 명령, 시정 등의 조치를 취하는 식으로 마무리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조사의뢰권이 큰 효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다.
여기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공정성과 객관성, 독립성을 담보할 인적 구성 문제도 논의할 거리다. 현재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총 11명의 위원 중 4명이 정부 소속 위원이다. 공직자윤리법 적용 대상자인 공무원이 공직자 윤리를 감시하는 꼴이라 엄격한 법 적용이 가능할 지 물음표다.
한국법제원은 인사혁신처 연구용역보고서에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실무자 내지 간사 이외에는 원칙적으로 외부 위원으로 구성하고 위원 자격도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