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지지하지 않는 국민 설득하는 '통합'의 리더십 보여야

사실상 대권 행보에 나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모처럼 활짝 웃었다. 지난 18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였다. 대구시민들은 반 전총장이 차에서 내리자 태극기를 흔들며 그를 환영했다. 일부 시민은 “대통령 반기문”을 연호했다. 약 100여명의 시민이 그의 뒤를 졸졸 쫓아다녔다. 얼굴 한 번 보기 위해서였다. 봉하마을, 진도 팽목항, 조선대 등에서 안 좋은 민심을 연이어 접한 반기문 선거준비팀 사람들도 그제야 환하게 웃었다.
보수층의 민심을 확인한 게 자신감으로 이어졌기 때문일까. 반 전총장은 이날 저녁 작심한 듯 그동안 참아왔던 속내를 털어놨다. 자신이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에 환영 입장을 보였다는 논란에 대해 반 전총장은 "위안부 문제는 그분(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합의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12·28 합의가) 그 정도는 아니라도 기틀은 잡혀간 것이라고 한 것이지 완전히 끝났다고 말한 건 아니었다"고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러면서 “역사적 과오를 저지른 것처럼 말하는데 절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자신의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방식대로 성묘를 한 것뿐인데 이것이 온라인에서 희화화되고 공항철도 발매기에 1만원권 2장을 한꺼번에 집어넣는 장면이 '거짓 서민행보'로 비난받는 데 대한 안타까움도 전했다. 반 전총장은 "정책 얘기를 하면 어떤 누구하고도 세계 모든 일을 얘기할 수 있다"며 왜곡으로 본질을 흐리지 말자고 항변했다.
모든 질의‧응답을 거부하며 입을 닫은 지 이틀 만의 발언이었다. 반 전총장은 봉하마을, 진도 팽목항, 조선대 등을 방문하면서 냉담한 반응을 접하고 '입'을 닫았다. 위안부 합의 축하 발언 논란에 대한 의견, 앞으로의 정치행보, 청년실업문제에 대한 정책구상 등 국민이 궁금해할 만한 사안들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반 전총장은 준비된 발언 외에 어떤 질문도 받지 않았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여론이 이렇게까지 나쁘게 흘러갈 줄은 몰랐다”는 게 반 전총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차후에 설명할 자리가 있을 것"이라며 "기다려달라"고도 했다. 전략적으로 말을 아끼고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뒤에 준비된 정책과 철학을 설명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전날 있었던 "나쁜놈들" 발언 이후 반 전총장이 '입'뿐 아니라 '귀'까지 닫은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반 전총장은 전날 위안부 합의 축하 발언 논란에 대한 문제를 집요하게 물어보는 기자들을 "몹시 나쁜 놈들"이라고 표현했다. 온라인에서 자신이 희화화되는 것에 대해서는 "왜 할 일 많은 젊은 분들이 페이크뉴스, 가짜뉴스, 남을 헐뜯는 것에 기쁨을 느끼고 있냐"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는 자신의 위안부 발언에 대해 궁금해하는 국민과 기자들을 '나쁜' 적으로 규정하고 그들의 시각과 견해를 받아들일 의향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큰 발언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참 나쁜 사람"이라고 말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년간 '불통'의 벽을 끝내 허물지 못했다. 자신을 비난하거나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적으로 규정하고 자신과 생각이 같은 사람들의 말만 들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박 대통령의 주변에 충언하는 사람은 사라지고 귀에 순한 말만 하는 간신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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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대권행보에 나선 만큼 반 전총장에 대한 검증절차에 돌입하는 건 당연한 순서다. 반 전총장을 환영하고 기대하는 지지자들도 있지만, 진정성을 의심하고 철학을 검증하고 싶은 국민도 있기 마련이다. 지지자의 말도 민심이고 반대하는 사람의 말도 민심이다. 다양한 국민에게 자신의 비전을 보여주고 차분히 진정성에 대해 설득해나가는 것이야말로 반 전총장이 주장한 대통합의 시작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