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한풀 꺾인 반기문 러브콜… 정운찬 출판기념회의 이면

# 대선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이곳저곳 사랑의 화살이 날아다닌다. "우리와 함께 하시죠." 대선 잠룡들에 대한 각 정당의 '러브콜'이다. 19일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의 출판기념회는 러브콜의 성찬이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반드시 정 이사장이 국민의당에 오셔서 한번 (대선후보 경선에) 겨뤄봤으면 좋겠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천정배 전 대표는 "다른 곳 가실 것 없고, 제가 몸담은 국민의당으로 오셔야 한다"고 했다.
최근 정운찬보다 러브콜을 더많이 받은 이는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다. 12일 입국 전후로 새누리당, 바른정당, 국민의당에서 러브콜이 쏟아졌다. 워낙 영입경쟁이 뜨겁다보니 반 전 총장은 귀국만 하면 온갖 정치세력이 자신을 중심으로 '빅텐트'를 이루는 그림을 상상했을 법하다.
# 러브콜의 유래를 알면 마냥 좋아할 수 없다. 언제부턴지 확인하기 어렵지만 유통업계에서 태어난 말이다. 백화점이 일부 단골 VIP 고객에게 세일기간 전에 연락, 즉 '콜'(call)을 한다. 구매는 세일 전에 하는데 결제는 세일가격으로 할 수 있게 안내한다. 일종의 편법으로, 썩 정정당당한(?) 방식은 아니다.
정당의 러브콜이 대개 그렇다. 당장 내일이라도 대선후보를 만들어줄 것처럼 말한다. 조직, 자금, 캠페인 뭐든 걱정할 것 없다고. 몸만 들어오라고. 현실이 어디 그런가. 일단 불러놓고 나면 살벌한 생존경쟁에 내몰린다. 잘하면 불쏘시개, 그것도 안 되면 용도폐기다.
총선, 특히 비례대표 공천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꽤 유능하고 어느 정당이 내세워도 유권자에게 먹힐 만한 인물이라면 영입경쟁 또는 '침바르기' 작전이 벌어진다. 러브콜을 보내다가 막판에 공천이 무산되는 게 후자의 경우다. 영입하지 못할 바에 남의 당에 가는 것이라도 막아야 내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 러브콜을 많이 받았다고 해서 꼭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2007년 집권 가능성이 높던 한나라당을 탈당하는 정치적 결단을 내리고 그에게 열렬한 구애를 보낸 범여권, 지금의 야권에 합류했다. 결과는 대선 경선 패배였다. 그로부터 벌써 10년이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도 특정세력 또는 국민적 '러브콜'을 받고 정계 입문했다. 문 전 대표가 현재 대권에 가까이 갔다고 해도 그가 수없이 받았던 러브콜의 효과라기보다 상당기간 단련과 숙성, 절치부심의 기간을 거친 덕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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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특히 대권에 관심있는 인물이면 당장 주변에서 들썩거리는 러브콜에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러브콜을 보증수표쯤으로 여기면 낭패다. 천정배 전 대표는 정운찬 출판기념회에서 "대권주자로 추대하는 것까지 고려해보겠다"고 했다. 좋은 날 건네는 덕담 정도니까 의미부여를 하면 곤란할 것이다.
반기문 전 총장에 대한 러브콜은 일주일새 풀이 꺾였다. '반풍'이 생각보다 세지 않다고 보니 저마다 계산기를 다시 두드리고 있다. 여권엔 '반(반기문) 대신 황(황교안)'이란 말도 떠돈다. 하긴, 빨리 달아올랐다 금세 식는 게 사랑(러브)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