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레터]러브콜, 사랑은 빨리 식는다

[the300 레터]러브콜, 사랑은 빨리 식는다

김성휘 기자
2017.01.20 10:39

[the300]한풀 꺾인 반기문 러브콜… 정운찬 출판기념회의 이면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저서 '동반성장이 답이다' 출판기념회에서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한 뒤 내빈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3지대론의 핵심 인물인 정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침몰하는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국가 혁신을 위한 동반성장 5대 정책’을 시행하겠다"며 대선 출마의사를 공식 선언했다. 2017.1.19/뉴스1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저서 '동반성장이 답이다' 출판기념회에서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한 뒤 내빈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3지대론의 핵심 인물인 정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침몰하는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국가 혁신을 위한 동반성장 5대 정책’을 시행하겠다"며 대선 출마의사를 공식 선언했다. 2017.1.19/뉴스1

# 대선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이곳저곳 사랑의 화살이 날아다닌다. "우리와 함께 하시죠." 대선 잠룡들에 대한 각 정당의 '러브콜'이다. 19일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의 출판기념회는 러브콜의 성찬이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반드시 정 이사장이 국민의당에 오셔서 한번 (대선후보 경선에) 겨뤄봤으면 좋겠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천정배 전 대표는 "다른 곳 가실 것 없고, 제가 몸담은 국민의당으로 오셔야 한다"고 했다.

최근 정운찬보다 러브콜을 더많이 받은 이는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다. 12일 입국 전후로 새누리당, 바른정당, 국민의당에서 러브콜이 쏟아졌다. 워낙 영입경쟁이 뜨겁다보니 반 전 총장은 귀국만 하면 온갖 정치세력이 자신을 중심으로 '빅텐트'를 이루는 그림을 상상했을 법하다.

# 러브콜의 유래를 알면 마냥 좋아할 수 없다. 언제부턴지 확인하기 어렵지만 유통업계에서 태어난 말이다. 백화점이 일부 단골 VIP 고객에게 세일기간 전에 연락, 즉 '콜'(call)을 한다. 구매는 세일 전에 하는데 결제는 세일가격으로 할 수 있게 안내한다. 일종의 편법으로, 썩 정정당당한(?) 방식은 아니다.

정당의 러브콜이 대개 그렇다. 당장 내일이라도 대선후보를 만들어줄 것처럼 말한다. 조직, 자금, 캠페인 뭐든 걱정할 것 없다고. 몸만 들어오라고. 현실이 어디 그런가. 일단 불러놓고 나면 살벌한 생존경쟁에 내몰린다. 잘하면 불쏘시개, 그것도 안 되면 용도폐기다.

총선, 특히 비례대표 공천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꽤 유능하고 어느 정당이 내세워도 유권자에게 먹힐 만한 인물이라면 영입경쟁 또는 '침바르기' 작전이 벌어진다. 러브콜을 보내다가 막판에 공천이 무산되는 게 후자의 경우다. 영입하지 못할 바에 남의 당에 가는 것이라도 막아야 내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 러브콜을 많이 받았다고 해서 꼭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2007년 집권 가능성이 높던 한나라당을 탈당하는 정치적 결단을 내리고 그에게 열렬한 구애를 보낸 범여권, 지금의 야권에 합류했다. 결과는 대선 경선 패배였다. 그로부터 벌써 10년이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도 특정세력 또는 국민적 '러브콜'을 받고 정계 입문했다. 문 전 대표가 현재 대권에 가까이 갔다고 해도 그가 수없이 받았던 러브콜의 효과라기보다 상당기간 단련과 숙성, 절치부심의 기간을 거친 덕분일 것이다.

정치에, 특히 대권에 관심있는 인물이면 당장 주변에서 들썩거리는 러브콜에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러브콜을 보증수표쯤으로 여기면 낭패다. 천정배 전 대표는 정운찬 출판기념회에서 "대권주자로 추대하는 것까지 고려해보겠다"고 했다. 좋은 날 건네는 덕담 정도니까 의미부여를 하면 곤란할 것이다.

반기문 전 총장에 대한 러브콜은 일주일새 풀이 꺾였다. '반풍'이 생각보다 세지 않다고 보니 저마다 계산기를 다시 두드리고 있다. 여권엔 '반(반기문) 대신 황(황교안)'이란 말도 떠돈다. 하긴, 빨리 달아올랐다 금세 식는 게 사랑(러브) 아닌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9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방문한 가운데 학생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2017.1.19/뉴스1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9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방문한 가운데 학생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2017.1.19/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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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휘 국제부장

머니투데이 미래산업부(유니콘팩토리) 김성휘입니다. 국회/정당/청와대를 담당했고(정치부) 소비재기업(산업부), 미국 등 주요증시/지정학/국제질서 이슈를(국제부) 다뤘습니다. EU와 EC(유럽연합 집행위), 미국 워싱턴DC 싱크탱크 등을 경험했습니다. 벤처스타트업씬 전반, 엔젤투자, 기후테크 등 신기술 분야를 취재합니다. 모든 창업가, 기업가 여러분의 도전과 열정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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