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국당의 고민 "태극기 막았더니 흥행 아쉽네"

[르포]한국당의 고민 "태극기 막았더니 흥행 아쉽네"

부산=우경희 기자
2017.03.22 12:57

[the300]부·울·경 연설회, 홍준표-김진태 '바른당 연대' 놓고 설전

"태극기를 막는거까진 좋았는데, 막상 안들어오니 흥행이 아쉽네요."(자유한국당 당직자)

22일 오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경선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비전대회 행사장. 2700석의 자리가 준비됐지만 군데군데 빈자리가 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당 안팎의 분위기가 최악임을 감안하면 대대적으로 힘을 모아야 할 행사였지만 혹 흥행에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오전 11시20분쯤 이인제, 김관용, 김진태, 홍준표(이상 기호순) 등 예비후보가 들어서자 지지자들이 환호로 반겼다. 하지만 크지 않은 환호소리는 높은 행사장과 빈 의자 사이를 공허하게 울렸다. 후보들이 직접 초청한 당원들이 착석하기로 한 2층엔 유독 빈자리가 많았다. 행사장 왼쪽과 오른쪽 끝에도 군데군데 빈자리가 보였다.

행사장 밖에서 대기하던 인원들이 차차 들어서 빈자리를 채웠지만 입추의 여지가 없었던 지난해 당대표 선출 지역순회 당시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조기대선을 코앞에 두고 대권주자를 선출하기 위한 과정에서 열린 첫 지방 현장 연설임을 감안하면 당 관계자들의 아쉬움은 더 커보였다.

한국당은 이날 행사를 앞두고 각 후보들에게 "태극기부대 동원과 행사장 내 격렬한 응원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17일 있었던 63빌딩 비전발표에서 태극기부대는 친박(친박근혜) 청산을 기치로 내건 인명진 당 비대위원장에게 원색적 욕설을 퍼붓고 김진태 외 후보들의 연설을 방해하는 등 돌출행동을 했다.

이날 행사는 사전신청을 받지 않고 현장에 도착,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임이 확인되면 비표를 나눠주는 형태로 참관을 허용했다. 여기에 태극기부대 진입을 막으면서 비전대회 내부는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들로 채워졌다. 63빌딩 행사에서 홍역을 치렀던 인 위원장도 당원들의 따뜻한 박수 속에 환대를 받았다. 인 위원장의 환영사 과정에서 일부 당원이 "내려와!"라는 등 고성을 외치기도 했지만 단발에 그쳤다.

차분한 행사장 내부와 달리 행사장 밖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전국에서 몰려온 500여명의 태극기부대가 행사장 진입을 요구하며 몸싸움 직전의 상황을 연출했다. 뒤늦게 도착한 일부 취재진과 진성당원들도 이 혼란에 휘말리며 행사장 진입이 늦어졌다. 흥분한 태극기부대를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이만기 인제대 교수가 진정시키는 모습도 포착됐다.

태극기 없는 행사장 안에선 텃밭에 온 격인 홍준표 후보에게 장내가 떠나갈 듯한 환호와 연호가 쏟아졌다. 경선 일정 탓에 사실상 이날 비전대회가 최종 후보 선출 전당대회를 제외하면 마지막 공개 정견발표다. 울산에서 왔다는 한 지지자는 "일정이 홍준표 지사에게 유리하다고 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 홍 후보의 연설이 끝나자 이후 순서가 남았음에도 3분의1가량의 당원이 자리를 떴다.

가장 먼저 연단에 나선 김진태 후보는 "보수 통합을 하자는 데 바른정당이 보수라고 생각하느냐"며 "바른정당은 사이비 보수"라고 했다. 보수통합을 주장하는 다른 후보들을 겨냥한 발언이다. 김 후보는 "아무리 바빠도 원칙은 갖고 가야 한다"며 "태극기 시민들을 저렇게 아스팔트에 그대로 둘 것이냐. 이들의 마음을 보듬어 우리 당으로 끌어들이고 보수를 재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홍준표 후보는 바른정당과 연대 불가론을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대동단결해야 한다"며 "노무현정권은 뇌물로 시작해 뇌물로 끝났는데 이대로 가면 노무현 뇌물공화국이 또 들어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태극기집회 하시는 분들의 마음을 내가 다 안다. 헌데 이제는 한 마음으로 가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를 놓고는 에둘러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공격했다. 그는 "풀은 바람이 불면 눕는다는데, 검찰은 바람이 불기도 전에 알아서 눕는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여부는 문재인 후보가 아마 지금 '구속이 유리한지 구속 안하는 게 유리한지' 열심히 계산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용 후보는 "나는 중앙정치에 빚이 없는 바닥에서 살았던 사람"이라며 "노련한 뱃사공이 물길을 잘 알고 노를 저어 가듯 경제전문가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보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후보로 선출된다면 즉시 대한민국 보수 지도자들을 만나 통합연대로 한번 제대로 문재인과 붙어보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연단에 선 이인제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을 잘못 모신 사람들은 모두 감옥에 가 있는데, 전 대통령을 뇌물로 얼룩지게 만든 주역들은 지금 마치 정권을 다 잡은 양 하고 있다"며 "반드시 승리를 이끌어낼 장수 이인제를 전쟁터로 내보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시골 논두렁에까지 도박장을 만들어 서민들의 피를 빨아 수조원의 더러운 돈을 노무현정권에 흘러들어가게 한 사건이 바로 바다이야기"라며 "이걸 조사하겠다는 대검 강력부장을 청와대에 다녀온 검찰총장이 막아섰는데 그때 비서실장이 바로 문재인이고 이런 사람들이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날뛰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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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 the300 국회팀장 우경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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