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김정은 2박3일 묵은 세인트레지스, 검문검색·도로통제 풀려…취재열기는 계속

북미정상 간 '세기의 담판'이 끝난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박3일간 머물고 떠난 싱가포르 세인트레지스 호텔은 평온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오후 10시20분쯤(한국시간 11시20분) 호텔에서 나와 인공기가 달린 검은 리무진을 타고 창이공항으로 향했다. 지난 10일 오후 세인트레지스 호텔에 도착한 지 이틀 만이었다.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 머문 3일간 세인트레지스 호텔은 거의 요새처럼 봉쇄됐다. 무장경찰과 구르카 용병 무장병력 수십명이 호텔 정문과 후문을 비롯한 건물 전면을 둘러쌌으며, 소방차와 앰뷸런스 등이 대기해 긴장감이 조성됐다. 차량 검문을 위한 대형 천막이 세워졌고 호텔 입구엔 엑스레이 검문대가 세워져 투숙객을 비롯한 행인들의 소지품 검사와 몸 수색이 실시됐다.
13일 현지 택시를 탑승해 기사에게 세인트레지스 호텔로 가달라고 하자 흔쾌히 응했다. 지난 4일간 인근 교통통제로 택시기사들이 세인트레지스행을 거부했다. 택시는 호텔 정문 바로 앞에 내렸고, 직원이 아무런 경계심 없이 차문을 열어 호텔 안으로 안내했다. 호텔 내부 를 가리기 위해 입구쪽에 둘러졌던 수십개의 화분도 없어졌다.
전날 밤까지 호텔 입구에 세워져 있던 엑스레이 검색대와 보안 직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 며칠간 호텔 로비에 상주하던 싱가포르 경찰들과 보안 직원들, 취재진 등 수십여명이 사라져 로비가 매우 한산한 모습이었다. 김 위원장이 외출할 때마다 통제라인을 만들기 위해 동원됐던 도구들도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이 호텔의 경계가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었다. 김 위원장이 묵은 것으로 알려진 호텔 20층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을 둘러보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니 호텔 직원이 따라왔다. 다른 투숙객 편에 올라가려 했으나 수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룸 키를 보여달라고 했다. 투숙객이 아니라고 하니 동료 직원들과 무전하며 1층으로 안내했다. 1층에 나온 다른 호텔 직원은 방문 목적을 물으며 호텔 밖으로 나가라고 했다.
이곳 호텔 직원들은 지난 며칠간 기자들의 얼굴을 외운 것으로 알려진다. 정상회담이 열린 전날(12일)엔 이 호텔에 묵고 있는 기자들까지도 출입에 제한을 받았다. 가방을 뒤져 프레스 취재증이 나오면 쫓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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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로비 내 레스토랑 테이블은 지난 며칠과 달리 대부분 비어있었다. 투숙객으로 보이는 한 테이블과 기자로 추정되는 이들 4~5명이 보였다. 김 위원장이 떠났음에도 흔적을 담으려는 취재진의 방문이 이어진 것이다. 다만 전날까지 전세계 수십명 기자들로 '점령'됐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지난 3일간 전세계에서 온 수십명의 기자들은 김 위원장의과 북측 관계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취재하기 위해 음료를 계속 바꿔 주문하면서 이 레스토랑 자리를 온종일 사수했다. 호텔 직원들과의 '눈치싸움'도 수일째 지속됐다. 철저한 경호 탓에 휴대전화를 손에 들고 있기만 해도 '퇴장' 경고를 당하기 일쑤였다. 결국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담판'을 앞둔 전날(12일) 오전엔 이곳 레스토랑이 문을 닫아버렸다. 김 위원장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