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해병대가 고(故) 채수근 상병 순직 사고 조사 결과와 관련, 김계환 사령관 명의 대국민 사과문 발표를 추진하다가 유보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국방부가 채 상병 순직 사고와 관련해 임성근 해병 1사단장을 비롯한 해병 지휘관들에게 '과실 치사' 혐의를 명시한 박정훈 해병 대령의 조사 보고서 경찰 이첩을 유보하라고 지시한 뒤 벌어진 일이다.

외교 안보 소식통에 따르면 해병대는 지난달 31일 해병대의 채 상병 사고 관련 중간 조사 결과 브리핑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김 사령관 명의의 대국민 사과문 발표도 추진했다.
하지만 국방부와 협의를 거쳐 브리핑을 취소하면서 대국민 발표 기회가 유보되자 김 사령관의 대국민 사과도 취소됐다. 한 소식통은 "조사 결과를 보면 지휘관의 과실이 있고 국민적 관심이 있어 안전 의식 소홀 등에 대한 사과를 해야겠다는 준비가 내부적으로 있었다"면서도 '브리핑 지연'에 따라 현실화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취재 결과 박 대령이 '과실 치사' 혐의를 주장한 임성근 해병 소장이 지휘하는 해병 1사단이 비축해왔던 구명조끼는 3400여벌이다. 당시 집중호우와 관련한 대민지원에 투입된 해병 병력(1500여명)의 2배를 웃도는 규모다. 해병 1사단 전 병력에게 한 벌씩 돌아갈 규모의 물량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채 상병 등 수색 작업에 참가한 해병 1사단원은 모두 입을 수 있는 물량이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한 해병대 수뇌부의 공식 입장이 전국민적 주목을 받아 왔던 가운데 김 사령관을 중심으로한 해병대가 당초에는 입장 표명에 속도를 내려 했음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브리핑 취소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박 대령 조사 결과에 대해 법리 검토를 지시한 것이 배경이다. 박 대령은 김 사령관으로부터 해병대 수사단장 보직 해임 전 "내가 옷 벗을 각오로 국방부에 건의하고 경찰에 이첩하는 방안도 있다"는 지지성 발언을 들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해병대 사령부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라며 "군 검찰단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해병대 측에서는 "김 사령관이 이번 사건의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옷을 벗을 각오였다는 발언이었다"며 박 대령이 공개한 김 사령관 발언록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박 대령이 공개한 문건에는 김 사령관이 조사 보고서 내용, 경찰 이첩 여부를 두고 군 상층부와 충돌하던 박 대령에게 "술 한잔 하자"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등 발언을 했다는 내용도 적혀있다. 실제 김 사령관은 박 대령 등 간부들과 술자리를 가지며 사건 처리 등을 의논한 사실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군 리더로서 참모진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가 의견을 경청하려 했던 자세로도 읽히지만 당시 이첩 관련 군 내부 논란에 강한 부담감을 받았다는 인상도 안길 수 있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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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김 사령관은 박 대령이 보직 해임될 때는 "지금부터 보직해임이다. 앞으로 많이 힘들거야. 잘 견디고.."라고 말했다고 박 대령은 주장하고 있다.
다만 해병대 측은 박 대령이 공개한 문건의 내용이 양자 간 독대한 와중에 이뤄진 대화로 확인이 어려운 부분이 있고 사실이 왜곡된 내용도 포함돼 있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박 대령 변호인인 김경호 변호사는 국방부 검찰단의 외압 의혹 등을 제기하며 조사 발표가 공명정대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국방부는 박 대령에 대해 사실이 아닌 허위 사실을 일방 주장해 왔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