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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전격적으로 당 대표직을 사임했다. 지난 3월10일 당 대표로 선출된지 279일 만이다. 전날 친윤석열계(친윤) 핵심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 결정적 계기다.
그동안 김 대표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인요한 혁신위원회를 출범하며 내년 총선 대비 체제 구축에 집중했지만 '당 주류의 희생'을 요구한 혁신위 활동이 성과없이 종료되면서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결국 김 대표가 자진 사퇴를 결심하면서 국민의힘은 사실상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가 이날 불출마를 전격 발표한 것은 당 지도부 차원의 과감한 쇄신과 희생 없이는 내년 총선 승리가 어렵다는 절박한 인식에 따른 것이다. 최근 당 지도부에 공유된 수도권 대패 시나리오 등 내년 총선에서 승리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언론 보도로 흘러나온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급기야 당 일각에선 기존 지도부 체제로는 내년 총선에서 100석 획득도 어렵다는 얘기까지 나왔을 정도다. 이 경우 개헌 또는 심지어 대통령 탄핵소추도 막기 어려울 수 있다.
당분간 국민의힘은 윤재옥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으로서 비대위 등 차기 지도체제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이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사임 소식을 알리며 "윤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당을 빠르게 안정시켜, 후안무치한 민주당이 다시 의회 권력을 잡는 비극이 재연되지 않도록 저의 견마지로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차기 지도체제로 새 당대표 선출, 비대위 전환 등의 시나리오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민의힘 당헌 26조에 따르면 당 대표가 궐위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임시전당대회를 개최해 다시 선출된 당 대표를 지명해야 한다. 당 대표의 잔여 임기가 6개월 미만일 경우 원내대표가 당 대표직을 승계하지만, 김 대표의 경우 임기가 15개월 가량 남아 있어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년 4월 총선을 넉달로 채 남겨두지 않은 만큼 현실적으로 전당대회 개최는 어렵다. 결국 비대위 구성이 유력시된다.
당헌 제96조에 의하면 당 대표 사퇴 등 궐위 시 당 대표 권한대행이 그 즉시 지도체제를 비대위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당헌에 따르면 △당 대표 사퇴 등 궐위 △선출직 최고위원·청년 최고위원 중 4인 이상의 사퇴 등 궐위 △그 밖에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원 찬성으로 비대위의 설치를 의결한 경우 비대위를 구성할 수 있다. 비대위원장은 전국위원회 의결을 걸쳐 윤 원내대표가 임명한다.
당 안팎에서는 비대위원장 후보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안대희 전 대법원장, 권영세 통일부 전 장관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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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윤 원내대표의 당대표 권한대행 체제로 가다가 곧장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 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선대위가 출범하면 사실상 선대위가 지도부 역할을 다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비대위로 전환하더라도 공천관리위원회나 선대위로 모든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되려 명망있고 인지도도 높은 인사를 비대위원장보다는 선대위원장 등으로 영입하는 것이 보다 선거에 유리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