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버티면 저쪽에서 사고 칠 거야"

[기자수첩] "버티면 저쪽에서 사고 칠 거야"

박소연 기자
2025.01.15 05:10

[the300]

"당내에서 '길게 봐라. 조금만 버티면 (더불어)민주당이 사고 칠 것이고, 우리에게 기회가 올 것'이란 말들이 나온다."

국민의힘 소장파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비상계엄·탄핵 정국에서도 이 당의 쇄신과 변화가 요원한 이유"라며 이같이 말했다. 굳이 힘들게 뼈를 깎는 쇄신과 개혁을 하지 않더라도 경쟁상대인 민주당이 큰 실책을 범하면 그 반사이익으로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인식이 여당에 팽배하단 얘기다.

얼마 후 민주당발 '카카오톡 검열 논란'이 터졌다. 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 공동 위원장인 전용기 의원은 10일 "커뮤니티, 카카오톡을 통해서도 가짜뉴스를 퍼나르는 것은 충분히 내란 선전으로 처벌받는다"며 "단순히 일반인이어도 내란 선동이나 가짜뉴스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국민의 사적 대화를 검열하느냐는 비판이 빗발치자 민주당은 "카카오톡상으로 퍼지는 내란 선동과 가짜뉴스 제보를 통해 접수받고 이를 토대로 문제 여부를 검토하겠단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내란 선전 가짜뉴스' 여부를 누가 판단하냐다. 현재 '내란'은 지극히 정치적인 개념으로, 가치중립적 판단이 어렵단 점에서 민주당의 조치는 표현의 자유 겁박으로 인식될 여지가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민주당의 실책은 곧 기회다. 전 의원을 고발하는 등 총공세에 나섰다. 그러나 실책은 민주당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국민의힘에선 김민전 의원이 '백골단' 국회 기자회견을 주선하며 파문을 낳았다. 김 의원은 1980~90년대 시위 진압 전문 경찰부대인 '백골단'의 이름을 딴 청년 조직을 지난 9일 국회에서 소개한 뒤 사과의 뜻을 밝혔으나 야당의 반격을 피해가진 못했다.

여야가 백골단과 카톡 검열 논란에 대한 공방을 주고받으며 자신의 실수를 덮는 형국이다. 비판 논평, 의원 고발, 제명결의안 제출 등 방식도 대동소이하다. 상대의 잘못을 최대한 더 부각하는 게 목적이다.

비상계엄 사태 후 진영간 대립이 날로 격해지면서 여야 모두 자신에 대해선 점점 관대해지는 것 같다. 잘못을 해도 "그래도 저쪽보단 낫지 않냐"고 눙친다. '누가 더 잘하냐'는 경쟁은 실종되고, '누가 더 잘못했나' 대결만 남았다. 새는 양 날개로 나는데, 양쪽 모두 반대편 날개가 망가지기만 바라는 나라가 정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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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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