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서울=뉴시스] 3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모습. /사진=황준선](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5/01/2025012416314288091_1.jpg)
"지금 정치 구조에선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이나 서로 더 잘하려고 경쟁할 필요가 없어요."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발하고 탄핵 정국이 시작된 이후 주목받고 있는 개헌론에 대해 묻자 한 헌법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정치의 구조적인 문제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정치인과 정당은 4년마다, 5년마다 전쟁을 치른다. 4년짜리 총선에서 승리하면 입법부를, 5년짜리 대선에서 승리하면 행정부를 점령한다. 승부엔 많은 표차가 필요 없고 과반 득표 역시 필수적이지 않다. 단 한 표 또는 단 한 석이라도 경쟁자보다 많이 차지하는 쪽이 다음 선거가 올 때까지 입법 주도권 또는 대권을 가져가는 '승자독식'의 방식이다. 1위가 아니면 모두 무의미한 '죽은 표'가 된다.
'승자독식' 승부에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기만 하면 된다. 지금처럼 양당제 정치구조가 공고한 상황이라면 상대 진영의 실책은 자기 진영의 이득이 된다. 각 정당이 애써 잘하려 들지 않고 상대 진영을 깎아내리는 데 주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선에서 패배한 진영은 5년 뒤 대선 승리를 위해 정권 발목잡기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물론 정권재창출이 목표인 정부와 집권여당 역시 야당의 의견을 묵살하는 게 쉬운 길이다. 야당에게 양보하면 그게 다음 대선에서 야당의 성과로 활용될테니.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은 이런 권력 구조의 문제점이 현실화된 결과다. 현행 헌법 체계의 한계가 극단적으로 드러난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대선에서 승리한 정부와 여당은 '불통' 국정 운영을 하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참패했고 압도적 의석을 차지한 야당의 공세가 본격화됐다. 국무위원과 검사, 감사원장에 대해서까지 줄줄이 탄핵소추안이 통과됐고 쟁점법안은 협상과 설득 없이 야당의 찬성만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민주주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다수결은 마지막에나 쓰이는 수단임에도 절대적인 대원칙인 것 마냥 가장 먼저 쓰였다. 쟁점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과 재표결 후 폐기가 반복되며 국정은 헛돌았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도 거부권 정국이 이어지는 책임을 정부에만 물을 수 없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지금 같은 구조라면 제2, 제3의 대통령 탄핵 사태가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지금의 개헌 논의는 단순한 대통령 힘 빼기나 임기 단축, 중임 여부에 매몰돼선 안 된다.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등 정답을 미리 정해둘 필요도 없다. '승자독식'을 뛰어 넘어 정치 권력구조를 재편하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단 한 번의 개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면 단계적으로 나눠서 할 수도 있다.
독자들의 PICK!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과와 무관하게 1987년 개헌 이후 40년 가까이 유지해 온 우리나라의 권력 구조를 바꿔야한다는 것은 정치권 다수의 의견이다.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대선 후보가 개헌에 대해 어떤 해답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선거의 향방이 갈릴 것이란 전망도 심심찮게 나오다. 분위기는 이미 무르익었다. 비상계엄·탄핵 정국의 수습 과정에서 진정성 있는 권력 구도 재편 방향이 나오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