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자신의 'K-엔비디아 국가 투자론'과 관련해 당내 지도부 의원들을 대상으로 "더 적극 대응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지도부를 대상으로 'K-엔비디아 국가 투자론' 논란과 관련해 '시끄럽더라도 사회적으로 생각해볼 만한 문제다. 잘못 이해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더 적극적으로, 제대로 대응해 달라'는 취지로 당부했다.
이 대표는 최근 자신이 한 유튜브 채널에서 한 발언을 두고 여권에서 비판이 잇따르자 자신의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직접 수 차례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집단지성센터가 공개한 유튜브 채널에 나와 "한국에 엔비디아 같은 회사가 하나 생겼다고 가정하자. (회사의 지분 중) 국민의 지분이 30%이고 70%는 민간(기업)이 가졌다면 (해당 기업에서 창출되는 부를 재분배해) 굳이 세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오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당시 약 45분간 진행된 방송에서 이 대표와 전문가 패널들은 시민들로부터 사전에 받은 AI(인공지능) 기술 관련 질문들을 두고 답변과 토론을 이어갔다.
△'AI가 음악을 만드는 시대가 오면 젊고 재능있는 예술가들은 성장이 어려운 환경이 되지 않을까' △'중국 정부는 공공데이터를 개방해 AI 알고리즘을 발전시켰는데 우리나라는 이 분야 경쟁력 확보를 위해 데이터 개방 정책을 어떻게 개선하고 민간의 협력은 어떻게 강화해야 할까' △'AI와 로봇이 발전하면 취업자보다 실업자가 더 많은 세상, 극소수만 취업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등이었다.
토론 과정에서 이 대표는 "AI 시대가 오면 평범한 많은 사람들의 삶이 좋아질까, 나빠질까"란 질문을 던졌고 이날 토론 사회를 맡은 박태웅 민주연구원 집단센터장은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의 말을 인용해 "AI가 평범한 시민들을 어떤 처지로 몰 것인가는 AI에 달려있지 않고 사람들에 달려 있다"며 "1%의 부자들을 위해 나머지 사람들을 거름으로 삼는 사회체제를 만들지, 생산한 부를 골고루 나눠 모두를 편안한 삶을 살게 할지는 시민들과 사회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이 대표의 발언도 이 대화를 이어가던 중 나왔다. 이 대표는 "인류 역사는 생산성 향상의 역사다. AI 시대에 AI로 인한 엄청난 생산성의 일부를 공공이 갖고 있으면서 국민 모두가 그것을 나누는 시대도 가능하다(고 본다)"며 "예를 들면 지금 AI에 (국가가) 투자해야 하고 (세금으로 구성된 투자금 일부를) 국민펀드 등 형태로 국가가 갖고 있으면서 거기서 생길 생산성 일부를 국민 모두가 골고루 나눠 갖는다면 굳이 세금을 안걷어도 되지 않을까"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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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여권에서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들이 나오자 이 대표는 SNS에 직접 "문맹수준의 식견"이라며 반격에 나섰다.
AI 산업 또는 기업을 국가가 주도적으로 나서 적극 투자·육성하되, 해당 기업이 엔비디아급으로 급성장하면 당초 투자분만큼 국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 주장한 것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 마지막 부분인 '지분 공유'에만 집중해 비판한다는 반박이었다. 이미 성장한 기업의 지분을 국가가 '뺏겠다'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설명이다. 또 국가가 결국 국민 세금으로 구성된 재원을 투입해 전략산업을 키우고 그 성과를 나누는 것은 오히려 친시장적 발상에 가깝다는 주장이었다.
이 대표가 비공개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한 주문은 이번 논란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됐다. 또한 지금은 찬반 논쟁이 있을지라도 이 논쟁이 사회적으로 필요하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AI, 로봇 등 첨단기술 발전이 향후 사회를 어떻게 바꾸고 노동시장을 어떻게 재편할지 알 수 없고 이런 환경 변화 속에서 성장과 분배의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는 우리 정치권과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점에서다.
실제 이날 최고위 공개회의 발언에서 이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다양한 분들이 의견을 많이 내던데 AI 기술 관련 투자와 국가의 역할, 우리 AI 산업의 미래, 이런 문제들을 놓고 이번에 논쟁되는 것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얘기할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며 "괜히 뒤에서 흉을 보지 말고 한 자리에 모여서 토론을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표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이날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국가가 특정산업을 육성하자는 게 어떻게 공상과학이고 공산주의가 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사회적으로 논의가 필요한 의제를 던지는 게 장기적으로 당 지지율에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김병욱 민주당 집권플랜본부 부본부장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행정부 1기에 이어 2기를 맞이하면서 국가가 특정 산업을 키우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런 시대에 국가가 산업정책에 더 적극적으로 앞장서겠다는 것은 시대의 흐름과도 잘 맞는다고 본다"며 "이 대표가 이런 질문과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오히려 국민들로 하여금 '이 대표가 세상의 변화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