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2025 국정감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는 여야 의원들의 고성으로 점철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처리의 정당성을 추궁하는 여당 의원들과 사법부를 감싸는 야당 의원들은 격렬한 언쟁을 벌였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인사말 이후 이석하려 했으나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허가하지 않아 90여분간 자리를 뜨지 못했다.
법사위는 13일 오전 10시10분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법원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법관은 자신의 재판과 관련해 무한책임을 지는 것이고 모든 판결은 공론의 장에서 건전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어떠한 재판을 했다는 이유로 재판사항에 대해 법관을 증언대에 세우는 상황이 생긴다면 법관들이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하는 것이 위축되고 심지어 외부의 눈치를 보는 결과에 이를 수도 있다"고 했다. 본인을 증인으로 채택한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였다.
조 대법원장은 그러면서 "대법원장으로 취임한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 왔으며 정의와 양심에서 벗어난 적이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부를 둘러싼 작금의 여러 상황에 대해서는 깊은 책임감과 함께 무겁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질의를 강행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크게 반발했다. 여야 합의 없이 현재 진행 중인 재판과 관련해 대법원장에게 질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는 것은 국회의 오랜 관례이며 헌법상 원칙을 존중하는 차원"이라며 "삼권분립 원칙을 우리가 파괴한다면 이는 대한민국 헌법의 근간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차대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국회는 대법원장에 대한 출석을 요구할 권한이 있어 출석을 요구한 것이고 전원합의체 판결이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니 부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추 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이 증인이 아닌 참고인이라며 증인 선서 없이 질의를 강행했다. 이를 두고 여야 의원들간 고성이 오갔다.
야당 의원들이 법사위원장석을 둘러싸고 거세게 항의를 했으나 추 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질의를 강행했다. 최혁진 무소속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원래 대법원장으로 유력했던 후보를 굳이 반려하고 사법부를 장악하기 위해 친일 보수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인사를 추천해 조희대 당시 교수를 낙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현희·박균택·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조 대법원장에게 이 대통령 사건의 판결 경위와 근거 등을 질문했다. 하지만 조 대법원장은 이들의 질의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오전 11시39분 국정감사가 잠시 중단되고 난 뒤 조 대법원장은 자리를 떴다.
법사위는 조 대법원장이 자리를 뜬 이후에야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업무보고와 증인선서는 정오가 지나서야 마무리됐고, 오후에도 양평군 공무원 사망 사건 관련 특검 조사실 현장검증 안건을 부결 처리한 뒤에야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대법원 관련 질의에 대한 답변은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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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표 민주당 의원은 천 처장에게 "(이 대통령 재판 관련 기록을) 접수되자마자 전자로 봤다고 하는데 이런 적이 있나"라고 추궁했다. 천 처장은 이에 대해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전원합의체 판결) 반대 의견을 보면 전원합의체는 합의, 숙고, 숙의하는 과정 거쳐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돼있다"며 "반대 의견대로 했으면 오늘날의 대법원 불신, 사법부 불신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통령이 대선을 하루 앞둔 지난 6월 2일 '김어준의 뉴스공장' 유튜브에 나와 "대법원 쪽에서 빨리 (무죄로) 기각해주자는 말을 들었다"는 취지로 말한 것에 대해 "사실이라면 있을 수 없는 위법행위이고, 허위라면 이 대통령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 아니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