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종합)

올해 정기국회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와 함께 막을 내리게 됐다. 반도체특별법 등 주요 민생법안 처리는 불발됐다. 여당이 내란재판부 설치법 등 주요 쟁점법안을 연내 처리하겠단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야당은 합의되지 않은 모든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로 맞불을 놓으면서다.
국회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본회의를 열고 정부가 제출한 △한국장학재단 △공급망안정화기금채권 △첨단전략산업기금채권 등에 대한 국가보증안 3건을 처리했다. 이들 3건은 여야가 합의한 법안들이다.
이후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상정됐으나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개시함에 따라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가 불가능해졌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지난 4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으로, 가맹점사업자들이 가맹본부와 단체 협상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다.
이날 본회의에 앞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을 갖고 협상을 진행했으나 접점에 이르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를 포함해 10일부터 시작되는 이달 임시국회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법왜곡죄 신설 △대법관 증원과 관련한 법원조직법 개정안 △4심제 도입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정당 현수막 규제법 △유튜브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필리버스터 제한법 등 8개 법안의 처리를 반대했으나 여당이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협상 불발 후 의원총회를 열고 이날 상정되는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하기로 총의를 모았다. 송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우리 당 의원들도 동의하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사법파괴 5대 악법'과 '국민 입틀막(입을 틀어막다) 3대 악법'을 민주당이 강행하지 않겠단 약속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법안을 처리하면 우리가 왜 반대하는지 (국민께) 알려드릴 기회가 없을 것 같아 비쟁점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금주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에 "가맹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이날 자정 (정기국회 회기 종료로) 자동 산회되기 때문에 다음 본회의(임시국회 첫 본회의)인 11일 표결이 이뤄질 예정"이라며 "11일부터 14일까지 본회의를 열어 나흘 동안 쟁점 법안을 (하루에 하나씩) 통과시킬 방침인데 어떤 법안을 올릴지 현재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문 대변인은 출석 의원이 국회 재적의원 5분의 1인 60명에 미치지 못할 경우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를 중단할 수 있게 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11~14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물음에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소수 야당의 협조를 받는 게 중요한데 일단 설득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당장 상정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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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사업법 개정안 상정 직후 시작된 국민의힘 주도의 필리버스터를 놓고 진통이 이어졌다. 나경원 의원이 토론 첫 주자로 나섰으나 시작 10분여 만에 우원식 의장이 제지하고 나섰다. 우 의장은 "거듭된 경고에도 나 의원이 가맹사업법 개정안과 상관없는 발언을 지속하고 있다"며 발언 중인 나 의원의 마이크를 끄라고 지시했다.
이에 나 의원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우 의장은 "나 의원이 단상에 오를 때 국회의장에 인사하지 않는 등 회의 진행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나 의원이 우 의장의 의사진행에 협조하겠단 뜻을 밝히면서 마이크가 켜졌으나 잠시 후 우 의장은 나 의원이 정쟁성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는 이유로 재차 마이크를 껐다. 나 의원은 마이크가 없는 상태에서 토론을 계속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우 의장의 토론 제지를 두고 "대한민국 국회 역사상 처음으로 의장이 의원의 발언을 방해하고 마이크를 꺼버리는 있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이는 의장의 독단적인 본회의 진행이자 폭거"라고 비판했다.
곽 의원은 "2016년 테러방지법에 대한 민주당의 무제한 토론 시 김경협 민주당 의원의 발언에 대해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석현 민주당 국회부의장이 어떤 것이 의제 내인지 외인지 구체적인 식별 규칙이 없고(없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선례까지 들면서 발언권을 계속 부여한 사례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