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민주당 최고위서 '명청 갈등' 최고조

고(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 장례를 계기로 잠시 가라앉았던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친명(친이재명)계 등 민주당 지도부 내 비당권파와 초선 의원 일부는 "합당 논의는 중단돼야 한다"며 공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의 당내 갈등이 격화하자 "민주당 내부 이견이 해소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거리를 뒀다.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2일 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 모두발언에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민주당 지도부내 친명계로 분류되는 이들은 지난달 정청래 대표의 합당 제안 이후 절차적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정 대표의 사과를 요구해왔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당 대표의 합당 제안이 독단적 결정에 따른 제안일 뿐 당의 공식 제안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공식 사과와 제안 철회를 요구했으나 그 이후 어떠한 답도 듣지 못했다"며 "민주적 선결 절차를 패싱한 어떠한 합당론이나 협상도 유효하지 않음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황 최고위원도 "(정 대표가 선출된) 지난해 8월3일 이후 돌아보면 우리 민주당은 국정을 뒷받침하기보다 당무 관련 갈등과 논쟁에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했다"며 "이제 소모적인 합당 논의를 멈추고 국정을 뒷받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최고위원 역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추진은 이제 원점에서 다시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당권파인 문정복 최고위원은 "당 대표는 개인이 아니라 당원들의 총의로 만들어진 대표"라며 "당 대표가 (합당을) 제안했고, 이제 당원들이 결정할 차례"라고 반박했다. 합당 문제를 두고 당 지도부가 공개 설전을 주고받은 것이다. 굳은 표정으로 설전을 지켜보던 정 대표도 "당원들에게 길을 묻고 당원들이 가라는 곳으로 가겠다"며 합당 철회 및 논의 중단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 역시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간담회를 열고 합당 문제를 논의했다. 2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회의에는 더민초 소속 의원 68명 중 40여명이 참석했다. 이재강 민주당 의원은 "대체적인 논의 결과는 지금 합당 논의는 중단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지방선거 이후로 제대로 된 논의를 거쳐 합당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당원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도 이날 논평에서 "합당 논의는 정부의 성공과 민생 중심의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하며 그 과정 또한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최근 제기되는 합당 논의는 국정 성과와 정책 메시지보다 정치적 논쟁을 앞세우며 여권 내부의 혼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독자들의 PICK!
당권파는 그러나 이번주를 기점으로 합당을 둘러싼 당내 의견 수렴 절차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수요일(4일)에 아마 당원들의 의사를 묻는 절차와 로드맵을 보고받고 논의한 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앞으로 정책의원 총회 뿐만 아니라 17개 시도당별로 당원 의견을 수렴하는 토론의 장이 열리게 될 것"이라며 "당대표는 지도부 안에 이견이 있는 것을 확인한 만큼 의사소통을 통해 이견을 좁히려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 내부의 이견이 격화하고 이른바 '합당 밀약설'까지 불거지자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민주당 내부에서 우선적으로 의견 정리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합당을) 제안한 민주당 안에서 결론을 내 달라"며 "저는 높은 정치의식과 오랜 정치 경험이 있는 민주당 당원들의 집단 지성을 믿는다"고 했다.
'합당 밀약설'은 적극 부인했다. 그는 "내란을 함께 극복한 동지이자 같이 이재명 정부를 세운 우당(친구 당)인 조국혁신당을 제멋대로 활용하지 말아 달라"며 "합당 논의는 지금 백지 한 장을 펼쳐놓은 단계다. 무엇을 언제 어떻게 그릴지는 앞으로 두개의 당이 합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당 파열음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노선 갈등으로도 비화하고 있다. 조 대표는 이언주 최고위원이 혁신당의 '토지공개념'을 비판하며 합당을 반대한 데 대해 "황당무계한 색깔론"이라고 반박했다. 토지공개념은 토지를 공적 재화로 보고 소유와 처분, 이용을 공공 복리 관점에서 제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최고위원은 전날 SNS(소셜미디어)에 "조국혁신당은 토지공개념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사유재산권을 보장한 헌법 정신과 충돌 소지가 크다"며 "자본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혁명적 접근으로 받아들여질 위험이 있다"고 적은 바 있다. 혁신당의 급진성을 부각해 중도 노선을 표방하는 민주당과 차별화하는 방식의 합당 반대 명분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대표는 "토지공개념은 이미 현행법으로 자리잡고 있고 1999년 헌법재판소도 토지공개념 자체가 위헌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2018년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두분은 토지공개념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했다"며 "합당을 반대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는 것"이라며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