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이재명 정부가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공개했다. 북한 체제를 인정하고 흡수통일과 적대행위를 추진하지 않되 한반도 비핵화와 공동성장을 추구한다는 것이 골자다.
통일부는 3일 "'이재명 정부의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 설명책자를 발간해 전국에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책자는 정부·언론·전문가를 비롯해 전국의 주민센터(3500여개), 초·중·고(1만2000여개)에 제공된다. 향후 영문·중문·일문 등 외국어본도 제작해 재외공관, 주한 외국공관, 국제기구 및 NGO(비영리단체) 등에도 배포할 계획이다.
이재명 정부의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은 목표, 추진 원칙, 추진 전략, 중점 추진과제의 체계로 구성됐다. 먼저 △남북 간 평화공존 제도화 △한반도 공동성장 기반 구축 △전쟁과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을 3대 목표로 제시했다.
통일부는 "한반도에서 적대와 대결을 종식하고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반영됐다"며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와 '함께 잘 사는 공동성장'을 바라는 국민의 소망과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대 원칙은 △북한 체제 존중 △흡수통일 불추구 △적대행위 불추진이다.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통일을 위해 북한 체제를 인정·존중한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체제 흡수나 인위적 방식의 통일이 아니라 평화공존을 바탕으로 통일을 추구한다"며 "한반도에서 불필요한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칙을 토대로 △호혜적 남북 교류협력 추진 △북한과 국제사회와의 관계정상화 노력 지지·협력 △핵 없는 한반도를 위한 실용적 해법 마련 등 한반도 평화공존을 위한 포괄적 전략을 추진한다.
중점 추진 과제는 △화해·협력의 남북관계 재정립 및 평화공존 제도화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진전 추구 △국민이 공감하는 호혜적 남북 교류협력 추진 △분단고통 해소와 인도적 문제 해결 △한반도 평화경제 및 공동성장의 미래 준비 △평화·통일 공감대를 위한 국민참여 및 국제협력 활성화다.
통일부에 따르면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은 이 대통령의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 등에서 제시된 한반도 정책의 주요 방향을 토대로 관계부처, 전문가 등과의 논의와 각계각층의 국민 의견수렴을 거쳐 정립됐다. 동북아 평화 공동체의 청사진을 제시하였던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의 정신을 잇고, 1991년 채택한 '남북기본합의서' 이래의 평화공존 정책의 역사적 흐름을 계승한다는 취지다.
이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주장한 '적대적 두 국가론'에 배치되는 내용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2023년 남북관계에 대해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관계"라고 선언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한국의 흡수통일론이 한국에 헌법에도 명시되는 등 진보·보수 진영과 관계없이 흡수통일을 추구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통일정책을 포기하는 이유를 한국의 흡수통일 정책에 돌린 것이다. 김 위원장은 "흡수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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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하는 이재명 정부는 북측의 요구대로 이번 정책에서 '북한 체제 존중·흡수통일 불추구'를 명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은 향후 5년의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제9차 노동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김 위원장이 '적대적 두 국가론' 헌법화를 천명한 가운데 당규약의 서문·조항에 명문화되면 북한의 대남정책 기조를 바꾸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의 대북유화책이 동력을 잃을 수 있는 셈이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장은 "체제 존중·흡수통일 불추진 등은 사실 남북기본합의서에 이미 어느 정도 포함됐고 기존 정부에서도 언급한 내용"이라며 "북한은 '이제 말로만은 못 믿겠다'며 개헌 등의 직접적인 행동을 요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북유화책) 데드라인은 오는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는 시점"이라며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는 등 전환기를 만들지 못하면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통일부는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함께 성장하는 한반도의 새
시대를 반드시 열어 나가겠다"며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한반도에서 공고한 평화를 구축하기 위하여 주변국 및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