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종합)

여야가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영재 신임 법원행정처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법원이 지난해 대선 직전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판결을 놓고 격렬하게 충돌했다.
박 처장은 지난달 취임했으며, 지난해 5월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의 주심 대법관이었다. 이날 법사위는 여야간 고성과 항의가 이어지면서 결국 이날 논의키로 했던 법안은 단 한 건도 논의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이날 전체회의가 시작한 뒤 박 행정처장의 인사가 끝나자마자 "행정처장으로 지명된 대법관님 때문에 하마터면 지난해 6월 3일 대통령선거일이 사라질 뻔했다"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추 위원장의 질문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거세게 항의했으나 추 위원장은 박 행정처장에게 답변을 요구했다.
박 행정처장은 "위원장의 말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우리 사법부도 거기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사법부가 더욱 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2026.02.04. kkssmm99@newsis.com /사진=고승민](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2/2026020422074671140_2.jpg)
뒤이어 질의에 나선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박 행정처장에게 더욱 명확한 답변을 요구했다. 김 의원은 "주심이면서 아무런 설명 없이 유죄로 판단했다. 게다가 기록도 안봤을 것"이라며 "기록을 봤는지 안봤는지부터 시작해서 도대체 대법원은 대선에 개입해 국민들의 의사를 왜곡하려 했는지 설명하라"고 했다.
박 행정처장은 이에 대해 "헌법과 법률에 따라 했던 절차에 맞는 판결이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며 "재판 진행과 결과에 대해 국민들 의혹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앞서 박 행정처장은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주심을 맡았다. 다만 이 사건은 주심 배당 뒤 대법관 전원 검토를 거쳐 전원합의체에 회부됐고, 전원합의체는 이 대통령에 대해 유죄 취지 판단을 내려 원심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박 행정처장은 당시 다수의견에 서서 이 대통령의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라고 봤다. 박 대법관은 4명의 다른 대법관과 함께 보충의견에서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우리 헌법과 법률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의 공세에 국민의힘은 사법부 독립 훼손이라며 맞받았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 뜻을 내세워 사법부를 조롱하고 압박하는 나라를 독재국가라고 한다"며 "북한, 베네수엘라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도 "입법부는 행정부·사법부와 함께 삼권분립의 한 축이지 사법부에 군림하는 국가기관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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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처장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 입법에 대해선 우려를 나타냈다. 법왜곡죄와 관련해 "사법 독립 침해 소지가 크고 요건이 주관적이라는 취지의 전임 처장 의견과 같은 입장"이라고 했고, 재판소원 도입에 대해선 "4심제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대법관 증원에 대해서도 "하급심 약화가 매우 크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과 추미애 위원장 간 공방으로도 격해졌다. 나 의원이 "피고인으로 재판받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법원에서 유죄를 받았는데 '범죄자 대통령'이라고 말하는 게 틀렸나"라고 하자, 추 위원장은 "이미 경고했기 때문에 발언권을 드리지 않겠다"며 퇴장을 명했다. 추 위원장이 "쇼츠 그만 찍어"라고 말하는 등 설전이 이어졌고, 국민의힘 위원들은 항의하며 퇴장했다.
결국 이날 법사위는 고성·항의가 이어진 까닭에 전날 법안심사1소위를 통과한 민법 개정안을 포함한 46건의 법안을 한 건도 의결하지 못했다. 한편 민주당과 범여권 의원들은 이날 법사위 회의 초반에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과 관련해 수사 무마 의혹을 받는 엄희준 광주고검 검사를 위증 혐의로 고발하는 안건을 주도적으로 의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