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스라엘, K-여론전…서울서 같은 시간 '맞불' 기자회견

이란·이스라엘, K-여론전…서울서 같은 시간 '맞불' 기자회견

정한결 기자, 조성준 기자
2026.03.05 14:56

[the300][미·이스라엘, 이란 공격]

(서울=뉴스1) 최지환 기자 =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가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대사관에서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관련한 이란 정부의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3.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최지환 기자
(서울=뉴스1) 최지환 기자 =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가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대사관에서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관련한 이란 정부의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3.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최지환 기자

중동에서 전쟁 중인 이란과 이스라엘이 한국을 외교 전선으로 삼고 여론전에 나섰다. 주한이란대사관과 주한이스라엘대사관이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자국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중동 무력 충돌이 서울 외교 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는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주한이란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세력들(미국·이스라엘)의 공격적 행위는 우리에 깊은 슬픔을 안겨줬을 뿐 아니라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고 밝혔다.

쿠제치 대사는 페르시아어로 모두발언을 시작하며 "이번 공격으로 희생된 무고한 170여명의 어린 여학생을 기리자"며 취재진에 1분간 묵념을 요청했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내내 쿠제치 대사의 좌석 옆에 세워진 모니터를 통해 이란의 공습 피해 상황이 상영됐다. 회견장 한켠에는 피해 사진을 붙여놓기도 했다.

그는 이란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국제법과 국제규범을 무시한 군사적 침략이자 '전쟁범죄'"라며 "우리 국민은 군사적 침략과 세력들이 자임한 전쟁범죄라는 참혹한 현실과 마주하게 됐다"고 맹비난했다.

쿠제치 대사는 이란과 미국이 핵 협상을 진행 중이었다는 점도 부각했다. 그는 "(공습이 시작되기) 불과 며칠 전까지 이란과 미국 간에는 두 차례의 핵 협상이 진행됐고, 세 번째 회의를 통해 기술적 세부 사항에 관한 논의도 합의되고 있었다"며 "미국과 팽창주의적 성향의 이스라엘 정권은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감행해 외교의 길을 가로막고 협상의 정신을 스스로 저버렸다"고 말했다.

쿠제치 대사는 한국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입장을 요구했다. 지난 2일 한국 외교부의 성명이 "충분치 않았다"며 "한국은 경제와 비즈니스를 잘하는 나라이며, 이란이 바라는 것은 한국이 이 분쟁을 멈추기 위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와 관련해선 "봉쇄했다는 발표는 없었다"며 통항 감소는 보험사·선사 판단에 따른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1) 이호윤 기자 = 라파엘 흐르파즈 이스라엘대사가 5일 서울 종로구 HJ비즈니스센터에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인 ‘Roaring Lion’ 및 이스라엘 정부의 입장을 밝히기 위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6.3.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이호윤 기자 = 라파엘 흐르파즈 이스라엘대사가 5일 서울 종로구 HJ비즈니스센터에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인 ‘Roaring Lion’ 및 이스라엘 정부의 입장을 밝히기 위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6.3.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호윤 기자

한편 라파엘 하르파즈 주한이스라엘 대사도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HJ비즈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에 대한 공격이 핵무기·탄도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고 이란 시민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정당한 작전이었다고 주장했다. 하르파즈 대사는 "이란은 3만명이 넘는 무고한 시민들을 살해했다"며 "이를 좌시할 수 없어 미국과 이스라엘은 대대적인 작전을 진행했다"고 했다.

특히 핵개발 저지에 대해서는 "한국과 북한의 핵문제로부터 배운 교훈"이라고 밝혔다. 하르파즈 대사는 "1994년과 1996년 북한은 핵탄두 40~50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며 "(한국이)이를 멈추지 않았기에 이스라엘이 지금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한국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할 기회를 놓쳐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이 됐으며, 이스라엘은 이를 반례 삼아 이란이 핵보유국이 되는 것을 좌시할 수 없어 공격을 진행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르파즈 대사는 "이란은 핵무기를 사용하는데 전혀 주저함이 없을 국가"라며 "이스라엘은 한국 정부의 편에 서서 북핵 문제에 있어 북한을 비난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그는 전쟁 종료 예상 시점이나 전쟁 종료 조건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했다. 하르파즈 대사는 "(전쟁 종료 시점은)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끝없는 작전이 아니다'라는 말로 갈음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란에게 (핵포기의) 기회를 줬다"며 "수주 후가 지나야 (전쟁 종료 조건에 대해) 답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양측의 신경전은 기자회견 준비 단계에서부터 예고됐다. 이란 측이 먼저 개최를 예고했고, 곧이어 이스라엘 측도 비슷한 시간대에 기자회견을 열겠다는 공지를 냈다.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 측은 중동 사태에 대해 전쟁 대신 작전(operation)이라는 표현을 고집한 반면, 이란 측은 전쟁범죄이자 침략이라고 주장했다.

하르파즈 대사는 이스라엘 공습으로 이란의 학생들이 사망했다는 이란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이란에 가짜뉴스가 많다"며 "거기에 현혹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이스라엘이 중동 내 유일한 핵보유국이자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찰을 거부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스라엘은 인접국을 파괴하고 싶어하는 국가가 아니다"라며 "그 지점이 이란과의 차이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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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결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정한결 기자입니다.

조성준 기자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국정원, 보훈부를 출입합니다. 외교·안보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쉽고 재미있게 현안을 전달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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