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왜 청년들의 언어가 거칠어진걸까

[우보세]왜 청년들의 언어가 거칠어진걸까

우경희 기자
2026.03.25 05:00

[the300]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한 학생이 18일 서울 성북구의 한 대학교 일자리플러스센터 일자리정보 게시판에서 채용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18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률은 3.4%로 전년 동월 대비 0.25%p 상승해 2022년 2월(3.4%)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청년(15~29세) 실업률은 7.7%로 전년 동월 대비 0.7%p 상승했다. 2021년 2월 10.1%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26.03.18. 20hwan@newsis.com /사진=이영환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한 학생이 18일 서울 성북구의 한 대학교 일자리플러스센터 일자리정보 게시판에서 채용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18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률은 3.4%로 전년 동월 대비 0.25%p 상승해 2022년 2월(3.4%)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청년(15~29세) 실업률은 7.7%로 전년 동월 대비 0.7%p 상승했다. 2021년 2월 10.1%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26.03.18. [email protected] /사진=이영환

"몰상식이라거나 무개념이라는 게 틀린 말은 아니에요. 하지만 질문이 남죠. 그 청년은 대체 왜 그런 말을 했냐는 거요."

대전 공장 화재 사고에 대해 취업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두고 기자와 얘기를 나누던 한 여당 국회의원 보좌관이 한 말이다. 이 안타까운 사고로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러자 한 청년이 취준생(취업준비생) 사이트에 글을 올렸다. "이번 화재 사망자 자리는 언제 채용할까요. 고인이 되신 분들은 안타깝지만 취준생으로서 궁금하네요."

실제로 채용 시점이 궁금했는지, 아니면 소위 '어그로'(부정적 관심)를 끌려고 조작한 글인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인간으로서 해선 안 될 말을 했다는, 공감 능력 붕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저 질문은 분명 선을 넘었다. 하지만 무개념이라고 마냥 비난하기엔 한 가지 궁금증이 너무 분명하게 남는다. 왜 청년들이 인간다운 사고조차 사치인 시대를 살게 된 걸까.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월 기준 우리나라 청년고용률(15~29세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은 43.3%다. 작년 5월엔 46.2%였다. 이 수치는 작년 7월(45.8%) 이후로 전월 대비 단 한 번도 상승한 적이 없다. 표본의 범위를 25~29세로 좁혀 보면 2월 취업자 수는 234만6000명이었는데, 2월 기준 2017년(224만5000명) 이후 9년만에 가장 적었다.

채용공고 하나에 수백수천이 몰린다. 취업 준비 기간은 더 길어진다. 체감 연봉은 더 낮아진다. 물가가 미친듯 올라서다. 경쟁은 극단으로 치닫는다. 타인의 불행을 자리로 환산하지 말라는 말을 그 누가 할 수 있을까. 암울한 현실을 반영한 저런 태도를 비인간적인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수 있을까.

코스피6000도, 코스닥3000도 중요하다. 집값도 잡아야 한다. 그런데 당장 청년의 삶을 바꾸는 문제는 아니다. 이 보좌관은 "냉정하게 보면 청년이 체감하는 현실은 일자리 하나로 수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기업이 성장하고 투자가 이어지고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면 사회 안정의 선순환이 이뤄진다. 반대로 일자리가 막히면 모든 게 무너질 수 있다. 인간성도 함께 말이다.

석 달도 채 남지 않은 6.3 지방선거를 정치권은 지방 권력의 재편 기회로 본다. 지리멸렬한 야당이 TK(대구·경북)를 지켜낼지, 서울과 부산의 여야 격돌은 어느 편의 승리로 끝날지에 집중한다. 청년들의 분노와 좌절을 여지없이 드러낸 취준생에겐 먹고 사는 일과 무관한 권력 놀음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지선과 재보궐 출마자들은 청년 일자리 공약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나.

참사를 기회로 계산하는 태도를 비난하느라 그런 태도를 낳은 원인과 배경을 외면한다면, 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보게 될 수밖에 없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해야 한다. 투자와 고용이 이어지도록 제도를 바꾸고 기업이 사람을 뽑을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 사람답게 생각할 여유를 갖게 해주는게 복지다. 정치가 더 구체적인 답을 줘야 한다. 청년들의 언어가 더 거칠어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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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 the300 국회팀장 우경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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