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해외기관은 60기·韓정부는 80~120개 추정
'57개' 산출 근거는 불분명…北핵 규모 놓고 셈법 제각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으로 제시한 '57개'는 어디에서 나온 숫자일까. SIPRI(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와 FAS(미국과학자연맹)는 북한이 약 60기의 핵탄두를 조립한 것으로 보는 반면 우리 정부는 80~120개 수준으로 추정한다. 기관별 추정치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구체적인 숫자를 꺼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숫자와 가장 가까운 것은 SIPRI의 최신 추정치다. SIPRI는 지난 6월 공개한 'SIPRI 연감 2026'에서 올해 1월 기준 북한이 약 60기의 핵탄두를 조립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이 최소 30기를 추가로 생산할 수 있는 핵물질도 확보한 것으로 봤다.
FAS의 올해 추정치도 60기다. FAS는 북한이 최소 90기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생산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 조립한 핵탄두는 약 60기로 추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57개와는 3개 차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정보당국으로부터 별도의 핵전력 평가를 보고받아 이를 공개한 것인지 SIPRI나 FAS 등 공개된 자료를 토대로 숫자를 언급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우리 정부가 보는 북한의 핵무기 규모는 이보다 크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우리가 보통은 (북핵을) 80개에서 120개 정도로 보고 있는데, 정확한 수치를 말하는 것은 상당히 제한이 있다"고 말했다.
기관마다 북한 핵무기 숫자가 다른 것은 북한의 핵탄두를 직접 확인할 수 없는 데다 추산 기준도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조립된 핵탄두와 현재 확보한 핵물질을 이용해 만들 수 있는 핵탄두의 규모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무기 규모는 플루토늄과 HEU(고농축우라늄) 등 핵물질 생산량을 추정한 뒤 핵탄두 1기에 필요한 핵물질의 양과 북한의 핵무기 설계·제조 능력 등을 고려해 산출한다. 북한이 얼마나 많은 핵물질을 확보했는지, 핵탄두 1기당 얼마나 많은 핵물질을 사용하는지 등에 대한 가정에 따라 추정치는 달라질 수 있다.

FAS가 북한이 보유한 핵물질로 최소 90기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다고 보면서도 실제 조립한 핵탄두를 약 60기로 추정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SIPRI 역시 조립된 핵탄두를 약 60기로 보면서 추가 핵탄두 제작이 가능한 핵물질 규모를 별도로 추산한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57개'를 미국 정부가 새롭게 산출한 북한 핵전력의 공식 수치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SIPRI와 FAS가 북한의 조립 핵탄두를 약 60기로 추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개된 전문기관의 분석과 상당히 근접한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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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 개발 정보는 기밀 사안으로, 한미는 정보력을 노출할 수 있다는 우려 하에 구체적인 숫자에 대한 언급을 꺼려왔다. 국방부도 이날 "안 장관이 언급한 북한 핵무기 수량은 국내 연구기관이 추정한 수량"이라며 "북한의 어떠한 핵보유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미는 북한이 상당한 수준의 핵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공동 평가하고 있다"며 "북한 핵능력에 대한 세부 내용은 한미 연합비밀로 공개가 제한된다"고 했다.
북미가 대화 재개 가능성을 두고 서로의 의중을 탐색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구체적인 숫자 언급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일회성 선의가 아니라 북한으로의 위협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신뢰구축 조치를 요구하고, 적대성에 대한 근본적 태도 변화를 북미 대화의 문턱으로 제시한 것"이라며 "북미 관계는 상호 탐색과 신호 교환을 거듭하는 일종의 '썸' 국면에 진입했으며, 북한은 주변 환경에 대한 냉소와 채널 보존을 병행하며 미국의 추가적인 말과 행동을 관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