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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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의료AI(인공지능) 연구결과들을 보면서 어렴풋이 느끼게 된 경향이 있다. 바로 의사, AI, 의사+AI 세 그룹을 비교하면 AI 단독이 가장 실력이 뛰어나다는 연구결과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단순히 AI가 의사를 능가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의사와 AI가 힘을 합친 것보다 AI 단독이 더 정확하다는 것이다. 의료AI 분야의 초창기 연구는 대부분 유사했다. AI가 의사보다 낫기는 하지만 그래도 의사와 AI의 시너지가 있어서 서로 힘을 합친 게 가장 결과가 좋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자연스럽고도 논리적이고 직관에도 반하지 않는 불편하지 않은 결론이다. 하지만 AI기술이 더 발전하면서 이제는 조금씩 다른 결론이 나온다. 최근 네이처 자매지에서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출판됐다. 바로 의사, AI, 의사+AI 세 그룹의 정확도를 분석한 기존 연구들을 메타분석한 논문이다. 참고로 의학에서는 이렇게 다른 논문들을 분석한 연구를 가장 높은 수준의 근거로 친다. 단순히 하나의 연구가 아닌 여러 연구를 종합해서 결론을 내기 때문이다.
기업의 성장전략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그린필드(Green Field)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브라운필드(Brown Field) 전략이다. 그린필드는 땅을 사서 공장을 짓고 설비와 인력을 늘려가며 회사를 키우는 자생적 성장방식이다. 반면 브라운필드는 이미 사업이 돌아가는 회사를 인수해 단기간에 외형과 경쟁력을 키우는 전략이다. 바로 M&A를 통한 성장이다. 내가 M&A 업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만 해도 한국에서 M&A는 여전히 낯선 영역이었다. 첫 직장인 한국산업은행에서도 M&A는 일반적인 일이 아닌 '특수금융'으로 분류됐고 해외 금융기관에 근무하는 외국인 임원을 영입해 조직을 강화했다. 그러나 산업구조와 기술변화의 속도가 지금처럼 빨라진 시대에는 그린필드 전략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공장을 짓고 첫 제품이 나오기까지 2~3년이 걸렸는데 그 사이 산업의 방향이 바뀌어버리면 투자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 이미 검증된 사업을 인수하는 M&A 전략은 점점 더 현실적인 선택이 되고 있다.
오는 22일 '인공지능(AI) 기본법'이 시행된다. AI 발전지원과 신뢰기반 조성을 목적으로 한 이 법은 '세계 최초'로 AI산업을 규제하는 법률이기도 하다. 정부는 억울하다. 법안의 내용은 규제보다 진흥에 초점을 뒀고 법 시행 이후에도 과태료 부과나 사실조사 같은 규제는 1년 이상 유예하겠다고 한다. 그럼에도 법 시행을 코앞에 둔 지금 AI산업 현장의 분위기는 기대보다 혼란과 불안이 앞선다. 규제의 기준과 적용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왜 우리가 '세계 최초' 타이틀을 가져야 하는지 의문이다. 최근 막을 내린 CES에서도 봤듯 AI는 미래산업의 주류며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로 접어들었다.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시기에 규제에 앞장설 이유가 없다. 디지털 규제를 선도한 유럽연합(EU)조차 '고위험 AI' 규제에 대해 준비부족과 산업발전 저해우려를 이유로 1년 이상 유예한 상황이다. 그에 더해 그간의 디지털 규제가 미국 기업들을 겨냥했으나 오히려 유럽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했다는 판단 아래 규제를 개선하자는 '디지털간소화법'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2026년 새해를 맞은 우리나라 블록체인산업은 여전히 전환점에 서 있다. 기술력과 인재, 금융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제도와 실행의 속도는 글로벌 흐름에 비해 여전히 더디다. 반면 미국과 일본, 영국 등 주요 국가는 디지털자산을 투기대상이 아닌 차세대 금융·결제·자본시장 인프라로 정의하며 명확한 규칙 아래 빠르게 실험을 이어간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경계와 논쟁이 아니라 시급한 과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실행으로 옮기는 용기다. 가장 먼저 짚어야 할 문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 지연이다. 미국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글로벌 결제와 무역의 핵심 인프라로 키우고 일본은 은행 중심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에서 운용하며 실사용 데이터를 축적한다. 반면 한국은 수요부족과 금융안정성 우려를 이유로 법제도화를 미뤄왔다. 그러나 수요는 자연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거래소 지갑 연계, 결제·송금활용 인센티브, 세제혜택 등 현실적인 설계가 갖춰질 때 시장은 움직인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민간코인이 아니라 국내 결제혁신과 아시아 역내 금융주도권을 잇고 통화주권을 지켜내는 전략자산이 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일생에서 몇 번은 병원을 찾는다. 감기 같은 가벼운 질환부터 골절, 만성질환 관리, 암 치료에 이르기까지 병원은 우리 삶에서 필수적인 공간이다. 그러나 병원을 '이용하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우리는 병원을 매우 익숙한 장소로 받아들이면서도 정작 병원이 어떤 원리로 운영되고 어떤 기준으로 환자를 분류하며 어떤 순서로 치료를 제공하는지는 거의 알지 못한 채 병원을 이용한다. 아마도 병원이란 시설이 갖는 특수성 때문에 쉽게 이해하기 어렵고 이런 연유로 불필요한 불안을 만들고 의료현장에 혼란을 주며 심한 경우 위급한 순간에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질 위험까지 있다. 요즘 자동차 뒷유리에 붙인 '아이를 먼저 구해주세요' '혈액형 A+' 같은 문구를 흔히 볼 수 있다. 아이의 안전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교통사고로 아이가 응급실에 실려왔다고 해서 차량에 적힌 혈액형을 그대로 믿고 곧바로 수혈을 진행하는 병원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 의료진은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라도 반드시 혈액형을 다시 검사하고 결과를 확인한 후 수혈을 시행한다.
일본 나라현 오쿠야마토의 인구 580명인 구로타키 마을. 이 작고 조용한 산골에 일본 토종 아웃도어 기업 몽벨(Montbell) 매장이 문을 열자 업계에선 '왜 하필 그곳인가'라는 궁금증이 쏟아졌다. 그러나 현장을 방문하면 의문은 곧 해소된다. 작은 마을과 어울리지 않는 방문객 행렬, 매장 앞 전기톱 아트 '몬타베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까지 구로타키는 어느새 '작지만 반드시 들러야 할 아웃도어 성지'가 됐다. 1975년 창업한 몽벨의 역사는 '거대자본 없이 브랜드를 키워낸 일본형 성장스토리'로 유명하다. 창업자 다츠노 이사무는 산악가이자 물리학 전공자로 '장비가 무거워 등산이 힘들다'는 체험에서 출발해 경량화 기술에 집착했다. 초기 테스트는 '직접 백패킹하며 하룻밤 보내기'가 기본이었고 '가벼운 등산'에 심취한 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장에게서 도망치고 싶어도 산에서는 못 도망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돌았다. 1990년대 일본 하이커들의 경량화 욕망을 정확히 읽어낸 몽벨은 초경량 다운과 패커블 레인웨어를 연달아 히트시키며 시장을 장악했다.
1991년 TV드라마로 선풍적 인기를 끈 MBC '여명의 눈동자'가 뮤지컬로 돌아온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세월을 넘어 이제 뮤지컬이 각광받는 국민적인 문화예술 장르가 됐을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는 K뮤지컬 브랜드가 입지를 크게 구축해서이기도 하다. 일단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는 당시 기념비적인 작품이었다. 회당 제작비 2억원, 총제작비 72억원의 국내 최초 블록버스터 드라마로 2년5개월의 제작기간에 2만5000여명의 출연진이 참여했다. 무엇보다 해외 올로케이션 드라마였다. 특히 당시 우리나라는 중화인민공화국과 정식 수교를 하지 않았는데 상하이, 하얼빈, 쑤저우, 구이린, 난징에서 촬영했고 나아가 필리핀에서도 촬영을 감행했다. 아울러 드라마 OST가 고품격 수준으로 시도돼 당시 40만장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렇게 '여명의 눈동자'는 혁신적 시도가 많았는데 이러한 점들을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가 잇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일반적인 프로시니엄 무대(Proscenium Stage)에서 탈피했다.
연말에 일본 교토 인근의 한 료칸에서 하룻밤을 묵고 돌아왔다. 료칸은 한자어 '여관'의 일본발음으로 나그네의 집이란 뜻이지만 일본에선 전통적인 숙박시설을 가리킨다. 직접 경험해본 료칸은 단순한 숙박시설로 보기엔 억울한 면이 있을 정도로 독특한 문화적 체험이었다. 온천과 일본의 자연, 음식과 문화가 결합된 일본 전통문화 자체라는 설명이 숙박시설이란 건조한 말보다 더 맞는 말 같았다. 시골 료칸은 입구부터 시작된 정성스러운 환대에서 이미 결정적인 인상을 줬다. 이방인을 처음 맞이해준 것은 환갑이 훌쩍 넘은 직원들의 기품어린 접객이었다. 료칸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에게 자칫 어색할 수 있는 숙소 입구부터 시작된 이들의 환대에는 긴장된 마음을 녹이는 자연스러움과 위엄이 있었다. 매뉴얼대로 행동하는 호텔리어와는 다른 편안함을 준 것이다. 저녁식사로 제공된 코스요리는 료칸여행의 정수라고 한다.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고 해당 지역문화를 반영한 음식은 료칸 자체의 독특한 음식문화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2시간 넘게 이어진 요리는 하나하나에 깃든 정성이 느껴졌고, 특히 전채코스는 꽃이나 나뭇가지로 엮은 장식들, 음식과 그릇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그 자체로 화려한 작품이었고 젓가락으로 건드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지난 연말 부천에서 열린 웹툰 아카이브 컨퍼런스에서 '아카이브 역사와 미래'를 주제로 기조발표를 했다. 발표를 준비하며 디지털 시대 기록과 아카이브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다. 모든 기록은 데이터에서 출발한다. 인간활동, 창작과정, 사건·사고 등은 모두 데이터로 남는다. 데이터에 의미가 부여되고 형태화된 것이 기록이며, 기록을 체계화한 것이 아카이브다. 아카이브는 기록을 선별해서 정리하고 장기적으로 활용 가능한 상태로 만든 사회적 장치를 말한다. 단순한 기록저장고가 아니라 뭘 남기고 뭘 버릴지를 결정하는 선택체계이자 미래를 위한 장기 기억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유네스코가 기록유산을 집단 정체성과 미래 변화의 기반으로 규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오늘날 디지털 전환은 기록의 개념 자체를 확장하고 있다. 기록대상은 최종 결과물만이 아니다. 창작 초안, 수정이력, 유통환경, 이용자 반응과 참여 등이 모두 기록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생산과 소비, 인간과 기술의 경계가 흐려지는 '빅블러' 현상도 아카이브 구축환경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지난번에 인의(引儀·종6품) 이의신이 상소 한 장을 올리어 괴탄스러운 말을 마구 늘어놓았는데 국도는 기운이 쇠하였고 교하가 길지(吉地)라고 한 것은 더욱 놀라운 말입니다. 이렇게 괴이한 말은 덕스러운 말만 들어야 하는 성상께 아뢰어서는 안 되므로 신들이 물리치고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조선왕조실록 '광해군일기' 1612년(광해군 3) 9월14일의 기사로 종6품 인의란 직책에 있는 이의신의 교하천도 제안에 대한 상소를 접수한 승정원에서 임금에게 보고한 내용의 앞부분이다. 이의신은 이미 그 이전부터 지관(地官), 즉 풍수술사로 꽤 유명하여 왕실에서 무덤터를 잡을 때 여러 번 조언을 구한 인물이다. 하지만 승정원에서 상소를 접수하여 검토해 보고는 자체적으로 황당한 내용이라고 판단하여 보고하지 않았다. 이어지는 내용은 이렇다. "그리고서 겨우 수십 일이 지난 뒤에 또 와서 바쳤는데 그의 뜻과 태도를 보니 백일하에 요망스러운 설을 퍼뜨리면서 거리낌 없이 방자하였는바 반드시 그의 술책을 성공시킨 뒤에야 그만두려는 것이었습니다.
2025년 블록체인은 비트코인 가격의 급등과 급락으로도 눈길을 끌었지만 가상자산이 제도권 금융·규제·실물자산으로 스며들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제 블록체인은 규제·소송 리스크를 동반한 본격적인 법률쟁점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대형 기업들은 공급망 추적, 데이터 무결성 확보, 다수 이해관계자간 정산처럼 '블록체인이 아니면 번거로운' 영역에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BaaS(Blockchain-as-a-Service)를 앞다퉈 제공하면서 초기 구축·운영비용이 낮아졌다. 2026년에는 기술 자체의 가능성을 넘어 거버넌스 설계, 책임주체, 데이터 보호, 분산원장에 대한 증거법적 평가가 중요한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2025년에는 미국의 지니어스법(Genius Act) 통과로 인한 스테이블코인 주권문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실물자산 토큰화(RWA)가 블록체인 논의를 주도했다. 스테이블코인과 CBDC는 통화주권·개인정보 보호·은행 중개기능 약화에 대한 법적 논쟁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2025년 을사년이 저물어간다. 개인적으로 돌아보면 아주 나쁜 해는 아니었다. 괜찮은 회사의 대표로 일했고 여름에는 백두산 천지도 다녀왔다. 8월15일 광복절에 오른 천지는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맑고 푸른 얼굴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참 좋았다"고 말하기가 망설여진다. 60세 전후의 내 또래들이 대개 그렇듯 노쇠하신 부모님 걱정, 노후에 대한 불안, 그리고 아직 완전히 내려놓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일터 사이에서 머리가 무거워진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일이 떠올랐다. 5년째 활동 중인 도산 안창호 선생 기념사업회에서 감사패를 보내온 것이다. 우연한 인연으로 이사회에 참여하게 된 터라 '과연 내가 이런 패를 받을 자격이 있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동시에 도산 안창호 선생이 꿈꾼 국가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2026년을 며칠 앞둔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이 시대의 국가는 무엇이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국심은 외국에 가면 더 강해진다는 말을 흔히 한다. 이유는 단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