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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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제약사 임원과의 점심 식사에서 그 임원은 내내 정부를 원망했다. 정부가 제약·바이오 산업을 육성한다면서도 업계를 지원할 생각은 안 한다는 주장이었다. 한 예로 2012년 약가 일괄인하를 들었다. 당시 정부는 제약사들이 병원과 약국에 리베이트를 건네는 데 이는 약가에 거품이 있기 때문이라고 간주하고 가격을 일괄적으로 인하했다. 이 후에도 정부는 실거래가 조사 등을 통해 약값을 내리는데 혈안이 됐다고 그 임원은 핏대를 세웠다. 약값을 인위적으로 인하하는 바람에 연구개발(R&D)에 투자할 여력이 없어 글로벌 제약사 탄생을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임원에게 물었다. '건강보험료를 더 낼 용의가 있느냐'고. 잠시 말이 없던 임원에게 돌아온 대답은 '글쎄요'였다. 약가 우대를 해주는 건 어렵지 않다. 건강보험료에서 그만큼 지출을 많이 하면 그만이다. 그러려면 건보료를 올려야 한다. 제약사 직원들이 약가 우대를 주장하다가도 건보료 얘기만 나오면 머쓱해지는 건 애사심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영화 '귀여운 여인'에는 길거리 여성으로 나온 비비안(줄리아 로버츠 분)이 백만장자 에드워드(리처드 기어 분)의 직업을 묻는 장면이 나온다. "당신의 직업은 무엇인가요?"(비비안) "저는 기업을 삽니다"(에드워드) "기업을 산 다음에는 무엇을 하는 거죠?"(비비안) "그것들을 팔아요"(에드워드) "뭐라고요? 왜요? 무언가를 만들지 않고, 건설하지도 않고…"(비비안) "회사의 자산을 쪼개서 팔아요. 때론 자산을 쪼개는 것이 더 나을 수 있거든요"(에드워드) 1990년에 개봉된 영화를 다시 떠올린 것은 오랜 기간 동안 제조업을 담당하다 올해 초 IB(투자은행) 업종으로 출입처를 옮겼기 때문이다. 재무적인 상황이 어려운 기업을 인수한 다음 이를 쪼개 파는 기업사냥꾼의 존재를 처음 접한 것은 '귀여운 여인'을 통해서였고, IB분야를 담당하게 되면서 희미한 기억이 되살아났다. 이 때문인지 처음에는 IB분야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다. 직접 무언가를 만들지도, 개발하지도, 판매하지 않는 사람들
비리로 얼룩진 1차 해상작전헬기 도입 사업에 물의를 빚으며 선정된 영국 아구스타 웨스트랜드(AW)가 추가 수주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해상작전헬기 사업은 2007년 합동참모본부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해군 보유 노후헬기 '슈퍼링스' 교체를 위해 1조402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1·2차에 걸쳐 총 20대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5890억원이 투자된 1차 사업은 AW의 '와일드캣' 8대 도입을 확정했고, 나머지 12대를 위한 2차 선정 작업이 조만간 시작된다. 와일드캣은 우리 군의 요구조건에 미달한다는 문제가 제기돼 아직 납기가 완료되지 못했고, 선정과정에서도 비리가 포착됐다. 김구 선생의 손자인 김양 전 국가보훈처장이 AW의 로비스트로 활동하며 14억원을 챙겨 쇠고랑을 찼고, 전·현직 해군 장성 7명이 구속기소됐다. 뒷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함모씨는 약식 기소됐다. 방위사업청은 200만 달러 이상의 무기도입시 무기 중개상을 배제토록 규정하지만, 함모씨는 무기중개상
"적어도 지금까지는 변죽만 울리고 변한 건 없습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이 최근 미래에셋대우(전 KDB대우증권) 출범을 놓고 한 말이다. 기대만큼은 아니라고도 하지만 요즘 봄바람이 휘날리는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는 다시 대형화 바람이 불고 있다. 그 중심에 여의도 샐러리맨의 성공신화를 만든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있다. 승부사로 불리는 박 회장은 미래에셋증권과 통합을 통해 미래에셋대우를 3년 안에 자기자본이 10조원(현재 7조원대) 넘는 초대형 IB(투자은행)로 탈바꿈 시키겠다며 대형 증권사들의 합종연횡 바람에 불을 붙였다. 지난 15일 미래에셋대우 경영전략회의에서 그는 자동차 산업을 빗대 "왜 이노베이션(혁신)이 아니라 디스럽션(파괴)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며 과감한 변화를 주문했다. 그러면서 세계최대 IB(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어음할인회사로 출발해 세계적인 회사가 된 건 30년 정도에 불과하다고 했다. 통합 미래에셋대우 출범도 박 회장의 승부사 기질이 있었기에
이종종합격투기 대회(UFC)가 여느 스포츠 못지 않게 세계적 위상을 갖게 된 데에는 이 선수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그가 출전하는 경기는 매번 매진이고, 관중의 열기나 긴장감 역시 최고조에 이른다. 올해 28세인 아일랜드 출신의 UFC 페더급(-66kg) 챔피언인 코너 맥그리거 얘기다. 체급별 경기로 보자면, 이 선수 못지않게 박진감 넘치는 경기는 수없이 많다. 헤비급 선수 케인 벨라스케스의 무대는 통쾌함 그 이상이다. 웬만하면 1라운드를 넘기지 않는 그는 마이크 타이슨의 전성기 시절을 보듯 무시무시한 야성을 자랑한다. 화려한 왼발 돌려차기, 플라이급(-57kg)보다 더 빠른 몸놀림, 어떤 각도에서도 목표를 명중하는 정확한 타격감으로 뛰어난 재능을 선보이는 맥그리거는 그러나 경기력만으로 승부 하는 선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무엇’을 지니고 있다. 그건 ‘도발’이다. 그는 경기 밖에선 주먹보다 더 빠른 입담을 자랑하고, 그 입담도 욕설은 기본, 무시는 필수, 조롱은 선택일만큼 강
판타지 속에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가 많다. 책 제목처럼 ‘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라는 걸 알지만 좀처럼 헤어나오기 쉽지 않다. 이쯤 되면 중독된 상태다.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끊어버리지 못하는 건 그만큼 현실과 괴리된 바람(욕망)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판타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소망들이 성취되는 장소로 해석된다. 최근 시청률 30%를 넘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대한민국을 넘어 중국과 아시아에서 한류를 판타지 수준으로 끌어올린 작품으로 꼽힌다. 주인공 유시진 대위는 잘생기고 유머러스한데다 나이에 비해 탁월한 능력까지 겸비했다. 아쉽게도 유시진 대위 같은 남자친구를 만날 확률은 강모연 같은 여자로 거듭날 수 있는 확률보다 적다. 강모연 같은 여자친구를 만날 확률 역시 유시진 대위 같은 남자로 거듭날 수 있는 확률보다 적다. 증시 판타지도 있다. 이론적으로는 단 하루에 최대 60%의 수익률을 꿈꾸는 게 가능한 곳이기 때문이다. 장 중 하한가에 주식을 사서 상한가에 팔 수 있
'이기고 지는 일은 병가도 기약할 수 없으니(勝敗兵家事不期), 수치를 참고 견디는 것이 사내라(包羞忍恥是男兒), 강동의 자제들 중엔 인재가 많으니(江東子弟多才俊),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시 쳐들어갔다면(권토중래) 어찌됐을까(捲土重來未可知)' 중국을 건국한 마오쩌둥이 생전에 좋아했다는 당나라 말기 시인인 두목(杜牧)의 '제오강정(題烏江亭)'이란 시다. 두목은 한나라 유방에게 대패한 항우가 후일을 도모하지 않고 자살한 것을 두고 비통해하며 이 시를 남겼다. 여기엔 항우가 만일 주변의 고언(苦言)대로 고향인 강동으로 돌아가 세력을 규합한 뒤 다시 유방을 쳤다면 결과는 알 수 없었을 것이란 안타까움도 담겨있다. 이 시는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힘을 길러 다시 도전하는 것을 뜻하는 '권토중래(捲土重來)'라는 고사성어가 나오게 된 배경이 되기도 했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에도 '권토중래'의 바람이 거세다. 진원지는 '베트남'이다. 저금리·저성장 시대를 극복할 새로운 투자처로 다시 부각되면서 업계의
#지난달 15일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및 '외국환거래규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법 개정으로 '외화이체업'이 허용됐다. 은행을 통해서만 외화를 이체할 수 있던 시대에서 핀테크업체를 통한 이체가 가능해졌다. 카카오톡으로도 외화를 송금할 수 있게 됐다. 수수료는 은행을 통할 때보다 대폭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에는 금융감독원이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물건을 사면서 현금까지 찾을 수 있는 '캐쉬백' 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1만원 어치 물건을 사면서 '현금 2만원도 주세요'라고 하면 3만원을 결제하고 2만원을 받을 수 있다. 한밤 중에 자동화기기에서 몇만원 인출하자고 높은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될 것으로 기대된다. '외화이체업'과 '캐쉬백'은 기존에 불법으로 취급된 거래 방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외화이체업은 소위 '환치기', 캐쉬백은 일종의 '카드깡'이다. (두 서비스 모두 금감원에서 지급결제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모팀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는 공통점이 있
어느 날, 소시지 김치찌개에 건망고를 썰어 넣었다. 입맛 없던 팔순노모는 “어떻게 끓였냐”며 밥 한 그릇을 비웠고, 입맛 까다로운 남편은 “의외인데”하며 별말 없이 국물까지 마셨다. 유통기한 임박 건망고를 처리하려던 꼼수가 우리집 대박 레시피를 낳았다. 이 건망고엔 사연이 있다.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Asia Fairtrade Network, AFN)는 2013년부터 필리핀 프레다재단에서 공정무역 건망고를 들여와 팔았다. 업력이 쌓이면서 수입, 판매 체제도 안정됐다. 매출도 9억여 원을 돌파해 10억 원 고지가 눈앞에 있었다. 근데 국내 유통업체 한 곳이 갑자기 입점을 철회했다. 자사 브랜드의 건망고가 생겼다는 이유였다. AFN 창고엔 건망고 1만여 통, 1억여 원어치가 쌓이게 됐다. AFN은 자력 갱생을 시도했다. 1900여명뿐이지만 자사 쇼핑몰 회원들 대상으로 판매 이벤트를 걸었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의 문도 두드려봤다. 역부족이었다. 안타까운 소문을 듣고 주변 조직들이 나섰다.
어찌하다 보니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서만 36년째 거주하고 있는 '상도동 토박이'다. 비록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초·중·고등학교를 이 지역에서 모두 마쳤고, 지금껏 거주하다 보니 상도동은 나에게 고향과도 같은 곳이 됐다. 그런데 내가 지금 살고 있는(엄밀히 말하면 부모님의 집이 있는) 상도4동이 몇 년 전 서울시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 시범지역으로 선정됐다. 마냥 좋아할만한 소식은 아니었다. 상도4동이 서울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도4동이 지금처럼 마냥 낡고 특성 없는 마을이었던 건 아니다. 나무가 심어진 작은 정원을 갖춘 단독 주택들이 옹기 종기 모여있는, 이웃의 정과 인심도 후한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봄이면 활짝 핀 매화 꽃과 개나리 꽃이 등·하교길을 반겼고, 5월이면 집집마다 빨간 장미 꽃이 담장을 가득 메웠다. 얼마 전 TV에서 종영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보여준 콩 한쪽도 이웃끼리 나눠 먹는 살가운 동네 풍경이 어릴 적 상도4동의
"중국 과자 맛 어때요? 먹을 만 한가요?" 이달 중순 중국 상하이 출장 중 막히는 차 안에서 과자봉지를 꺼내든 기자에게 동행했던 현지 업체 직원이 물었다. 과자는 상하이 숙소 앞 편의점에서 구입한 오리온 '오!감자'(중국명 '야!투도우')였다. 질문을 받고 난감함과 놀라움이 교차했다. 중국 과자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데 "당신이 알고 있는 '하오리요우'(오리온의 중국명)는 사실 한국 기업"이라고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오리온이 1993년 중국에 첫 진출한 후 줄기차게 펼쳐온 현지화 전략에 왠지 방해가 되는 것만 같았다. 또 중국에서 현지 제과업체로 인정받을 만큼 완전히 뿌리를 내린 오리온의 위상에 깜짝 놀랐다. 생존 경쟁이 치열한 중국에서 해외 기업이 살아남을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가 빛을 보지 못하거나 실패한 기업은 무수히 많지만 성공한 한국기업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초코파이'에 이어 '오!감자', '고래밥' 등이 잇따라 흥행해 중국 내 2위 제과업
세기의 대결로 불리며 이목을 끌었던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국. 구글 딥마인드의 이벤트가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른바 '알파고 쇼크' 파장은 좀처럼 가시질 않는 모습이다. 최근 변호사 개업을 한 선배와 만난 자리에서도 인공지능은 단연 화제였다. 그에게 농담 삼아 물었다. "법정에 인공지능을 세우면 판결에 대한 이러저런 뒷말도 나오지 않을 것 같고, 난해한 용어와 지나치게 복잡한 판결문, 공소장 등도 한결 간결해질 텐데요." 가볍게 우스갯소리로 넘길 줄 알았는데 반응은 영 떨떠름했다. 아니 심각했다. 골똘히 생각하던 그는 "그럴 수도 있겠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낯빛도 어두워졌다. 그의 반응은 법조계의 신뢰도 추락과 무관치 않다. '널뛰기 판결'이나 '전관예우' 논란 등은 사법 불신을 낳는 요인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이 올해 초 ‘법원신뢰도 대국민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10명 가운데 7명꼴로 재판결과가 불공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