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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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취득세를 영구 인하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이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8월28일 정부가 전월세 대책 중 하나로 발표한지 105일만이다. 취득세 인하 방향에 대해서는 여야간 이견이 없었지만 지방세수 확충 방안에 대해 의견이 갈리면서 진통을 겪었다. 정부와 여당은 취득세율 인하에 따른 지방세수 부족분(연간 2조4000억원 추산) 보전을 위해 현재 5%인 지방소비세율을 내년도에 8%로, 2015년 11%로 단계적으로 6%포인트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내년은 1조2000억원의 예비비를 추가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보다 확실하게 지방소비세율을 내년에 11%로 일괄 인상해야한다고 요구했다. 양측의 줄다리기는 민주당의 한판승으로 끝났다. 민주당은 이례적으로 '위기의 지방 재정 민주당이 지켜냈습니다'는 자료를 내고, 승리를 자축했다. 취득세 문제가 민주당안으로 결론이 난 데는 야당이 논리에서 앞섰다고 볼 수 있겠지만, 기저에는 여야간 역학구도 변화도 작용했
“김 서방이 고졸이었어?” “너네 아빠 대학 안 나왔다며?” 지난해 임원으로 승진한 A씨가 언론에 ‘고졸 신화’로 소개된 이후 겪었던 일이다. 그전까지 A씨는 다정다감한 성격에 돈까지 잘 버는 100점짜리 아빠이자 사위였다. 고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장인 장모님은 여러 모임에 발길을 끊었고 아이들 역시 학교에서 한동안 질문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올해 기업들이 임원 인사 때 고졸 신화를 발표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과 LG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의 임원인사가 마무리됐지만 작년과는 달리 고졸 신화는 보도자료 내용에 모두 빠져 있었다. 지난해만 해도 이명박 정부의 고졸 우대정책에 따라 대부분의 기업들이 고졸 출신 임원들이 몇 명인지를 앞다퉈 발표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B사 관계자는 “정부 눈치도 있고 해서 지난해까지는 고졸 출신 임원들을 일부러 부각시킨 면이 없지 않다”며 “하지만 회사 내부에서는 능력이나 성과를 잘 알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지만 가족들의 고통을
"도쿄지점 부실은 내가 감사팀 파견을 지시해서 밝혀낸 것이다."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이 최근 한 언론사와 만나 했다는 발언이다. 이 발언에 대한 금융권 사람들의 공통된 이야기는 "왜, 굳이, 지금, 저런 말을 했을까"였다. "겸허히 책일질 각오가 돼 있다"(민병덕 전 국민은행장) 정도의 발언이 순리라고 봤기 때문이다. '내가 감사팀을 파견했다'는 어 전 회장의 말도 국민은행과 금융감독당국의 이야기와는 다르다. 어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도쿄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 참석했다. 당연히 이번에 사고를 친 그 도쿄지점장이 영접했다. 같이 갔던 KB금융 관계자는 '도쿄지점장이 너무 준비를 잘했더라. 당시 어 전 회장도 크게 만족해했다'라고 전했다. 도쿄지점은 실적도 좋았다. 어 전 회장은 도쿄지점장의 포상을 지시했다. 국민은행 본점에서는 정말 포상 받을만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도쿄지점을 검사했다. 검사 결과는 충격이었다. 대출실적이 좋았던 것은 불법대출 때문이었고 숨겨진 부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경쟁력은 르노닛산 전체 글로벌 공장 중에서 중간 수준이다” 프랑스 르노그룹의 최고 성과관리책임자(CPO)인 제롬 스톨 부회장이 지난 26일 경기 용인 르노삼성 중앙연구소에서 한 말이다. 이 발언을 놓고 르노삼성 내부 뿐 아니라 자동차 업계에서 비판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생산효율을 더 높이지 않으면 물량을 해외공장에 빼앗길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그는 또 "르노삼성이 부진에 빠진 것은 비용을 통제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며 "부품 국산화와 함께 노조와의 협상을 통해 고정비를 줄이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부산공장의 경쟁력을 추락시킨 책임은 르노삼성에 있지 않다. 르노삼성의 판매가 급감한 것은 국내 소비자들을 고려하지 않은 디자인, 닛산보다 못한 르노의 플랫폼 도입 등으로 상품력이 떨어진데 일차적인 원인이 있었다. 고정비가 높았던 것도 고임금 때문이 아니라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로부터 엔진과 변속기 등 핵심부품을 고가에 사 들여왔던 게 주요인이다. 이로 인해 2
"면세점이 동네북도 아니고 정말 너무합니다. 신규로 매장을 못 여는 것도 서러운데 이번에는 운영 중인 면세점 매장 면적을 줄이라니요? 면세사업을 하겠다는 중견·중소기업은 보이지도 않는데 정부와 정치권은 대기업 잡기에만 혈안이 돼 있습니다." 이달 초 홍종학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관세법 개정안' 때문에 면세점 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대기업의 면세점 매장수를 제한하는 관세법 개정안 시행령이 이미 발효됐는데도 홍 의원이 "(이 시행령 만으로는) 대기업의 독식을 막을 수 없다"며 추가로 규제안을 내놓은 것이다. 현행 관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대기업은 면세점 특허(점포)수 기준으로 전체 시장의 60% 미만, 중소·중견기업은 2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11월 현재 면세점 비율은 대기업 19개(51.4%), 중소·중견기업 8개(21.6%), 관광공사 등 공기업 10개(27%)다. 여기에 △대기업·중견기업 50% △중소기업 50% △공기업 20% 등 면적 기준으로 면세점 특허 비율을 할
"한전 사장님이면서, '전기세'라고 그러니까……." "착각했습니다. ('전기세'라는 발언을) 취소합니다. 제가 그걸 바꾸자고 한 사람인데……." 2008년 10월23일 열린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의 한국전력 등에 대한 국정감사. 김쌍수 당시 한전 사장이 '전기세'라는 표현을 계속 사용하자 지경위원장을 대리해 국감을 주재하던 김기현 의원이 정정해주는 장면이다. 전기를 사용하고 지불하는 돈은 '전기요금'이라고 해야 맞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이들이 '전기료'나 '전기요금'보다는 '전기세'라는 말에 익숙하다. 전기 공급을 담당하는 한전의 최고경영자까지 헷갈릴 정도다. 포털사이트 국어사전에 세금은 국가 또는 지방 공공 단체가 필요한 경비로 사용하기 위해 국민이나 주민으로부터 강제로 거두어들이는 금전이라고 정의가 돼 있다. 전기요금을 결정해 거둬들이는 게 정부와 공기업이고, 전기가 현대인에게 공기와도 같은 필수재이기 때문에 '세금'과 다름없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것이리라. 오히려 전기요금이
휴대폰시장은 요지경이 된 지 오래다. 눈치 빠른 소비자와 그렇지 못한 소비자 간에 치르는 대가가 최고 200~300% 차이나는 곳이 유독 이 시장이다. 시기와 장소, 지역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이통사와 제조사의 편법 보조금 때문이다. 지난달 발생한 '갤럭시S4' 보조금 대란만 해도 그렇다. 동일한 지역인데 로드숍에서 이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50만원을 냈다. 반면 인근 양판점에서 구입한 고객들은 17만원만 치렀다. 양판점 고객들의 기쁨도 잠시. 자신들 역시 '호갱님'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또다른 계열 양판점에서 이 제품을 단돈 5만원에 판매한 것. 이뿐일까.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단말기를 가장 빨리 바꾸는 국가로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10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제품을 너무 손쉽게 바꿀 수 있는 휴대폰 유통구조가 결정적이다. 눈치 빠른 고객이라면 30만원짜리 자급 단말기를 사는 것보다 이동통신 대리점에서 보조금이 풀리기를 기다린다. 맘만 먹으면 더 좋은 성
요지경이다. 집권 여당의 실세가 '찌라시'(증권가 정보지)에 실린 내용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열변을 토했단다. 국정원이 2급 비밀로 취급한 국가 주요 정보를 찌라시를 통해 입수했다는 자체가 대단하다. 대선 직전인 지난해 12월14일 김무성 의원(62·새누리당)이 부산에서 유세하면서 남북정상회담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 발언이라며 인용한 내용은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는 정상회담 회의록 내용 일부와 '토씨'까지 같단다. 야당에서는 김 의원이 정상회담 회의록을 봤거나 회의록에 담긴 일부 내용을 따로 전달받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펄쩍 뛴다. 김 의원 주장이 맞다면 국가 주요정보가 찌라시로 돌아다닐만큼 정권의 나라 운영이 엉망진창이라는 반증이다. 그런데 희한하다. 김 의원을 제외하고 '그 찌라시'를 봤다는 사람이 없다. 증권부에서 몇 년을 보낸 경험상 그 정도로 찌라시가 흘렀다면 '돌고 돌아' 내 귀, 아니면 적어도 정보를 다루는 언론사에는 입수돼야 정상이다. 다들 이쯤 되면 숨겨뒀던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처음 만났던 것은 지난해 말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성공 대통령이 되기 위한 조건'을 듣기 위해서였다. 그는 "길거리 룸펜도 대통령을 시키면 애국자 된다"면서 지지 여부를 떠나 대통령의 진정성을 의심해서는 안된다고 했고, "국민들에게 양보와 인내를 요청하고 기다려달라고 하는 것이 첫 마디가 됐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양극화, 고령화 등 구조적인 문제를 푸는데 시간에 쫓겨서는 안되니, 국민들에게 먼저 이해를 구하고 비전과 철학을 가다듬고 실천해가야 한다는 얘기였다. 국정의 중심에 깊이 관여했던 인사답게 공감 가는 조언들이 많았다. 이후 정국 상황이 답답할 때면 그를 찾았다. 지난 2월 말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는 "극단적인 대치상황으로 간다면 정부 조직을 운영할 대통령의 뜻을 존중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야권인사로서 쉽지 않은 해답을 내놨다. 지난 8월 말에는 이례적으로 새누리당 의원 연찬
이름깨나 알려진 경제, 금융 관료들 앞에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카드채 사태를 해결한 주역, 통화스와프 체결로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저축은행 부실 처리를 끝낸 장본인 등등. 공통점은 모두 사태가 터진 이후 이를 수습했다는 점이다. '기업 자금시장 경색을 미리 막았다', '외화유동성 부족 사태 재발을 막았다' 등 '사고를 예방했다'는 수식어가 달린 관료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모두가 '선제적 대응'을 강조하지만 사고를 예견하고 막은 사람들보다 사고가 터진 다음 수습한 사람들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전직 금융 고위 관료는 "사고 터지고 수습 잘하면 빛나지만, 선제적 대응한다고 잘못 건드렸다가는 오히려 책임져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동양사태처럼 알고도 못 막은 경우도 있는데 미리 예견해 예방한다는 것은 더 어렵다. 최근까지 뭇매를 맞은 '회사채신속인수제'도 선제적 대응의 저평가 사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회사채신속인수제'를 부활시켰다. 회사채 시장의 양
"효성이 벤츠 수입을 그만두면 말레이시아계 화교 재벌인 레이싱홍만 좋은 일 시키는 겁니다. 대기업인 효성 말고 레이싱홍 계열의 한성자동차를 견제할 벤츠 딜러는 없습니다." 수입차업계에도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면서 효성, 코오롱, 두산 등이 사업을 접느냐 마느냐로 시끄러웠을 때 한 수입차업체 임원이 한 말이다. 그는 "차에 하자가 생기는 경우 대기업계열 딜러는 그룹 이미지를 고려해서라도 서비스 등에 더 신경을 쓴다"며 "대기업 철수가 소비자들에겐 이롭지 않다"고 했다. 결국 두산그룹이 혼다 수입을 접는 수준에서 끝이 났지만 한성차는 시장선점 효과에 기대 효성과 코오롱 등을 제치고 국내 최대 수입차업체로 컸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뒤 산업지형도가 달라진 업종은 곳곳에 널려 있다. 공공기관 구내식당은 미국계 아라코가 알짜 공기업 상권을 장악해가고 있고 공공정보화 분야는 한국IBM, 중국계와 미국계가 대주주인 대우정보시스템, 일본 태평양시멘트의 손자회사격인 쌍용정보
최근 '듀프리토마스줄리코리아'라는 외국계 합작기업이 김해국제공항 'DF2(주류·담배)구역'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된 것을 놓고 말들이 많다. 중소·중견기업에게 사업권을 준다며 국내 대기업 입찰 참여를 막았는데 정작 외국계 기업이 최종 사업권을 따냈기 때문이다. 이 회사 지분 70%를 보유한 듀프리는 연매출 40억달러의 세계 2위 면세점 업체다. 그런데도 정부로부터 '중견기업 확인서'를 발급받아 입찰에 참여했다. "지난 8월 자본금 1000만원을 들여 설립한 국내 법인으로 서류상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하는 권한은 한국공항공사에 있고, 서류상에도 문제가 없다지만 좀처럼 씁쓸함이 가시질 않는다. 국내 기업을 역차별로 내몰고 글로벌 기업 주머니만 불려준 꼴이 됐다. 중소·중견기업에 우선권을 주려고 법까지 개정했는데 그 취지도 무색해졌다. 김해공항 면세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세종청사 구내식당 입찰에서 다국적 기업 계열인 '아라코'가 운영권을 따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