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보다 더 게임 같은 일이 국내 게임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국내 양대 게임업체인 넥슨과엔씨소프트(231,500원 ▼500 -0.22%)의 '머니 게임'이다.
게임판의 '말'은 두 회사다. 지난달 27일 넥슨이 엔씨소프트에 대한 경영참여 의지를 밝히면서 본격 전개된 게임은 전면적인 경영권 다툼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3일 넥슨은 주주제안서를 엔씨소프트에 전달했다. 보다 직접적인 경영 개입 의사를 밝힌 것. 넥슨이 요구한 답변 시한인 10일 엔씨가 답변서를 보내면서 양사간의 일촉즉발 분쟁은 일단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주주총회 목적사항에 대한 주주의안 제안 등 넥슨이 바로 답변을 요구한 것을 엔씨가 대부분 수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넥슨이 향후 검토 후 답변 달라고 요구한 부동산 매각, 자사주 소각, 특수관계인 임원 연봉 공개 등 민감한 사항에 대해 여전히 엔씨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넥슨도 엔씨 경영권 참여와 관련 장기적인 계획을 짜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판의 두 말이 여전히 갈 길을 못찾은 채 대립각만 세울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시장의 눈은 3월 말 주주총회에 쏠려있다. 양사도 각오한 모습이다. 하지만 양사 간 경영권 분쟁이 그 때까지 이어진다면 두 회사 모두에게 득 될 게 없다. 업계 맏형격인 두 회사의 진흙탕 싸움이 당사자 뿐 아니라 게임 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우려도 크다.
특히 주력인 온라인 게임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미국, 중국 등 외국업체들의 공세에 시달리는 국내 게임 산업 현실에서 안방 싸움은 국내 게임 산업 경쟁력만 위축시킬 뿐이다.
안방 경영권 다툼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한다면 넥슨과 엔씨가 2년 반 전 '함께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자'며 내세웠던 명분이나 공통 과제를 아이러니하게도 두 회사 모두 저버리는 것과 같다.
현 상황이 두 업체나 게임산업 그 어디에도 득이 될 게 없다면 빨리 게임을 끝내는 게 낫다. 넥슨 입장에서는 경영 참여를 하지 못해도 당장 크게 잃을 게 없다.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지난달 27일 이후 엔씨 주가는 13% 올랐다. 넥슨은 "엔씨 지분 투자 이후 엔씨와 시너지 효과가 없었다"고 밝힌 만큼 엔씨 지분을 추가 인수해 적대적 M&A를 할 이유도 없다. 그 보다는 투자금 8000억원을 빨리 회수해 다른 데 쓰는 게 나은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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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말을 움직이는 사람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김정주 넥슨 회장이다. 두 '게이머' 모두 대표적인 벤처 1세대 IT신화의 주인공으로 이번 경영권 다툼을 해결할 키를 쥐고 있다. 대학선후배 사이로 30년간 우정을 과시해왔고 한 때 협력을 다짐하던 동지이기도 했다. 양사 수장 간 논의를 거쳐 타협안이 나오지 않는 한 경영권 분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게이머도 관중도, 그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고 재미조차 없이 길게 지속된다면, 그 게임은 빨리 끝내는 게 좋다. '게임의 룰'은 그 누구보다 게임업체들이 잘 알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