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에 기대가 큰 이유

'임종룡'에 기대가 큰 이유

김진형 기자
2015.02.22 15:41

[우리가 보는 세상]

#신제윤과 임종룡, 두 사람은 닮았다. 행정고시 24회로 함께 공직에 입문했고 걸어온 길도 비슷하다. 임종룡 후보자가 금융정책과장을 마친 후 그 뒤를 이은 사람이 신제윤 금융위원장이다. 임 후보자가 이후 경제정책 엘리트 코스(종합정책과장-경제정책국장)를 밟는 동안 신 위원장은 국제금융 라인(국제금융과장-국제금융국장) 길을 걸었지만 임 후보자가 기획재정부 1차관을 마친 후 그 뒤를 받친 사람 역시 신 위원장이었다. 그리고 이번엔 반대로 신 위원장의 자리를 임 후보자가 이어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선의의 경쟁을 펼쳤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능력에 대한 인정과 존경을 숨기지 않았다. 2013년 봄 신위원장이 "관료 출신이라도 능력만 있다면 민간회사 CEO를 할 수 있다"고 발언, 같은 모피아 출신으로 KB금융 회장에 유력했던 임영록씨(당시 KB금융 사장)을 대놓고 편들었다는 논란이 벌어진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신 위원장의 발언은 임영록이 아니라 임종룡 NH금융 회장을 염두에 둔 말이었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다.

임 후보자는 신 위원장을 '형님'(신 위원장이 임 후보자보다 1살 많다)이라 부른다. 내정 직후 머니투데이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스물 세살때부터 평생을 같이 살아 온 허물없는 형님인 동시에 정말 존경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사석에서 "임종룡은 이번 정부에서 다시 쓰여야 할 사람"이라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임 후보자는 다시 쓰일 기회를 얻었다.

#CEO가 자신의 임기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느냐는 본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전임 CEO가 어떤 유산을 남겼느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전임 CEO가 숙제만 잔뜩 넘겨줬다면 후임은 숙제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부처의 장관도 마찬가지다. 신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금융정책을 담당할 선발 투수였지만 임기 1년은 지난 정부가 남긴 숙제를 하는 시간이었다. 우리금융 매각의 해법을 찾아야 했고 산업은행 민영화를 원점으로 되돌려야 했다. STX, 동양그룹 등 MB 정부 때 묻어뒀던 대기업 부실 처리도 그의 몫이었다.

신임 금융위원장이 발표되기 바로 전날 오후 집무실에서 만난 신 위원장의 표정은 밝았다. 교체된다는 연락을 받지 못했던(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이었지만 그는 특유의 직설적 표현으로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전임자가 똥을 많이 싸 놓으면 똥 치우는데 시간 다 보낸다."

신 위원장에 대한 금융권의 평가가 예상보다 박한 것은 숙제하고 잇따른 사고수습하느라 금융산업 발전에 온 힘을 쏟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도 이를 모르지 않았기에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규제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기술금융, 핀테크 등 '금융개혁'의 시동을 걸었다.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의 뇌관은 제거하지 못했지만 최소한 '새로 싸놓은 똥'은 거의 없다. 금융권에선 신 위원장보다 임 후보자가 더 나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민간회사 CEO까지 거친 임 후보자가 이젠 금융권의 기대에 호응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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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진형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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