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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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수서역을 나서면 낯선 풍경을 접할 수 있다. 고속철도 SRT에서 내린 많은 이들이 한 정류장으로 향한다. 정류장에는 대형병원의 셔틀버스가 '서울의 큰 병원'을 찾아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을 기다린다. 낯선 풍경은 SRT 개통 이후 수년이 지나면서 자연스러운 풍경으로 거듭났다. 서울에서 살다가 지방 혁신도시로 옮긴 이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은퇴 후 혁신도시에서 계속 살 생각인가요?" 그 때도 병원 이야기가 나왔다. 생활의 만족도가 올라가고 있지만 병원을 생각하면 "글쎄요"라고 했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 특히 노년층은 부족한 의료 인프라를 걱정한다. 지방은 청년들에게 더 고달픈 공간이다. 무엇보다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지방의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향한다. 지난 20여년간 130만명 이상의 20대 지방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거처를 옮겼다.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 인구가 지방을 앞지른 이유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그래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And they lived happily ever after.)" 안데르센의 동화는 대개 이런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행복한 일상을 누리던 주인공이 갑작스레 시련을 당하고 이를 해쳐나가면서 한층 성숙해지는 '영웅 신화'의 마지막도 동일하다. 어찌보면 수많은 종교와 신앙의 원천도 동일하다. 갖은 고생과 시행착오로 당장은 어려움을 겪지만 이를 견디고 극복해내면 행복한 결말에 이를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역사로 점철된 인류가 종말을 맞이하지 않고 지금껏 번성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기후변화라는 전 지구적인 위기는 다시금 인류에게 고생과 시행착오의 반복을 강요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이 길의 끝에서 지속가능한 번영이라는 해피엔딩을 만날 수 있을까. 2018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차 녹색성장 및 2030 글로벌 목표를 위한 연대(이하 P4G)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안데르센 동화의 결말을 언급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여러가지 중 하나가 바로 엄청나게 커져버린 환경에 대한 관심이다. 당장 사람이 죽고사는게 문제인 미증유의 질병은 어떻게 '환경 보호'라는 뜻밖의 명제를 부각시켰을까. 정확히 어찌 된 일인지는 코로나19 종식 이후 차차 연구될 과제 중 하나다. 일단 우리 주변의 생활을 돌아보면 실마리를 찾을수도 있을 듯 하다. 외부 활동이 제한되고 집합금지 시행도 길어진다. 대형마트에 가는것 조차 꺼려진다. 식재료나 배달음식 주문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집에서 시켜먹다보면 쌓이는건 포장재고 늘어나는건 버려야 할 쓰레기다. 하루 한 끼만 배달음식으로 때워도 거기서 나오는 플라스틱과 비닐의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보고 있자면 겁이 날 정도다. 불안함은 대체로 현실이 된다. 한 언론은 통계청을 인용해 우리 나라에서 하루에 버려지는 일회용 플라스틱 그릇 숫자가 1000만개(3월 기준)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믿겨지지 않겠지만 당장 각자의 집에서 나오는 배달용기, 점심먹고 으레 하나씩 들
장창국 의정부지법 부장판사가 지난 18일 법원 내부 게시판에 "성폭력사건에서 대법원이 하급심의 무죄판단을 존중하지 않고 유죄 판결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장 판사는 대법원을 비판했지만 하급심부터 '성인지 감수성' 영향을 받아 제대로 된 증거도 없이 '유죄'를 선고하는 판사들이 적지 않다. 이런 문제는 대략 10여년전부터 가속화했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유독 성폭력사건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을 우려하는 이들의 의견은 무시돼왔다. 반대로 '여성단체 감수성'이 예민한 판사들이 여성단체의 눈치를 살피며 판결을 하는 일은 늘었다. 심지어 여성감독의 여성지인에 대한 동성 성폭력은 여성끼리의 '준유사강간'사건 첫 '유죄' 판결이라 의미가 있음에도 대법원 공보단계에서 의도적으로 묻혔다가 피해자 측 폭로로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성범죄 사건은 특성상 증거나 증인을 찾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사법 원칙을 완전히 무시해도 되는 건 아니다. 최근 법원의 판결 경향을 보면 여성이 성범죄 피해
올해초 평소 알고지내던 레미콘업계 직원 A씨로부터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그의 부친이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부친이 암 판정을 받기 전, 특정 업체에서 만든 자가진단키트 결과에선 '음성'이 나왔다는 점이었다. 안심하는 사이 암세포는 급속히 번져 도저히 손 쓸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됐다. 소송을 준비하던 이 직원은 자가진단키트에 암보험 약관처럼 깨알같은 문구를 확인하고 포기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이 진단키트는 대장암 진단의 보조수단입니다"라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가진단 결과를 신뢰한 대가는 이렇게 클 줄 몰랐다고 하는 A씨에게 마땅한 위로의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얼마전 인도공장에서 근무하는 오리온 직원 B씨가 현지에서 사망해 국내로 송환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직원 B씨는 사후 실시한 코로나19(COVID-19) 진단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글로벌 코로나19 확진자의 절반이 발생하는 인도에 머무르고 있던 B씨에게 거의 유일한 자기방역 도구는
"공식 입장은 '정해진 게 없다', 속내는 아마 '충분히 검토할 수 있도록 좀 내버려뒀으면 좋겠다' 정도 아닐까요." 13일 삼성전자의 미국 현지 반도체 투자를 두고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반도체업계 관계자의 분석은 삼성의 고민을 고스란히 대변했다. 그의 분석대로 최근 미국 투자 계획은 삼성 내부에서 금기어 중 하나다. 미국 현지 투자안이 마치 한미동맹의 상징처럼 흘러가는 분위기 때문이다. 기업이 최적의 투자 전략을 고민하고 실행하기에 버거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의 미국 현지 반도체 공장 신·증설 문제는 사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공식화하기 전부터 삼성 내부에서 먼저 고민했던 사안이다. 삼성 미국법인이 텍사스주 오스틴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라인 인근 부지를 매입했다는 얘기가 지난해부터 돌았다. 당시에 이미 삼성이 2021년 하반기에 미국 투자를 공식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스텝'이 꼬인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올 2월 반도체 패권경쟁을 표면화하면서부터
#'국가보안법 철폐가'는 1, 2, 3이 있다. 똑같은 제목의 노래가 무려 세 개다. 소위 '민중가요' 중에 매우 특이한 경우다. 그만큼 국가보안법 폐지는 오래도록 진보진영에게는 간절한 과제다. 전대협·한총련 세대인 4050의 학창시절과도 맞닿는다. 한 다리만 건너면 이 법 때문에 곤욕을 치렀던 선후배 동료들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막걸리보안법'이라 불릴 정도로 악용돼온 사례도 익히 안다. 먹고 사느라 잊고 살지만 뇌리에 새겨진 국가보안법은 필요악보다는 그냥 악에 가까운 이미지가 적잖다. 권위주의 시대와 수구냉전 세력에 대한 뿌리 깊은 거부감과 얽힌다. 국가보안법 자체가 낯선 2030과 또 다르다. 4050이 현재 야당에 가장 거부감이 강한 연령층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민주당이 아무리 못해도 차마 국민의힘을 찍을 수 없다'는 정서 밑바탕에는 군사독재의 후예(야당은 억울해하지만)라는 각인이, 국가보안법의 흔적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건 정말 파장이 있겠네요
주요 금융그룹이 은행 자회사나 합작사 설립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 중이다. 금융그룹이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저마다 디지털 전환 등 기치를 내세우며 모바일 앱 혁신 등에 역량을 집중하는 데 치중했다가 스탠스를 바꿨다. 모바일뱅킹 강화만으로 금융시장의 변화와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세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본 탓이다. 규제의 강도나 들이는 비용 대비 효과가 적다고 판단했다.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조직과 문화 측면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본 듯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의 시작은 2015년 케이뱅크가 1호 인터넷은행으로 허가를 받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융당국은 ICT 기반의 '혁신'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면서 기존 금융기업의 질서에서 벗어난 '메기'의 등장을 유도했다. 이 때만 해도 금융지주사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의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 한 금
#. 취임 109일 만에 '불명예' 퇴진한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해 국토부 공무원들은 "하고 싶은 게 참 많았던 장관"이었다고 평가했다. 변 전 장관은 사석의 저녁자리에서도 몇 시간동안 내내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이야기만 쉴새 없이 쏟아냈다고 한다. 수행 기사를 먼저 보내고 배우자가 운전하는 차로 귀가하는 동안에도 저녁자리서 나온 이야기를 카톡으로 정리해 보낼만큼 열정이 대단했다고 한다. 정책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국장·실장을 거치지 않고 실무자나 과장들에게 불쑥불쑥 카톡을 보내와 직원들이 당황한 적도 많았다. '서울 아파트' 공급 갈증이 심화된 시기에 취임한 그는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는 김현미 전 장관의 흔적을 지워나갔다. 공급이 정말 부족한 것인지, 실수요 혹은 가수요인지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더라도 한번 정한 정책 방향을 스스로 '유턴'하기 어려운 관료를 움직인 것도 그의 몫이었다. 전국 83만 가구 공급을 골자로 한 2·4 대책은 그렇게 나왔다. 변 전 장관은 다음
시중자금 81조원이 몰린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청약에서 흥미로운 사건이 일어났다. 공모주 역사상 가장 큰 돈이 오간 딜인데, 주관사가 '대담하게' 밀실거래를 벌이려다가 사실이 알려지자 부랴부랴 태세전환을 한 것이다. 주인공은 대표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이다. 이 증권사는 지난 주말 공모 접수를 마친 상태에서 발행사의 우리사주조합 실권물량 106만9500주(35%)가 발생하자 이를 개인이 아닌 기관들에 몰래 배정하려고 했다. 이 주식을 한 주라도 받으려고 주초에 증권사 앞에서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한 고령자들이 많았다. 증권계좌는 스마트폰 비대면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그게 어렵거나 혹은 자식이나 손주들 이름으로 미성년 계좌를 대리 개설해주려던 이들이 다수였다. 청약자 474만여명 가운데 적어도 수십만명이 단 한 주라도 배정받으려 생고생을 마다치 않았다. 그렇다면 이런 알짜 주식을 일부 발행사 임직원들은 왜 포기한 걸까. 답은 한마디로 '빚내기가 너무 버거워서'다. 회사의 매출
국민연금의 역사에는 '참 질긴 사람'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도입된 건 1988년이다. 근거법은 1986년 말 국회를 통과한 국민연금법이다. 그런데 제정안이 아니라 개정안이다. 과거에도 법이 존재했다. 국민연금법의 전신인 국민복지연금법이 1973년 국회를 통과해 이듬해 시행될 예정이었다. 이 때 등장하는 인물이 김만제 한국개발연구원(KDI) 초대원장이다. 30대에 국책연구원장이 된 김 전 원장은 1972년 국민연금 도입을 처음 건의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이를 전격 수용한다. 하지만 석유파동의 영향으로 국민연금 도입은 물건너갔다. 전두환 정권은 국민연금 도입에 회의적이었다. 시기상조로 판단했다고 한다. 이 때 김 전 원장이 재등판한다. 김 전 원장은 1986년 1월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취임한다. '급'이 달라진 김 전 부총리는 국민연금 화두를 다시 꺼낸다. '부총리 김만제'는 전 전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던 비행기 안에서 국민연금 도입을 정식으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았네." 청운의 꿈을 안고 행정고시를 준비하던 서울대 경제학과 82학번 청년 성윤모는 매일 밤 도서관을 나서며 이렇게 혼잣말을 되뇌였다. 순박하지만 똑똑하고 성실하던 이 청년은 훗날 문재인 정부의 2번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된다. 공직 입문 후 연일 야근을 하면서도 행복했다. 5급 사무관으로 처음 정책을 기획하며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과 민간기업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는게 가장 좋았다고 했다.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그리는 보람이 컸다. 동료들은 그를 '산업부 3대 천재'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 이상의 노력과 열정, 성실함이 오늘의 성 장관을 있게 했다. 그는 천상 공무원이다. 공직생활 중 한순간도 다른 곳에 기웃대지 않았다. 지난 21대 총선에 출마하라는 외부의 부추김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뚜벅뚜벅 그렇게 34년을 걸었다. 어찌보면 성 장관의 공직생활 최대 위기는 장관 시절일지도 모른다. 처음엔 순탄했다. 집권 2년차 문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