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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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10일 오전10시. 당시 야당(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권 주자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 홍은동 자택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을 TV생중계로 지켜보고 있었다. ‘공정과 정의’, ‘원칙과 상식’을 외치며 민생현장에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던 문 대통령은 이날만큼은 외부 일정을 따로 잡지 않았다. 이정미 당시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결정문을 낭독하자, 문 대통령은 곧바로 ‘위대한 국민께 경의를 표한다’는 제목의 대국민 입장문을 발표했다. “오늘 우리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숭고하고 준엄한 가치를 확인했습니다. 위대한 국민의 힘으로 역사는 전진합니다. 이제 나라를 걱정했던 모든 마음들이 하나로 모아져야 합니다. 전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기록될 평화로운 광장의 힘이 통합의 힘으로 승화될 때 대한민국이라는 이름과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더욱 자
윤석열이 안철수나 반기문과 다른 점은 '새정치'를 굳이 꺼내 보일 필요가 없다는 점일 거다. 그가 임기 4개월을 남겨놓고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것은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지금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정치에 뛰어들어 차기 대선에 도전장을 낸다면 문재인정부가 무너트린 법치주의를 회복하고 법의 지배를 통해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을 자신의 소명으로 내세우게 될 것이다. '구태정치 청산'과 정치개혁을 숙명처럼 짊어지게 되는 '새정치'는 현실 정치와 맞닿는 순간 더이상 새롭지 않는 형용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반(反)정치' 정서에 기반해 정치와 동떨어진 곳에서 구세주처럼 등장한 안철수·반기문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어쩌면 여기에 있다. 실체가 모호한, 구태정치와 차별화도 어려운 '새정치'에 비해 윤석열이 보여줄 정치는 상대적으로 예측가능하다. 윤석열은 이를 '부패완판(부패가 완전 판친다)'이란 구호로 운을 띄웠는데 여당이 추진하는 '
2009년 10월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서 8년간 최고경영자(CEO)로 자리를 지켰던 케네스 루이스가 갑작스레 사퇴했다. BoA는 그 뒤로 3개월간 CEO가 없이 지냈다. 차기 CEO 선임이 2개월 이상 이뤄지지 않으면 ‘사고’로 여기던 풍토에서 BoA의 행보는 위험천만 했다. 징후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 해 4월 BoA 연례 주주총회에 주주들은 메릴린치 인수 과정에서 불투명한 의사결정과 정보 공개 책임을 물었다. 표결을 거쳐 CEO와 회장직을 분리, 루이스를 회장 자리에서 내쫓았다. 그러나 루이스 측근들이 장악한 이사회는 루이스에게 CEO 자리를 맡겨 주주들의 반발을 샀다. 루이스 사퇴 후 4개월 뒤인 2010년 2월, 뉴욕 검찰은 메릴린치 부실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채 인수를 감행했다며 증권사기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종합해보면 BoA는 지배구조로 인한 문제가 이미 예고된 상황에서 리스크 해소를 위해 별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BoA는 뒤늦게 JP모간
# 1. 지난 5대 금융지주사 회장단 회동에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은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다. 동선이 알려진 행사에서 기자들을 멀찍이 앞선 그는 선약 식사를 먼저 하고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을 만나 얘기를 나눴다. 회동 후 기자들이 뒤늦게 따라붙어 4연임 여부를 질문하자 “부담이 크다. 나는 그만 둬야 하는 사람인데…”라고 읊조렸다. 동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하나금융 이사회 판단을 존중한다”며 사실상 추인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 2. 금융감독원 노조는 지난달 말부터 연일 원장을 비판하고 있다. 윤석헌 원장이 채용비리 연루자들을 승진시켰다는 연유다. 하지만 그건 명분이고 노조의 비판은 윤 원장이 연임에 뜻을 두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부터 격렬해졌다. 25일에는 아예 장외집회를 열고 원장의 기업 사외이사 시절 활동비까지 들추기 시작했다. 윤 원장이 아니더라도 그가 추천한 다른 교수 출신이 다시 낙하산으로 올 수 있다는 염려 때문으로 보인다. 노조는 “영(令)이 서지 않
"귀를 기울여 들음." 표준국어대사전은 '경청(傾聽)'을 이렇게 설명한다. 산업안전대사전에서는 "상대의 말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전달하고자 하는 말의 내용은 물론이며, 그 내면에 깔려있는 동기나 정서에 귀를 기울여 듣고 이해된 바를 상대방에게 피드백(feedback)하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한다. 유사 이래로 수많은 명망가들이 '잘 듣기'를 좋은 소통의 필수조건으로 꼽는다. 잘 들어야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다. 그래야 자신이 무엇을 말할지, 어떻게 말할지를 결정할 수 있다.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하면서도 논쟁적인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비결이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 경청의 미덕이 사라졌다. 모두가 자기 말만 한다. 나와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편을 가르고 적대시한다. 왜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느냐는 푸념이 일상이다. 비난의 화살은 언론으로 향한다. 언론이 자신의 말을 왜곡한 까닭에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의 말을 직접 들어보면 오해할 리
어느 업계나 비밀은 있다. 기름값이 비싼 국회 앞 주유소 단골들은 리터당 몇백원씩 리베이트로 돌려받는다. 교수들도 법인카드로 제자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카드깡을 한다. 의료계 리베이트는 워낙 심하다보니 그 중 일부가 협찬비라는 명목으로 아예 공식화됐다. 시골장터서 고추가루를 파는 순박해보이는 할머니들은 종종 중국산 고추를 사다 비닐하우스에서 말려 빻은 뒤 국산 태양초로 속여 판다. 변호사업계엔 대표적인 거짓말 두 가지가 있다. '전관예우는 없다'와 '브로커 근절'이다. 전관예우는 과거에 비해 약해졌지만 분명 존재한다. 불법브로커는 전혀 근절되지 않고 오히려 변호사들과 공생한다. 법률 소비자들은 대개 법률시장을 전혀 모른다. 내가 처한 분쟁에 어떤 변호사가 적당할지 수임료는 적정가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알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300만원 정도면 해결할 간단한 사건인데도 무지한 탓에 수천만원대의 수임료를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시장 환경이 '전관예우'와 '불법브로커'를 가능하게
1. 얼마전 심하게 앓았다. 장(腸)에서 밤새 비명소리가 나더니 급기야 다음날엔 오한에 열까지 겹쳤다.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설 연휴 절반을 침대에서 보냈다. 병원에 가기 전 카톡이 왔다. 건강에 이상없냐고. 미루고 미뤄둔 저녁식사를 이틀 전 함께했던 지인들로부터였다. 저녁 메뉴는 해산물. 굴도 있었다. 모두 병원에서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소견을 듣는 건 예정된 수순이었다. 코로나19(COVID-19)로 개인위생이 각별해진 요즘, 다른 건 몰라도 질병으로부터 멀어진 점은 긍정적이라고 위안을 삼았는데, 결론적으로 방심했다. 2. 한 때 200명대로 줄었던 코로나19 발생환자가 시나브로 600명을 넘어섰다. 전파는 병원에서, 보일러 공장에서 들불처럼 번졌다.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가게 문이 열리고 닫히는 자영업·소상공인들은 다시 늘어난 환자 수에 노심초사다. 이미 빚은 능력 닿는데까지 끌어다썼다. 또 다시 영업 제한을 받게되면 존폐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여기에 4차 재난지원금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66)은 꼼수보다 정공법을 즐기는 타입이다. 물밑 논의의 역할을 가볍게 보는 것은 아니지만 공개적으로 터놓고 얘기하는 데 스스럼이 없는 거의 유일한 대기업 총수다. 이런 기질이 잘 드러난 사례가 2015년 말 그가 두산그룹 회장이었을 당시 두산인프라코어의 희망퇴직 사태다. 20대 고졸직원과 갓 입사한 공채 신입사원이 명예퇴직 신청자에 포함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자 박 회장이 직접 수습에 나섰다. 실무자를 내세워 적당히 해명하거나 그조차도 하지 않고 뭉개는 여느 총수들과는 확연히 다른 조치였다. 정작 본인은 어린 직원들을 지키지 못했던 순간을 '죽음과 같이 힘든 시간이었다'고 회고하지만 두산의 이미지에 치명타가 될 뻔했던 사태가 제법 조기에 수습된 데 박 회장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는 점에 이의를 다는 이는 거의 없다. 박 회장이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장을 맡고 국회 문턱이 닳도록 정치권을 찾은 것도 이런 기질 덕이었다. 2013년 8월 대한상의 회장으로
#"조민만 그런 게 아니라더라" 의대 교수인 친구가 지도학생들한테 들은 얘기를 털어놨다. 또래 의전원(의학전문대학원) 출신들 사이에선 조국 전 장관의 딸 '의사 조민'에게 분노보다는 짐짓 모른 체하는 기류도 있다는 전언이다. 같은 잣대를 들이대면 문제가 될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의미다. 물론 다 그런건 아닐 것이다. 비슷한 사례가 있다고 불법행위가 정당화될 수도 없고 동시에 조민이라는 이유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는 것도 옳지 않다. 분명한 건 학력자본을 갖추는데 '세습'이 작동하는 현실이다. 의사 조민은 이를 새삼 적나라하게 일깨워줬다. 기득권 세력으로 맹비난을 받고 있는 586 세대가 공고한 그들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자녀들에게 차곡차곡 물려준 사회적 자본이 밀레니얼 세대 내에서 장벽을 세웠다. #97세대가 끝물인듯하다. 부모에게 세습 받지 않아도 학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지방마다 명문고(비싼 비용이 들지 않는 일반고)가 있었고 가난하거나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낮아도 소위 좋
#"조민만 그런 게 아니라더라" 의대 교수인 친구가 지도학생들한테 들은 얘기를 털어놨다. 또래 의전원(의학전문대학원) 출신들 사이에선 조국 전 장관의 딸 '의사 조민'에게 분노보다는 짐짓 모른 체하는 기류도 있다는 전언이다. 같은 잣대를 들이대면 문제가 될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의미다. 물론 다 그런건 아닐 것이다. 비슷한 사례가 있다고 불법행위가 정당화될 수도 없고 동시에 조민이라는 이유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는 것도 옳지 않다. 분명한 건 학력자본을 갖추는데 '세습'이 작동하는 현실이다. 의사 조민은 이를 새삼 적나라하게 일깨워줬다. 기득권 세력으로 맹비난을 받고 있는 586 세대가 공고한 그들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자녀들에게 차곡차곡 물려준 사회적 자본이 밀레니얼 세대 내에서 장벽을 세웠다. #97세대가 끝물인듯하다. 부모에게 세습 받지 않아도 학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지방마다 명문고(비싼 비용이 들지 않는 일반고)가 있었고 가난하거나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낮아도 소위 좋
더불어민주당에선 최근 '13명의 대선주자'가 화제다. 이른바 '민주당 13룡(龍)'이다. 대권을 향해 뛰는 당내 주자가 열명이 넘을 정도로 쟁쟁한 인물들이 많은지 놀랍다는 게 첫번째 반응이다. 곧이어 따라오는 질문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뚜렷하게 굳어진 '이재명-이낙연' 양강구도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서 이처럼 많은 주자를 내세우는 까닭에 대해서다. 특히 '13룡'설의 근원지가 친문(친문재인) 그룹이라는 점에서 그 의도와 배경에도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이낙연 있는데…누가 '13룡' 등판을 바라나━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외에 정세균 국무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이광재·박용진 의원은 대권 도전 의시를 직간접적으로 내비치고 있는 당내 인사들이다. 여기에 '586세대' 대표주자 격으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꾸준히 언급된다. 대법원 판결을 남겨놓은 김경수 경남지사도 여전히 살아있는 카드로 보고 '13룡'에 포함됐다. 영남 지역
미래에 닥칠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만들 때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돈이든, 각오든 많이 쌓아두고 단단히 다져놓을수록 충격 흡수력이 좋다. 빠른 복원도 기대할 수 있다. 은행들이 미래의 손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쌓는 것도 같은 이치다. 코로나19로 인해 경기악화와 맞물려 은행들이 대손충당금을 일정 이상 쌓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이 때 시나리오는 모든 경우의 수를 반영하되 어느 정도는 합리적이고 예상 가능한 범위 이내여야 한다. 물론 블랙스완이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비현실적 가정에 기반해서는 안 된다. 특히 가까운 미래에 대한 시나리오일수록 그렇다. 금융당국이 주요 금융지주들에 연간 기준 배당성향 20% 권고안을 전달하면서 관치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배당성향을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공식적으로 권고했기 때문이다. 이런 적이 없으니 설왕설래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이런 방침을 밝힌 뒤 당장 금융사들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