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자영업자가 손흥민 골장면에 씁쓸했던 이유

[우보세]자영업자가 손흥민 골장면에 씁쓸했던 이유

지영호 기자
2021.08.19 06:0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사진=SPORS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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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한국시간) 2021-2022 프리미어리그(EPL) 1라운드에서 손흥민 선수가 맨체스터시티를 상대로 결승골을 넣는 장면은 축구팬 사이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지난 시즌 우승팀을 상대로 이날 유일한 골을 기록하며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에 승리를 안겨준 선수가 손흥민이라는 사실에서다. 축구종가 잉글랜드의 국가대표 스트라이커이자 토트넘의 터줏대감 해리 케인이 출전하지 않아 더 부각이 됐다.

하지만 자영업자 사이에선 손흥민의 골보다 다른게 더 눈길이 갔나보다. 자영업을 하는 한 지인은 손흥민 뒤로 보이는 빼곡한 관중들과 그들이 거리두기를 하지 않는 모습에 더 놀란 눈치였다. 경기 당일 영국 런던 북부에 있는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는 6만여명의 관중이 입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입장 관중 대부분은 서로의 어깨를 맞닿을 정도로 밀집했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비말이 튀도록 자신의 팀을 응원했다.

이런 장면은 지난달 19일부터 영국이 코로나19(COVID-19) 사회적 거리두기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장소별 인원 제한 등 방역관련 규제를 모두 해제한 결과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개인의 판단과 책임"을 강조했지만, 전역에서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축제가 이어졌다고 한다.

영국의 '노마스크' 선언은 백신 접종에서 비롯된 자신감에서 나왔다. 1차 이상 백신접종률이 90%를 넘어섰다.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 얼마나 대응하는지는 여전히 논란거리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전날 기준으로 영국의 하루 확진자는 우리의 15배, 사망자가 34배나 된다. 더이상 활동을 제한하는 방역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일상으로의 복귀를 선택한 것이다.

영국이 축배를 들기 1주 전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최고 단계인 4단계를 수도권부터 시작했다. '굵고 짧은' 거리두기로 유행을 완화시겠다던 계획은 한 달을 훌쩍 넘겨 '굵고 긴' 거리두기가 됐다. 그 사이 코로나19의 최약자 계층인 자영업자들은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7일부터 정부가 지급하고 있는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희망회복자금'이 인공호흡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문제는 한달 후다. 월세 살이를 하는 자영업자에게 이후 상황은 별반 달라질게 없다. 자영업자들이 지원금보다 저녁 6시 이후 2명 이하 식사 금지같은 방역조치 완화나 무이자 대출같은 금융지원을 원하는 이유다.

여름휴가, 광복절 연휴로 인한 확산 효과도 예상되는 터다. 추석 연휴가 지나면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이 불가피하다. 한달 이내에 유행을 획기적으로 완화시키지 않으면 지금같은 방역체계로는 또 다시 자영업자의 희생을 강요할 수 밖에 없는 시나리오다.

활동량이 많은 18~49세 백신접종이 시작되는 점은 자영업자에게 희망의 불씨다. 현재 백신 접종률은 1차 이상 45%, 완료 기준 20%를 넘어섰다. 영국에 비하면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지만 정부는 추석까지 3600만명에 대한 1차 접종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접종계획이 틀어진다면 거리두기를 중단하고 코로나와 공존하는 삶 '위드 코로나'는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가 내년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대거 힘을 실어줄게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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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호 기자

'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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