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탄소중립 목표가 너무 가혹하다고?

[우보세] 탄소중립 목표가 너무 가혹하다고?

세종=민동훈 기자
2021.08.25 05:23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후파괴, 온실가스 관련 법안에 서명을 ?한 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펜을 건네주고 있다.  ? AFP=뉴스1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후파괴, 온실가스 관련 법안에 서명을 ?한 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펜을 건네주고 있다. ? AFP=뉴스1

#1. 목표는 정해졌다. 2050년 탄소중립. 길은 확실하다. "첫째 화석연료를 버린다. 둘째 산업 전반을 저탄소 구조로 바꾼다." 가는 길은 험하다.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NDC) 감축 목표는 '2018년 순배출량 대비 35% 이상'이다. 당장 탄소 다배출 산업군인 철강, 자동차 등의 반발이 거세다.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고 한다. 산업생산이 급감하고, 버티지 못한 기업들은 해외로 떠날 거라고도 한다. 과연 그럴까.

산업계 역시 "탄소중립은 반드시 가야하는 길"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다만 속도가 너무 빠를 뿐이라는 거다. 안타깝게도 탄소중립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게 아니다. 뼈를 깎고 살을 발라낼 각오가 있어야 한다.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고, 힘들다고,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고 발을 빼는 순간 끝이다. 냉혹한 글로벌 시장에서 곧장 도태될 것이다. 해외 이전도 답이 안 된다. 미안하지만 탄소중립은 범 지구적 목표다.

#2.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NDC 감축 목표는 '2017년 대비 24.4% 감축'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만든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목표와 순배출량 절대치는 같다. 탄소중립법은 이를 2018년으로 기준점을 바꾸고 목표를 높였다. 감축해야 할 순배출량은 1억9170만톤에서 2억5470만톤으로 늘었다.

글로벌 기준은 어떨까. IPCC(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1.5도 특별보고서'는 2030년 감축량 목표를 2010년 대비 45%로 제안했다. 이를 2018년 기준으로 다시 계산하면 '2018년 대비 50.4%'라는 수치가 나온다. 즉 탄소중립법의 목표가 IPCC 권고 기준에 비해 15%포인트 이상 낮다. 감축해야 할 순배출량은 3억6660만톤이다. 탄소중립법상 NDC 감축목표보다 1억톤 이상 많다. 오히려 국제사회의 패널티를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2018년 대비 35% 감축이 가혹해 보이나.

#3. 자본주의 시장에서 기업의 비즈니스는 철저히 이기심에 기반한다. 아무 대책 없는 자유방임만으로는 사회생활이 만인의 만인에 대한 이익 다툼으로 귀결될 뿐이다. 법과 규제가 존재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업은 규율의 틀에 몸을 딱 맞게 맞춘다. 그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가 수반된다. 목표가 도전적일 수록 투자규모도 늘어난다. 산업구조도 그에 맞춰 바뀐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기업 스스로가 주어진 환경에 맞춰 이익 극대화 매커니즘을 가동해서다.

문제는 주어진 목표의 당위성이다. 탄소중립은 한국만의 특별한 과제가 아니다. EU(유럽연합)을 비롯한 선진국은 도전적인 탄소중립 목표를 택했다. '모두가 살려면 우리만이 아니라 너희도 함께 해야 한다'는 당위를 내세운다. 인류 문명을 위협하는 기후변화를 막는 길이 쉽고 편하다면 얼마나 좋을까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힘든 목표지만, 동시에 우리 기업과 경제구조를 선진국형으로 전환할 기회이기도 하다. 아놀드 토인비는 '인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이라고 했다. 우리 앞에 탄소중립이란 거대한 도전이 놓여있다.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주도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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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훈 기자

미래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하는 가에 달려 있다. 머니투데이 정치부 더300에서 야당 반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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