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
각 분야 전문가들이 AI, K뷰티, 개인정보보호, 경영전략 등 다양한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여 독자에게 균형 잡힌 시각과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코너입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AI, K뷰티, 개인정보보호, 경영전략 등 다양한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여 독자에게 균형 잡힌 시각과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코너입니다.
총 453 건
중국 명나라 가정 연간(1522~1566년) 소주 고을에 '나룡'(懶龍)으로 불리는 도둑이 있었다. 나룡은 체구는 작았으나 담력이 크고 영리한 데다 민첩했다. 뼈가 없는 듯 유연하고 바람을 타는 듯 가벼워 지붕에 올라 들보를 뛰어다니고 담에 붙어 기어오르기도 했다. 임기응변에도 강해 입으로는 여러 동물의 소리를, 손짓발짓으로는 다양한 악기 소리를 냈다. 비와 바람처럼 신출귀몰하는 세상 최고의 도둑이었다. 낮에는 민가에, 밤에는 저택에 숨어 지내다 한번 결심하면 크게 한탕했는데 '게으른 용'이란 뜻의 나룡이란 이름도 이 때문에 붙었다. 그는 도둑질한 장소마다 검은 벽에는 흰 가루로, 흰 벽에는 숯으로 '매화 한 가지'(일지매)를 남겨놓았다. 명말청초의 능몽초가 1632년 출간한 소설집 '이각박안경기'(二刻拍案驚奇)에 나오는 이야기다. 일지매 이야기는 조선 후기의 문장가 조수삼(1762~1849년)이 쓴 '추재기이'(秋齋紀異)에도 등장한다. '일지매는 절도를 일삼는 협객이다. 매번 탐관오리의 재물을 훔쳤는데 갖고 나온 물건은 가족을 돌볼 수 없는 이들에게 나눠주었다.
채식을 위주로 하는 절집에선 재료의 한계 때문에 음식의 종류가 많지 않을 것 같지만 수천 년을 지나오면서 같은 재료여도 조리법은 다양하게 발전했다. 지지고 볶고 삶고 튀기고 절이는 등 다양한 식감과 맛으로 변신한다. 그 다양함 속에서도 송광사만의 특별한 음식이 있는데 그것은 떡국이다.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아침에 떡국이 나오는데 1주일에 두 번 떡국을 먹는다고 하면 그렇게 많은 횟수가 아닐 것 같아도 한 달이면 여덟 번, 1년이면 백 번 가까이 떡국을 먹는다. 떡국 한 그릇에 한 살 먹는다는 말이 있는데 그렇게 따지면 1년에 대략 100살을 먹어치운다. 이렇게 1주일에 떡국 두 번을 먹게 된 것은 현재 한국 불교문화사업단장을 맡은 일화스님이 송광사 원주소임을 볼 때 대중이 떡국을 좋아하는 것을 보고 1주일에 두 번을 떡국으로 정했다고 한다. 거기에 더해 체다슬라이스치즈도 곁들여 먹을 수 있게 했다고 한다. 이렇게 절에선 한번 정하면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다. 그것이 20년이 넘었으니 송광사 대중은 20년 동안 2000그릇의 떡국을 먹은 것이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요리계급전쟁' 시즌2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것은 우승자 최강록 셰프의 겸손함과 진정성이다. 조림의 명인으로 알려진 그는 '조림인간' '조림핑' '연쇄조림마' 등의 별명을 얻으며 팬덤을 거느린 인기 요리사다. 그런데 그의 인기 요인은 여느 셰프들과는 다르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요리사들이 화려한 요리 퍼포먼스와 세련된 언변, 말끔한 외모나 패션, 미슐랭스타 경력 등으로 주목받은 반면 최강록 셰프는 소위 '4차원'으로 불릴 만큼 엉뚱한 화법과 어딘지 어수룩해 보이면서도 뚝심 있는 요리 스타일, 그리고 자신을 포장하지 않는 겸손함으로 사랑받았다. 이런 그가 결승전에서 한 말은 많은 이에게 울림을 줬다. 대결 주제인 '나를 위한 요리'를 만들면서 최강록 셰프는 "조림요리로 유명해지니까 그동안 조림을 실제로 잘 못하면서도 잘하는 척, '척'하며 살아온 인생이 좀 있었다"고 말했다. 그토록 겸손해 보이는 사람이 '척'을 하며 살아왔다고 자기 고백을 하는 걸 보면서 부끄러웠다. 나는 얼마나 많은 '척'을 하며 살고 있는가, 어떤 가면을 쓴 채 연기하며 살고 있는가 생각했다.
이야기에 시작이 있다면 끝도 있어야 한다. 흥미진진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화자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live happily ever after)라며 책을 덮는 동화적 엔딩은 사실 주인공의 앞날에 펼쳐질 진짜 '행복'과는 별 상관이 없다. 그것은 오히려 '그 이후'의 일은 독자가 궁금해할 필요가 없으니 이제 그만 현실로 돌아가 일상을 살아가라는 작별인사에 가깝다. 아무리 아름다운 사랑이나 눈부신 영웅 서사라도 끝없이 계속된다면 그것은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삶과 다를 바 없어진다. 유한함이 선사하는 마침표, 그것이 이야기가 비루한 현실을 구원하고 서사에 영원성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물론 이야기의 끝 이후에도 새로운 상상은 이어질 수 있다.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 '천일야화의 천두번째 이야기'가 그 예다. 이 소설에는 '천이일째 밤'에도 이야기를 이어가는 세헤라자데가 등장한다. 그녀는 왕에게 미래의 기괴한 풍경들을 들려주는데 '쇠로 된 몸에 액체 불의 피를 가진 괴물이 대양을 달려가는 모습'(증기기관선) '지구 반대편에서도 들을 수 있는 목소리와 대륙 건너편에 소식을 전하는 보이지 않는 팔'(전보) '태양 빛으로 초상을 그려내는 장치'(카메라) 같은 것들이다.
'레스 이즈 모어'(Less is more)는 '간결함이 더 풍부하다'는 의미로 20세기 현대건축을 대표하는 거장 미스 반데어로에의 철학이다. 그는 1933년 폐쇄된 독일의 원조 바우하우스(Bau Haus)의 마지막 교장으로 장식을 제거한 극도의 절제를 통해 구조와 공간 그 자체를 아름다움으로 만든 현대 건축가다. 건축물에서 불필요한 장식을 제거하고 단순한 선과 개방된 공간을 통해 구조의 본질을 드러내고 기능에 집중할 때 혼란이 제거되고 명료함을 얻어 비로소 아름다움과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했다. 현대건축뿐 아니라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한 이 원리는 소통에서도 유효하다. 언제(Always on) 어디서나(Everywhere) 디지털 기술로 인해 개인·집단·사물이 실시간으로 끊임없이 연결된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설명하고 해명하며 덧붙인다. 말이 많아질수록 의미가 분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핵심이 흐려진다. 불필요한 말을 덜어낼수록 메시지는 또렷해지고 여백이 생길수록 상대는 이해할 공간을 얻게 된다.
최근 국가데이터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인구가 전년 대비 3. 5% 감소했지만 취업자는 4. 7% 줄었다. 인구보다 일자리가 더 빨리 줄어드는 '더블 감소' 현상이다. 특히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으로 분류된 청년은 40만8000명, 전체의 7. 1%로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고치였다. 구직할 의지는 있으나 기회의 문턱 앞에 선 채 지쳐버린 청년들이다. 학업을 마치고 사회진입을 준비하던 시기의 단절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고용구조의 병목문제다. 대기업 일자리의 순환정체가 그 병목의 중심에 있다. 2024년 기준 대기업의 지속 일자리는 전체의 84. 4%에 달하지만 기업의 성장이나 신규 사업으로 만들어진 새 일자리는 4. 1%에 불과하다. 기존 인력이 구조적 안정 속에 체류하는 동안 신규 진입경로는 닫혀 있다. 이 정체된 구조가 청년의 기회를 압박한다. 청년 일자리문제는 이동경로가 막힌 구조의 결과다. 취업성공패키지나 직업훈련제가 청년의 단기취업 확률은 높였지만 임금과 만족도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1883년 고종은 민영익을 단장으로 한 보빙사(報聘使)를 미국에 파견했다. 서양의 정치·군사·산업·교육을 눈으로 보고 배우라는 뜻이었다. 수행원으로 동행한 청년 유길준은 2년 체류한 경험을 바탕으로 '서유견문'(西遊見聞)을 남겼다. 그는 국력의 바탕이 과학기술과 산업 같은 물질문명임을 인정하면서도 교육과 사회제도를 개혁해 국민 수준이 올라갈 때 그것이 온전히 실현된다고 강조했다. 1월 초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를 돌아보며 유길준이 떠올랐다. 올해 CES엔 160여개국에서 4000여개 기업이 참가했다. 한국 기업만 800곳이 넘었는데 절반이 스타트업이었다. 화두는 AI, 로보틱스, 디지털헬스, 모빌리티 등 혁신기술이었지만 교육학자의 눈엔 다른 것이 보였다. 먼저 '융합'과 '협력'이다.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생존전략이었다. 현대자동차는 보스턴다이내믹스, 구글 딥마인드와 손잡고 AI 기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Atlas)를 선보였다. 1시간반을 기다려 들어간 전시장에는 자동차의 미래뿐만 아니라 미래 산업생태계의 청사진이 펼쳐져 있었다.
정부는 올해 약 730조원의 재정을 지출할 예정이다. 지난해보다 8% 이상 증가한 수치고 내년과 내후년의 지출도 계속 늘어날 것이 유력하다. 일부에서는 과도한 확장정책으로 나랏빚이 늘어나 미래 세대의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한다. 기우라고 말하기 전에 재정지출과 국가부채(정부부채) 또는 국채(정부채)에 대한 흔한 오해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첫째, 재정지출은 세금을 걷은 후에 이뤄지는 게 아니라 먼저 지출하고 나중에 세금으로 회수하는 것이다. 따라서 확장재정이 곧 재정적자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만일 경기가 활성화돼 세금이 많이 걷힌다면 확장적 재정지출에도 불구하고 재정수지는 흑자가 된다. 둘째, 재정적자로 인해 누적되는 국채는 누군가의 안전자산이 된다. 재정지출을 위해서는 우선 국채를 발행해야 하며 나중에 걷은 세금으로 국채 원리금을 갚는다. 세금이 부족하면 국채를 추가로 발행한다. 그런데 만일 정부가 철저한 재정 중립을 유지하면서 국채 발행을 최소화하고 세금을 걷는 즉시 국채를 매입해 소각하면 어떻게 될까.
CEO가 조직의 문화를 세우고 검증한 후 직원들이 이에 잘 적응하고 융화되도록 노력하는 과정은 회사의 성공을 위해 필수적이다. 대기업은 이미 이런 작업이 잘 이뤄지지만 중소기업이 이런 부분을 챙기기란 쉽지 않다. 일단 '망하지 않아야 한다'는 눈앞의 과제 때문에 멀리 내다보고 가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한 조직의 문화는 CEO에 의해 결정되고 그것이 조직원들과 잘 공유될 때 그 기업은 오랫동안 존속되며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아무리 능력 있는 인재가 회사에 많이 있다고 해도 하나의 방향을 향해 나아가지 못한다면 그 조직은 오래갈 수 없다. 설사 어떻게 사업이 지속된다고 해도 한계는 반드시 올 것이며 그때 생각지 못한 이유로 한번에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우선 한 가지 질문을 해보기로 하자. "우리 회사의 비전은 무엇인가. " 이 질문에 답했다면 다음 질문에도 대답해보자. "그 비전을 실행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가. " 이 질문에 대해 곧바로, 명료하게 답하기는 힘들 것이다.
'근육과 골격이 뒤엉켜 각별한 자태와 남다른 생김새를 가졌으니 넓은 가슴, 곧은 꼬리, 거친 갈퀴와 부드러운 털, 갈고리 같은 손톱에 톱날 같은 이빨, 칼끝을 감추고 날카로움을 숨긴 채 귀를 늘어뜨리고 느긋한 걸음으로 틈을 엿보며 기회를 노린다. ' 627년 4월 중국 당나라의 태종은 강국(오늘날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으로부터 사자를 선물받았다. 서역의 사신이 사자를 가져온 것이 처음은 아니었으나 중국에선 번식하지 못한 까닭에 중국인들은 이 경이로운 동물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태종은 당대의 문장가였던 우세남을 불러 사자를 보여주고 '사자부'(獅子賦)를 짓게 했다. 위의 글은 그 일부다. 처음에 사자는 '산예'로 불렸는데 이는 산스크리트어 '싱하'에서 나온 것이다. 오늘날 널리 사용하는 명칭인 사자는 토하라A어 '시색'(sisak)의 음을 옮긴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스승 사'(師)를 써서 '사자'(師子)라고 했다. 사자를 뜻하는 한자 '사'(獅)는 나중에야 나왔다. 이 역시 사자가 인도 또는 중앙아시아로부터 중국에 들어왔음을 보여준다.
'옷은 새 옷이 좋고 사람은 옛사람이 좋다'는 말이 있듯 우리는 새로운 물건을 좋아한다. 옛사람들의 새 옷 주기는 어떠했을까. 현대에 비해 물자가 몹시 귀한 그 시절의 새 옷이란 최소 1년 단위가 아닐까 싶다. 설빔이라고 해서 설날을 맞이해 특별히 새 옷을 갖춰 입는다는 말이 있듯 새것의 주기가 오늘날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었다. 그 새 옷과 새로운 물건들을 마냥 찬탄해도 될지 무척 고민스러운 요즘이다. 돌아보면 지금까지 내가 살면서 사용하고 버린 것의 양은 얼마만큼이며 그것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생각해보면 참으로 아득해진다. 양말, 신발, 옷, 전화기, 컴퓨터, 가구, 온갖 일회용품까지 기억과 함께 무책임하게 잊힌 모든 물건에 대해 새삼 죄책감이 피어오른다. 무소유를 각별히 실천하신 법정스님의 가르침을 새해에 떠올려본다. 그것은 새것에 대한 특별한 느낌과 그것에 대한 무비판적인 추구를 성찰해 보자는 자기 비판적인 마음이기도 하다. 우리 마음을 설레게 하는 많은 일과 인연, 그리고 특정 상황들을 설레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회 주파수'라는 게 있다는 걸 얼마 전에 알았다.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무수히 많은 콘텐츠가 나온다. 조회수가 1300만회를 넘은 것도 있다. 재회 주파수란 특정한 파장을 통해 내가 그리워하는 사람, 특히 헤어진 연인의 마음을 자극해 내게 연락을 해오게 한다는 음원이다. 당연히 과학적 근거는 없다. 그럼에도 재회 주파수 영상의 댓글창엔 '이걸 들으며 자고 일어났더니 모든 연락을 차단하고 단호하게 돌아섰던 상대로부터 1년 만에 연락이 왔다' '듣자마자 1시간 만에 전남친에게 연락이 와서 재회하게 됐어요' 등의 후기가 가득하다. 그저 일종의 자기암시이자 자기최면일 것이다. 마침 그걸 듣고 있는 동안 상대에게 연락이 왔을 뿐 '텔레파시'가 작동했을 리는 없다. 댓글에 적힌 성공사례들은 재회 주파수를 듣고 있지 않았더라도 도달했을 연락이고 연락이 올 만한 때에 우연히 재회 주파수를 틀어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우연은 자주 운명의 얼굴을 하고 우리를 찾아온다. 얼마 전 새벽에 나도 호기심이 들어 재회 주파수 영상을 클릭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