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
각 분야 전문가들이 AI, K뷰티, 개인정보보호, 경영전략 등 다양한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여 독자에게 균형 잡힌 시각과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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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출근길이었다. 현관문 앞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앞집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가지니, 오늘 날씨 알려줘!" 손녀딸 둘의 등교를 준비하는 중에 바쁜 목소리가 조금 더 높아져 현관 밖까지 들린 것이다. '참 신식 어르신이네' 생각하다 문득 말로 소통하는 AI(인공지능) 비서가 이젠 꽤 보편화됐나 싶었다. 우리집에서도 "시리야 알람 꺼"나 "알렉사, 피아노음악 틀어줘" 등의 요청은 일상적이다. 이런 대화형 AI는 간단한 자연어를 인식하고 그에 따라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는데 가정용 음성비서뿐 아니라 인터넷사이트의 고객센터처럼 유형화된 업무를 처리하는 챗봇(ChatBot) 등에 사용된다. 생성형 AI로 불리는 챗GPT는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서 스스로 새로운 콘텐츠를 창작할 수 있는 기능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이런 AI에도 자연어의 프롬프트(명령어)가 쓰이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선호하는 말투나 다양한 표현으로 대화하며 AI가 자신들의 니즈(needs)를 알
경제성장률은 노동생산성 증가율에 취업자 증가율을 더한 값과 같다. 노동생산성과 취업자 증가율이 각각 2%와 3%면 성장률은 5%가 된다. 이런 관계는 노동생산성(실질GDP/노동력)에 노동력을 곱하면 실질GDP가 도출되는 항등식으로부터 얻어진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에서 노동생산성이 가장 빠르게 증가한 산업은 광업이다. 채굴장비의 고도화와 고용감소 덕분이다. 반면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은 고령화로 최근 5년간 노동수요가 가장 많았는데 요양보호사 1인이 돌볼 수 있는 노인의 수는 제한된다. 해서 일자리가 급증한 대신 노동생산성은 빠르게 하락했다. 역사(장기)적으로 노동생산성과 일자리는 농업, 제조업, 서비스업 등 순으로 증가했다. 현재 국내 광업과 제조업의 평균 노동생산성은 서비스업보다 크게 높다. 하지만 일자리는 줄어든다. 생산성 높은 광공업부문에서 그렇지 못한 서비스부문으로 노동력이 이동하면 국민의 만족 내지 복지수준을 의미하는 후생(welfare)은 늘어날 수 있으나 수치상 경
몇 년 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중앙아시아 출토 한문문서를 해석하던 중 '대충'(大蟲·큰 벌레)이란 단어가 나왔다. '대충이나 이리를 죽였을 때 상으로 주기 위해 고을이 미리 확보해둬야 할 재원'에 관한 규정이었는데 대충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처음에는 메뚜기 같은 해충을 이야기하는가 싶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차에 중국 수리관개사를 연구하는 동학을 만나 보여주니 바로 "호랑이네"라고 한다. 그제야 당나라 때 호랑이 '호'(虎)자는 고조 이연(李淵)의 조부, 이호의 이름글자였던 까닭에 다른 글자로 바꿔 썼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호랑이를 '큰 벌레'로 바꿔 부른 데서도 알 수 있듯 호랑이는 해악을 끼치는 짐승이었다. 당나라 때는 호랑이를 잡은 이에게 비단 4필을 상으로 줬다. 호랑이는 가축을 해칠 뿐 아니라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다. 세기말 VHS 비디오테이프는 영화가 시작되기 전 과거의 어린이들이 겪은 가장 큰 재앙으로 '호환(虎患), 마마, 전쟁'을 꼽았는데 호환이
"마크2(MarkⅡ)를 디버깅하던 시절이었어요. 작업실 건물 창문에 방충망도 없어 밤이면 온갖 벌레가 날아들었죠. 어느날 컴퓨터가 멈춰 원인을 찾았더니 날개 길이가 10㎝ 넘는 나방이 릴레이 안에서 죽어 있었어요. 우리는 그것을 꺼내 작업일지에 스카치테이프로 붙여뒀죠. 그리고 '실제 버그가 발견된 첫 번째 사례'라고 적어뒀어요." 이 말은 당시 현장의 팀원이었던 그레이스 M 호퍼(1906~1992년)가 1968년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의 구술 인터뷰에서 직접 전해준 이야기다. 1947년 9월9일 하버드대 연구실에서 일어난 이 사건은 훗날 컴퓨터업계의 전설이 됐다. 메모와 나방이 붙어 있는 그 작업일지는 지금 스미스소니언 국립미국역사박물관(AMNH)에 소장돼 있다. 훗날 여러 강연에서 그녀는 이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전하며 '버그'와 '디버깅'이라는 말을 대중에게 각인해줬다. 사실 '버그'라는 단어는 이미 1870년대 토머스 에디슨이 전기장치의 결함을 지칭하며 사용했다. 그는 결함을 '
조직의 시스템에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은 바로 '사람과의 연결'이다. 회사에 좋은 인재가 많고 그들이 가진 달란트가 아무리 탁월하다고 해도 조직의 시스템이 이를 받쳐주지 않으면 단 하나도 성과로 연결되지 않는다. 여기서 시스템이란 조직원들이 최고의 성과를 내도록 뒷받침하기 위한 최적화한 관리체계, 즉 서포트 시스템을 의미하는데 예를 들면 성과관리 시스템, 인사관리 시스템, 기타 다양한 전산시스템 등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모든 시스템이 사람과 연결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사람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다. 가장 기본적인 전산시스템은 소위 직원들의 '개고생'을 막아준다. 전산으로 처리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을 일일이 사람이 처리하느라 시간낭비, 인력낭비가 되는 경우를 얼마나 많이 봤나. 인사관리 역시 직원들의 시간과 노력을 효율적으로 만들어준다. 인사관리 속에는 다양한 것이 포함된다. 특히 성과에 따른 당근과 채찍(포상과 승진, 페널티 등)이 시스템으로 관리될 경우 누가
인간의 타고난 성품이 선한지, 아니면 악한지에 대해 맹자와 순자는 상반된 견해를 주장했다. 전국시대 고자(告子)의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는 성무선악설도 있다. 기독교는 원죄설을 말하며 죄사함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불교는 어떨까. 불교는 성무선악설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다. 성공설(性空設), 즉 그 성품이 비었거나 무상해서 변하기 때문에 공성이라 본다. 현대 생물학적 지식을 토대로 본다면 "선하거나 악한 유전자가 존재하는가"라는 질문도 던져볼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의 모든 생명은 선악을 떠나 생명 그 자체와 그것의 보전을 중요하게 여긴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규정하는 선악이라는 것은 자연적 인간이 아니라 사회적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자연적으로 보면 살아남기 위한 행위가 집단적으로 보면 집단을 위협하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 자연적인 생존본능이 종의 효율적인 보전을 위한 사회체계를 위협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 세상은 우리의 관념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온갖 모순과 모순이
최근 화제가 된 영상이 있다.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며 노동과 여행, 일상 등을 업로드해온 한 유튜버가 자신에게 쏟아진 폭력적 악플에 반박하는 콘텐츠다. 악플은 대개 이런 것들이다. "워홀(워킹홀리데이의 줄임말)하는 여자는 문란하다" "워홀 갔다온 여자는 일단 거른다" "호주에서 성매매한다" "결혼할 때 남편에게 워홀 다녀왔다는 거 숨기겠지" "워홀 경력 있으면 결혼정보회사에 가입 안 돼요" 등등 워홀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부정적 감정을 성희롱적 언사에 얹어 방기하는 식이다. 해당 유튜버는 건강하고 활달한 어투로 허위사실 유포 및 인신공격, 권리침해 성격의 악플마다 합리적이고 명쾌하게 응답했다. 어떤 말들은 너무나 지혜로워서 아름답게 느껴졌다. "자신이 비참하다고 해서 타인까지 자신의 비참한 수준으로 끌어내리려 하지 말라"는 일침이 인상적인 가운데 "사람은 자기 기준에서만 세상을 봐요. 해보지 않은 사람은 당연히 그 경험을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어요. 새로운 도전을 할 때 꼭
AI(인공지능) 혁신의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다. 세계 각국은 국가역량을 총동원해 AI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움직인다. 우리 역시 앞으로 1~2년, 길게 잡아도 5년 내에 현재의 노력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져야만 'AI G3'라는 국가적 목표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이 시간은 결코 길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당장 효과를 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에 우선적으로 논의의 초점을 맞추고 추상적이고 장기적 개선논의를 병행하는 것이다. 규제개혁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저작권법 같은 근간이 되는 기본제도를 AI 시대에 맞게 개정하려는 접근은 현실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이해관계자간 갈등으로 교착상태에 빠지기 쉽다. 대신 2~3년, 길게는 5년 내에 실효성을 거둘 수 있는 한시적 특례법을 도입해야 한다. 일몰제를 통해 과감한 특례법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합의를 도출하고 특례법 시행기간에 기존 기본제도의 현대화와 개편을 세밀히 추진해 특례법이 수명을 다하면
며칠 전 헌책방에서 좋아하는 철학자의 책을 구입했다. 영어본과 한글판으로 이미 가지고 있던 것이지만 불어 원본의 초판본이라니 사지 않을 수 없었다. 불어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정말 이 책은 말 그대로 '갖고 싶어' 산 것이다. 사실 내 서재를 채운 책들은 읽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그저 소장하고 싶은 '수집욕'의 결과인 경우가 적지 않다. 수집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수집은 그 행위 자체가 목적이기에 물건의 본래 쓰임을 무시한다. 사용이라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최소한만 있어도 충분하지만 수집은 이미 그 의미상 필요 이상, 즉 '잉여'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집가들은 대체 뭣에 쓰려나 싶은 것들에 눈을 번쩍이곤 한다. 모두가 추앙하는 가치를 따르지 않고 오히려 '쓸모없음'에 새로운 쓸모를 부여한다. 돈이든 상품이든 유통을 통해 가치를 공유하고 확장하는 시스템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건의 일반적인 사용가치나 교환가치를 무시하는 수집가는 별나 보인다. 가끔 희귀한 수집품이
삼류 리더는 자기 능력을 사용하고, 이류 리더는 남의 힘을 이용하며, 일류 리더는 남의 지혜를 사용한다. 회사를 창립한 지 얼마나 됐는지와 관계없이 필자는 컨설팅을 할 때 사장들에게 2가지 질문을 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리더의 자질이란 무엇입니까. 현장과 실무에 강한 리더와 이론에 강한 리더 중 어떤 리더가 더 경영에 적합하다고 생각합니까. 우선 첫 번째 질문엔 다양한 대답이 나온다. 사람을 중요시해야 한다, 기준이 확실해야 한다, 실패에 관대하고 성공에 보수적이어야 한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포기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큰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한 실천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등등.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많은 리더의 자질 중 단 몇 가지만이라도 제대로 몸에 밴 채 실천하는 경우는 잘 없다. 대부분 그 순간 그 상황에 맞는 리더십을 실행하는 것이다. 같은 실수를 했는데 어떤 때는 단호히 혼내고 어떤 때는 관대하게 넘어간다. 기준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그 기준과 원칙을
중국 당나라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더러 20세기 전후의 중국 자료가 절실할 때가 있다. 고전은 쉽게 구할 수 있어도 이런 책들은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런 책 가운데 하나가 '신강방고록'(新疆訪古錄)이다.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발견된 골동수집 관련 서적으로 청나라 말기 신강포정사(新疆布政司)를 역임한 왕수남(1852~1936년)이 썼다. 청대 골동품 수집열풍과 고증학의 유행에 저명한 장서가 컬렉터가 등장했는데 왕수남이 대표적인 사람이었다. '신강방고록'은 그가 신장에서 근무하며 직접 수집하거나 관찰한 유물을 기록한 것으로 적지 않은 당나라 물건이 포함돼 있다. 오랫동안 여기저기서 이 책을 찾아봤는데 파랑새는 가까이 있다고 했던가. 몇 년 전 국립중앙도서관 누리집에서 원문 서비스하는 것을 확인했다. 책을 읽다 보니 책의 주인이 곳곳에 남긴 한자, 일본어, 영어 메모가 눈에 띄었다. 혹여 누구의 책일까 궁금해져 제일 앞 장으로 돌아가 보니 국립중앙도서관 장서인 외에 몇 개의 도장이
오늘날의 전기문명을 연 인물은 누구일까. 바로 마이클 패러데이다. 1831년 8월29일 패러데이는 1개의 철제 링에 2개의 전기코일을 감아 전자기유도 실험을 진행했다. 1차 코일에 전류를 흘리자 2차 코일의 나침반 바늘이 순간적으로 움직였다. 전류를 끄자 반대방향으로 다시 흔들렸다. 패러데이는 이 현상에서 '1차 코일의 전류 때문에 철제 링 주변 자기장에 변화가 생겼고 이것이 2차 코일에 전류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현상은 오늘날 발전기의 기본원리, 즉 '움직이는 자기장이 전류를 만든다'는 법칙이다. 그는 이것을 정리해 11월24일 런던 왕립학회에 보고했고 이 논문은 1832년 초 학회지에 실렸다. 이후 그는 1839년, 1844년, 1855년에 걸쳐 3권의 대작 '실험적 전기연구'(Experimental Researches in Electricity)를 출간했다. 이 책들은 모두 패러데이의 실험정신과 과학적 성실함이 응축된 결과물이다. 장비와 안전장치가 열악했던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