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전반에 걸린 여러 전문가들의 고견을 들을 수 있습니다.여러 사람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세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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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와 에너지 위기로 농업은 이제 '날씨'뿐 아니라 '에너지'까지 함께 관리해야 하는 산업이 됐다. 여기에 온난화 및 기후 위기의 주요 원인인 온실가스 감축까지 더해지면서, 농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중 과제와 마주하고 있다. 메탄은 배출량 자체는 많지 않지만 온난화 영향이 이산화탄소의 약 28배에 달해, 벼 재배 비중이 큰 우리 농업에서 특히 중요한 문제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논에서 발생하는 메탄과 에너지 소비를 어떻게 동시에 줄일 것인가. " 논에서 메탄이 많이 배출되는 이유는 벼 재배 내내 물을 가두는 담수 구조 때문이다. 토양이 물에 잠기면 산소 공급이 차단된 환원 상태로 바뀌고, 이 환경에서 메탄 생성균이 활발해진다. 해법의 방향은 분명하다. 현장에서 실천 가능한 저탄소 물관리와 에너지 절감형 재배 기술을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확산시키는 것이다. 이는 경제·산업 전반에서 일고있는 '녹색 전환(GX)' 정책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농촌진흥청의 저탄소 벼 재배 기술 패키지는 이러한 전환을 논에서 구현하는 구체적인 수단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흔들리자 '기후 약속보다 에너지 안보가 먼저'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명제 안에는 교묘한 전제와 정치적 프레임이 숨어 있다. 에너지 안보와 기후 대응이 서로 대립한다는 가정이다. 과연 그런가? 한국은 주변국 전력망과 연결되지 않은 '에너지 섬'이다. 수입 화석연료에 사실상 100% 의존하는 구조에서, 국경 안에서 자립 가능한 전원은 '연료비 0'인 자원이다. 그런 면에서 재생에너지는 기후 의제이기 이전에, 한 번 깔리면 환율과 연료가격 충격에 대한 일종의 보험이자 헤지 수단이 된다. 해협을 통과하지도, 유조선 운임 급등에 흔들리지도 않으며, 외교 관계가 끊긴다고 발전을 멈추는 일도 없으니, 지정학적 리스크를 내재화하지 않는 셈이다. 태양광·풍력·배터리 저장 기반의 분산 전원 체계는 공격자 입장에서는 값싼 드론 공격조차 가성비가 안 맞다. 일부가 피해를 입어도 전체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는다. 반면 대형 발전소는 미사일 한 발로 광역 정전을 일으킬 수 있는 단일 취약점이다. 에너지 안보를 외치면서도 대형 집중 전원만을 해법으로 내미는 것은, 그래서 역설이다.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자유롭고 평등하게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 역할이자 책무다.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정보통신기반 보호법'에 근거해 주요 정보통신 기반시설에 대한 보호체계를 운영하며 국가의 안전과 국민 생활의 안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오랫동안 정보통신 기반시설 보호정책의 핵심은 '멈추지 않는 것'이었다. 서비스 중단이 사회적 혼란과 국민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어 폐쇄망 운영, 망 분리, 접근통제 등 '가용성(availability) 중심' 보호조치가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 기술 발전과 함께 사이버 공격이 일상화되면서 기반시설 공격을 100% 차단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이에 제로트러스트 관점의 다단계 방어체계를 구축하고, 기반시설의 보안성을 공고히 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또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필수 기능이 지속 운영되고 피해를 최소화하며 우선순위에 따라 핵심 서비스를 원래의 상태로 되돌려 정상화할 수 있는 역량, 즉 복원력이 강조된다. 기반시설이 공격받았을 때 모든 서비스를 동시에 복원할 수는 없다.
신탁은 이제 단순한 금융상품을 넘어 우리의 삶 속에서 중요한 자산관리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신탁이 과거에는 금전 투자나 부동산 개발 목적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재산승계를 위한 유언대용신탁과 고령자·미성년자·장애인 등을 위한 재산보호 신탁 등으로 그 영역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또 자산을 관리·운용하는 수탁자로서 금융회사뿐 아니라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도 늘어나고 있다. 금융회사는 2010년 유언대용신탁이 도입된 이후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수탁자 역할을 수행해왔다. 최근에는 가족에게 재산을 맡겨 관리하고 승계하는 민사신탁도 활용되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2026년 4월 치매 고령자의 재산관리를 위한 공공신탁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신탁은 민간과 공공을 아우르는 제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신탁이 단순한 계약 또는 재산관리 기능을 넘어 사회적 안전장치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인구구조의 변화가 자산관리와 상속에 있어 '기부'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2025년 기준 전체 가구 중 약 36%가 1인 가구이며, 65세 이상 고령층에서도 약 22%가 1인 가구였다.
아침에 눈을 떠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순간부터, 출근길과 직장생활,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까지, 우리의 하루는 법이라는 안전한 토대 위에서 펼쳐진다. 복잡한 도로에서 차들이 질서를 지키고 아이들이 횡단보도를 안전하게 건널 수 있게 하는 것은 도로교통법이다. 맛집과 카페를 찾아다니며 음식을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은 식품위생법 덕분이다. 근로자가 위험한 작업 환경으로부터 보호받는 것은 산업안전보건법이 든든한 방패가 되어 주기 때문이다. 법은 법전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의 가장 사소한 순간까지 스며들어 있다. 그렇기에 법을 만드는 과정은 더 투명해야 하고, 법을 만드는 이들은 그 업무에 더 세심한 정성을 담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정부입법 작업의 수준은 국민의 눈높이에 충분히 닿아 있지 못하다. 그 중요성을 감안할 때 매우 아쉬운 일이다. 법령 초안 작성부터 부처협의, 입법예고, 각종 영향평가, 법제심사, 국무회의 심의 및 공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단계를 거치는 동안 국민은 관심 있는 법안이 어느 단계에서 어떻게 수정되는지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웠다.
최근 리터당 수백 원씩 오른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가 먼 나라의 총성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직접 위협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주유소에서 느끼는 이 당혹감이 조만간 우리 집과 회사, 공장 등 삶의 터전까지 옮겨갈 예정이라는 것이다. 흔히 주유소 기름값과 전기요금을 별개의 문제로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에너지 자원의 94%를 수입하는 대한민국에서 전기를 만드는 주된 원료인 유류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의 고공행진은 곧바로 전력 생산비용을 수직 상승시킨다. 실제로 전국적인 비로 태양광 발전이 부진해 LNG 발전이 늘어났던 지난 4월 9일 전력도매가격(SMP)은 kWh(킬로와트시)당 132. 58원을 기록하며 지난 12월 90. 43원과 비교해 불과 4개월 만에 47% 가까이 폭등했다. 문제는 이 수치조차 본격적인 위기의 전조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현재의 SMP는 전쟁 발발 전의 낮은 연료 가격이 반영된 결과다. 비싸게 확보한 LNG 물량이 발전기에 투입되는 5월 이후에는, 전력 도매가격이 전쟁 전보다 2배 이상 폭등하는 전례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코스닥시장에는 불편한 진실이 하나 있다. '성공이 곧 이별의 신호'가 되는 구조다. 코스닥에서 기술력과 성장성을 인정받은 기업들이 일정 규모에 도달하면 코스피 이전상장을 선택하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선택이지만 시장 전체로 보면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는 현상이다. 기업들이 이전상장을 선택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더 높은 밸류에이션과 안정적인 수급 기반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책의 방향도 명확하다. 코스닥에 남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되도록 시장 환경을 재설계해야 한다. 최근 정부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정책과 기관투자자 자금 유입 확대는 그래서 긍정적이다. 연기금 기금운용평가에도 코스닥 관련 지수가 반영되면서 우량 코스닥기업을 장기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우선 규제 환경부터 달라져야 한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역할이 다른 시장인 만큼 기업 규모와 성장 단계에 맞는 맞춤형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 상장 이후에도 혁신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출발점이다.
재난은 복합적이다. 재난의 스펙트럼이 자연재해에서 산업재해, 사회문제, 디지털 위협까지 전방위로 확장된다. 독일 최대 재보험사 뮤닉리는 2024년 자연재난으로 인한 전 세계 피해규모를 약 460조원으로 발표했고 연평균 5~7% 증가 추세라고 분석했다. 우리도 2024년 한 해 34회 재난으로 약 9000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기존 빠른 사후복구로는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에 데이터와 AI(인공지능)로 예측하고 차단하는 사전대응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를 통해 AI 기반 홍수·산불 예측시스템을 구축·운영 중이고 미국 해양대기청은 40년 동안의 기상데이터를 학습, 1925년 GPU(그래픽처리장치) 서버를 활용해 태풍의 경로를 단 40분 만에 예측하는 AI 모델을 도입했다. 영국 보건안전청 역시 과거 사고기록과 실시간 작업현장 데이터로 추락사고를 예측한다. 정부는 '제1차 과학기술 기반 사회문제 해결 종합계획'을 통해 범부처 R&D(연구·개발)를 발굴·추진해왔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도시공간 사용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재택근무의 확산으로 업무시설 수요는 줄어들고 비대면 소비의 보편화로 상업시설의 역할도 축소되고 있다. 과거 성장과 밀집의 상징이었던 도심의 오피스와 상가가 점차 공실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도심 내 주거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다. 이런 불균형은 '일하는 공간'과 '사는 공간'을 구분하던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유휴공간을 주거로 전환하는 새로운 접근이 요구된다. 노후 상가와 중소형 오피스를 중심으로 공실이 누적되면서 도시 활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식산업센터는 전국적으로 약 40%가 공실이고 수도권만 놓고 보면 평균 50%에 육박한다. 사무공간 없이 금융기관 운영이 가능한 시대가 됐으며 전통적인 대형 금융기관도 점진적으로 사무공간 처분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다. 위기는 곧 새로운 기회다. 정부가 발표한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일환으로 LH는 비주택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 기존 상가나 오피스, 숙박시설을 매입하거나 민간과 협력해 주거시설로 전환해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서울에서 전세를 구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전세 매물은 빠르게 줄고 월세 전환은 가속화되면서 서울 아파트 월세 지수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매달 빠져나가는 주거비가 서민 가계를 짓누르는 상황에서 '내 집 마련'은커녕 '내 방 유지' 조차 버거운 현실이 일상이 됐다. 공공주택이 더 필요하지만 서울에는 남은 빈 땅이 많지 않다. 이 딜레마 한가운데에 역세권 장기전세주택이 놓여 있다. 역세권 장기전세주택의 근본적 발상은 명쾌하다. 역세권이라는 이미 인프라가 갖춰진 땅을 수직으로 활용하되 용적률 상향이라는 공적 혜택의 대가로 개발이익의 절반 이상을 장기전세주택으로 환수하는 것이다. 2007년 주택 패러다임을 '사는 것'에서 '사는 곳'으로 전환하겠다는 선언 아래 2008년 첫 삽을 떴다. 입주자는 주변 시세의 80% 이하로 전세보증금을 내면서 연 5%의 인상률을 넘지 않는 조건으로 최장 20년간 거주할 수 있다. 월세로 내몰리는 시대에 전세라는 형태 자체가 자산 형성의 발판이 된다는 점에서 단순한 복지를 넘어 '주거 사다리'로서의 사회적 가치를 지닌다.
우리는 에너지를 너무 익숙하게 사용한다. 전등이 켜지고, 자동차가 움직이고, 공장이 돌아가는 일은 너무나 당연해서 마치 그 모든 것이 대가 없이 주어진 자연의 질서인 것처럼 받아들이곤 한다. 그러나 그 비용은 가볍지 않다. 사실 에너지는 국가가 가장 큰 비용을 치르는 영역이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 석유·가스 수입액은 1397억 달러(약 200조 원)에 달했다. 국가 전체 수입액의 22%, GDP(국내총생산)의 약 8%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비용의 무게를 충분히 실감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특히 우리나라는 석유와 가스 같은 주요 에너지원을 해외에서 들여온다. 그 의존 구조에서 우리의 일상뿐 아니라, 산업의 중추인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조선 같은 산업이 움직인다. 한마디로 우리는 에너지를 거의 만들어내지 못하면서도 에너지 없이는 버틸 수 없는 나라다. 이 불균형은 평상시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국제 정세가 흔들리고 공급망에 충격이 닥치는 순간, 취약성은 매우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마약을 한 사람을 주변에서 본 적이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없다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병원 여러 곳을 돌면서 수면제나 다이어트약, 이른바 '공부 잘하는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는 사람, 클럽이나 술자리에서 마약류가 든 음료를 모르고 마신 사례라면 어떨까. 이번엔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제 마약은 누군가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일상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경찰은 지난해 하반기 집중단속을 통해 총 6648명의 마약사범을 검거하고 1244명을 구속했다. 전년 동기 대비 16%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온라인 마약 사범은 1년 전보다 43% 급증했다. 수사도 발맞춰 진화하고 있다. 경찰은 최근 급성장한 온라인 마약 유통시장에 맞서 전담 수사인력을 확대하고, 전문 수사체제를 구축했다. 또 온라인전담수사팀을 전국 시도경찰청에 설치하고, 주요 5개 시도경찰청에는 가상자산 전담 수사팀을 신설해 마약 유통망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클럽 등 유흥가와 의료용 마약에 대한 집중 단속도 추진함은 물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예방교육도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