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전반에 걸린 여러 전문가들의 고견을 들을 수 있습니다.여러 사람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세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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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금융회사가 잘못이 없더라도 피해를 보상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최근 보이스피싱은 AI 등을 활용해 갈수록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어 일반 국민이 피해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피해자를 보다 신속하고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는 입법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금융회사 역시 이상거래 탐지와 지급정지 등 피해 예방과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다만 금융소비자 보호의 궁극적인 목적은 금융회사에 책임을 묻는 것 자체가 아니라 피해자를 신속하고 실질적으로 구제하는 것이다.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법이 금융회사 중심의 '무과실 책임' 제도여야 하는지, 아니면 보다 지속가능한 피해구제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별개로 검토해야 한다. 보이스피싱은 금융회사만의 노력으로 막을 수 있는 범죄가 아니다. 사기범은 전화·문자·메신저·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피해자를 속이고, 마지막 단계에서 금융계좌로 피해자금을 빼낸다. 통신망과 플랫폼은 범죄가 이루어지는 경로이고, 금융회사 계좌는 자금의 이동 통로이며,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와 수사를 담당한다.
주거정책에서 두 개의 '중간'이 사라지고 있다. 하나는 저소득층과 자가 보유층 사이의 집 없는 중산층이고 다른 하나는 저층 단독주택과 고층 아파트 사이의 중층·중소 규모 주택이다. 전자는 치솟는 주거비에 흔들리고 후자는 비아파트 시장 위축으로 새로 지어지지 않는다. 사람의 중간과 주택의 중간이 동시에 무너지는 것이다. 이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임차수요는 늘고 중산층은 줄어들면서 주거비 부담이 소득사다리 위쪽으로 번지고 있다. 일정한 소득이 있어도 임대료를 내고 나면 식비·의료비·교육비·저축과 노후 준비에 쓸 돈이 부족하다. 공공의 지원을 받기에는 소득이 높고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살거나 집을 사기에는 자산이 부족한 사람들이다. 주거정책의 첫 번째 '사라진 중간'이다. 한국에서는 고금리, 보증금 마련의 어려움, 임대인의 월세 선호, 전세대출 제약이 맞물리며 월세화가 빨라지고 있다. 2026년 1~5월 전국 전월세 거래의 월세 비중은 68. 6%, 서울은 70%, 비아파트는 81%에 달했다.
산업통상부는 최근 여천NCC,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DL케미칼이 참여하는 '여수 1호 석유화학 사업재편 계획'을 승인했다. 지난 2월 대산에 이어 국내 최대 석유화학 생산거점인 여수에서도 구조개편이 본격화된 것이다. 이번 사업재편은 단순한 설비 감축이나 기업 간 통합을 넘어서는 의미를 가진다. 과거의 구조조정이 개별 기업의 부실과 도산이 현실화된 이후 사후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이번에는 기업의 위기가 현실화하기 전에 스스로 설비와 사업 구조를 조정하고 정부가 이를 뒷받침하는 선제적 구조개편에 나섰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특히 단일 업종 전체를 대상으로 기업의 자율적인 자구 노력과 정부의 전략적 조정이 유기적으로 결합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뼈를 깎는 자구노력에 나서고, 정부는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금융·세제·연구개발 등 필요한 수단을 통해 산업의 전환을 촉진한다. 이는 '유능한 개혁'의 정석이라 할 만하다. 현재 석유화학산업이 직면한 위기는 일시적인 경기 불황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로봇이 축구를 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이 계단을 오르는 월드컵 광고 영상이 화제다. 화면 속에서나 보던 똑똑한 인공지능 로봇이 이제 우리 곁으로 걸어 나오는 '피지컬 AI'(Physical AI)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챗봇이 말로 답한다면 피지컬 AI는 행동으로 우리의 일상을 돕는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놓치는 게 있다. 피지컬 AI의 진짜 승부처는 로봇 관절의 정교함이나 모터의 힘이 아니다. 로봇이 세상을 읽고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공간정보'(지도)에 있다. 왜 공간정보가 중요한가? 로봇의 본질은 결국 현실 세계에서의 '이동'과 '노동'이기 때문이다. 사람에게는 익숙한 '서울역 2번 출구'가 자체 센서만 믿고 움직이는 로봇에게는 혼란스러운 미로가 될 수 있다. 아무리 뛰어난 로봇이라도 철저한 준비 없이 현실에 던져지면 길 잃은 초행길 여행자가 되고 만다. 로봇이 현실에서 안전하게 작동하려면 3차원 고정밀 공간정보와 이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지능형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공간정보 AI 대전환'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 전환(AX·AI Transforamtion)의 필요성을 논하는 단계는 지났다. 이제는 얼마나 빠르게 현장에 적용하고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답해야 할 때다. 특히 우리 경제의 뿌리인 중소기업의 AI 전환은 국가적 생존 과제다. 성공적인 AX를 위해 거대 담론보다 구체적인 실행 전략이 시급하다. '실행·지원·안전망'의 관점에서 세 가지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 먼저 실행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개별 기업 단위의 접근을 넘어 업종별 협동조합 중심의 AI 확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대기업과 달리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AI 과제를 발굴하고 도입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각자도생식으로 AI를 도입하면 중복 투자가 발생하고 시행착오도 길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유사한 공정과 비즈니스 모델을 공유하는 협동조합이 공통 AI 과제를 발굴하고 개별 중소기업이 각각의 환경에 맞게 적용하는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다. 이런 공동 대응은 도입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업종별 특화 데이터의 축적과 활용을 가능하게 해 AX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풍년을 바라는 농부는 벼가 익기도 전에 낫부터 들지 않는다. 뿌리를 내리고 비와 바람을 견디며 충분히 자랄 시간이 있어야 비로소 풍성한 결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혁신기업도 다르지 않다. 기술을 키우고 시장을 개척하는 시간은 눈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그 시간이 쌓여 기업은 성장하고 투자자는 결실을 얻는다. 코스닥시장은 이러한 혁신기업의 성장을 위해 만들어진 시장이다. 기술특례상장과 테슬라 요건 역시 현재의 규모보다 미래의 가능성을 먼저 평가하자는 취지다. 혁신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단기 성과를 재촉하는 시장이 아니라 성장의 시간을 기다려주는 시장이다. 현재 코스닥 혁신기업들은 두 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하나는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기준의 적용 시기까지 앞당기면서 기업들의 준비기간을 크게 줄인 것이다. 상장폐지 제도는 본래 부실기업을 솎아내 시장의 규율을 세우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그 실질적 비용은 책임져야 할 경영진이 아니라, 아무 잘못 없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일반주주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2025년 출범한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골격은 분명하다. 대출 규제 강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그리고 보유세 인상 카드까지 한마디로 수요 억제 일변도다. 6·3 지방선거를 전후로 숨을 고르던 시장이 다시 들썩이자 정부는 미뤄두었던 보유세 강화를 본격적으로 꺼내 들고 있다. 문제는 지금 시장이 단순한 수요 과열이 아니라는 점이다. 강남 3구와 한강벨트는 지난해 이후 보합 국면이지만 노원, 강북, 관악 등 실수요 지역과 화성·동탄·평택 반도체 벨트는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상승은 투기보다 실거주 수요와 산업 입지가 결합된 구조적 흐름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세법 개정을 통해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80% 이상으로 올리고 세율까지 추가 인상 방안을 검토하는 점은 우려스럽다. 2026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국 평균 9. 16%, 서울 18. 67% 올라 5년 만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공시가격 상승만으로도 보유세 부담은 자연 증가하는데 여기에 비율과 세율을 함께 올리면 부담은 한층 가중된다.
최근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이 다시 논의되고 있다. 주가 누르기 방지법은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 8 미만인 상장회사의 대주주가 상속 또는 증여를 할 때 주가가 아니라 회사의 자산가치·수익가치를 기준으로 평가액을 산정해 상속세나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대주주가 상속·증여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관행을 막기 위해, 주가가 회사의 순자산가치의 80%보다 낮으면 세금 계산에 주가를 그대로 쓰지 않겠다는 취지다. 현행 상증세법은 상장주식의 시가를 평가할 때 평가기준일 전후 각 2개월, 총 4개월 동안의 거래소 최종 시세가액(종가)의 평균을 사용하도록 규정한다. 상장주식은 실제로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그 주식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반영해서다. 이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객관적인 교환가치로 재산가액을 평가하도록 하는 상증세법의 재산평가 원칙에도 부합한다.
최근 'K-푸드'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삼계탕을 처음 접한 외국인들의 반응을 담은 영상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점은 "왜 가장 무더운 날 뜨거운 국물을 먹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한 숟갈 맛본 뒤에는 깊고 담백한 풍미에 감탄을 아끼지 않는다. 우리에게 복날 보양식은 단순한 계절 음식이 아니다. 선조들은 초복·중복·말복의 무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지혜를 실천했고, 기력을 보충하며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는 음식문화를 이어왔다. 이러한 전통은 오늘날 K-푸드의 대표적인 매력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복날 보양식이라 하면 삼계탕이나 장어구이 등을 먼저 떠올리지만, 최근에는 소비 트렌드 변화로 염소탕을 찾는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최근 3년간 하절기(6~8월) 닭과 염소의 도축 물량은 다른 계절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염소 포장육과 식육가공품 판매액도 2022년 716억원에서 2025년 3223억원으로 4. 5배 이상 늘어나는 등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 바다와 계곡, 하천을 많이 찾는다. 물놀이는 무더위를 잊게 하지만, 한순간의 방심은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익숙한 장소라는 안심, 잠깐이면 괜찮겠다는 생각, 기상 상황을 가볍게 여기는 태도가 사고의 출발점이 되곤 한다. 수난사고는 특정 장소나 연령층에 국한되지 않는다. 해수욕장과 하천, 계곡, 강 등 여러 장소에서 발생하며, 10대부터 90대까지 전 연령층에서 나타난다. 사고 유형도 물놀이, 침수, 표류, 급류 등으로 다양하다. 최근 3년간 수난사고 구조건수는 2023년 9973건, 2024년 8551건, 지난해 9559건으로 매년 8000건 이상 발생했다. 특히 7월부터 9월까지 사고는 3년간 1만5669건으로 전체의 55. 8%를 차지했다. 휴가철과 집중호우 시기가 겹치는 여름철에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고 유형별로는 최근 3년간 침수사고가 7075건으로 가장 많았고, 물놀이 사고도 3151건 발생했다. 표류, 급류 등 사고도 이어지고 있어 수변공간 전반의 위험관리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매년 여름이면 어김없이 홍수기가 찾아온다. 그러나 최근 우리가 마주하는 홍수는 과거와 다르다. 장마철에 비가 일정하게 내리던 양상은 약해지고, 짧은 시간에 특정 지역으로 강한 비가 집중되는 국지성 극한호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도심에서는 하천 범람보다 우수관망의 배수 한계, 지하차도와 반지하 주택 침수, 저지대 도로 물고임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기후변화가 홍수위험의 성격 자체를 바꾸고 있다. 최근 한성숙 신임 국무총리가 기후에너지환경부 한강홍수통제소를 방문해 홍수 대응체계를 점검했다.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고 재난대응 체계를 선제적으로 준비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과거의 경험이나 평균적 기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평년이 아니라 최악의 상황을 기준으로 대비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의 정책적 의지와 과학기술의 뒷받침이 함께 필요하다. 최근의 홍수는 하천, 도시 배수망, 지하공간, 저류시설, 댐 운영, 조위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발생한다. 따라서 홍수방어는 더 이상 하천 수위만을 보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 테슬라길 1번지.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본사 주소다. 5년 전 실리콘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를 떠나 텍사스 오스틴으로 갔다. 오스틴은 테슬라뿐 아니라 삼성전자, AMD, 델, 애플을 만나는 도시다. 흔히 실리콘밸리에 빗대 '실리콘힐스(Silicon Hills)'라 불린다. 그러나 1980년대 초 오스틴은 오늘의 위상과 거리가 멀었다. 중견 행정·대학도시였다. 지금의 AI(인공지능)·반도체 기업도시로 거듭난 스토리의 첫 단추는 실리콘, 즉 반도체였다. 당시 미국은 일본의 D램 공세에 충격을 받았다. '반도체가 더 밀리면, 컴퓨터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에 MCC(마이크로전자·컴퓨터기술) 연구개발(R&D) 컨소시엄이 만들어졌다. 미래 반도체 도시로 갈 황금 티켓 'MCC 본부 유치전'에 57개 도시가 뛰어들었고, 최종 승자는 오스틴이었다. 비결은 주정부-상공회의소-텍사스대-지역사회의 팀플레이로 요약된다. '스타트업 실험실'을 표방하며 저가 임대, 저리 대출, 주택 금융 등 파격적인 지원 패키지를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