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부는 최근 여천NCC,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DL케미칼이 참여하는 '여수 1호 석유화학 사업재편 계획'을 승인했다. 지난 2월 대산에 이어 국내 최대 석유화학 생산거점인 여수에서도 구조개편이 본격화된 것이다.
이번 사업재편은 단순한 설비 감축이나 기업 간 통합을 넘어서는 의미를 가진다. 과거의 구조조정이 개별 기업의 부실과 도산이 현실화된 이후 사후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이번에는 기업의 위기가 현실화하기 전에 스스로 설비와 사업 구조를 조정하고 정부가 이를 뒷받침하는 선제적 구조개편에 나섰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특히 단일 업종 전체를 대상으로 기업의 자율적인 자구 노력과 정부의 전략적 조정이 유기적으로 결합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뼈를 깎는 자구노력에 나서고, 정부는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금융·세제·연구개발 등 필요한 수단을 통해 산업의 전환을 촉진한다. 이는 '유능한 개혁'의 정석이라 할 만하다.
현재 석유화학산업이 직면한 위기는 일시적인 경기 불황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중국의 대규모 설비 증설, 중동과 미국의 원가 경쟁력 강화, 탄소중립 규제와 공급망 불안이 동시에 밀려오고 있다. 범용 제품을 생산해 수출해 온 기존 성장 모델이 구조적 한계에 직면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구조개편은 산업 전체가 범용 설비를 조정하고 고부가가치·친환경 산업으로 체질을 전환하는 첫걸음이다. 여수 1호가 보여준 선제적 사업재편 모델은 제조업 전반이 참고해야 할 모범사례가 될 것이다.
석유화학산업은 흔히 '산업의 쌀'이라고 불린다. 자동차·조선·기계·반도체 등 주요 제조업에 핵심 소재를 공급할 뿐만 아니라 국민 생활에 필요한 수많은 제품의 기초 원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면 전방산업의 공급망이 흔들리고 핵심 소재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산업경쟁력과 경제 안보에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업재편의 목표를 설비 감축에만 둬서는 안 된다. 구조개편을 통해 확보한 자본과 인력을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스페셜티 화학, 반도체·배터리 소재, 바이오 기반 소재, 자원순환 및 탄소저감 공정 등 미래 핵심 분야로 재투자해야 한다. 사업재편의 성과 역시 단순한 '설비 감축량'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과 기술 수준, 에너지 효율 및 탄소배출 감축 등 '산업이 얼마나 고도화되었는가'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우리 석유화학산업은 지금 적극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첨단 소재산업으로 도약할 것인지, 범용 제품 중심의 치킨게임에 머물다 도태될 것인지의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여수 사업재편은 그 미래 방향을 가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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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과감한 혁신 의지와 정부의 일관된 산업전략이 결합한다면, 이번 구조개편은 단순한 위기 대응을 넘어 대한민국 화학산업의 새로운 성장 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여수의 결단이 울산을 비롯한 다른 산업단지로 확산돼 우리 산업의 구조적 대전환을 이끄는 확고한 이정표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