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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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가르마를 타는 것과 같습니다. 재개발이 가능한 곳과 불가능해진 땅이 나뉜 것입니다." 몇 달 전 서울 동북권 자치구 관계자가 관내 재개발사업 향배를 이 같이 전망했다. 이 곳은 재개발사업 진척으로 아파트 신축 공사가 시작된 곳도 있으나 구역 해제로 노후 저층 주거지로 남은 곳도 공존한다. 서울시의 뉴타운 출구 전략에 따라 정비구역 해제가 빈번해 지면서 남은 결과다. 하지만 담당자의 전망이 맞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서울 전역의 집값 상승으로 원래 재개발을 단념했던 주민들이 구역 해제를 무효화시키기 위한 행정소송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송 당사자들은 하급심에서 패소하면 항소하기 때문에 해제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서울 각지에서 불거진 해제 불복 움직임을 보며 서울시가 과연 사전에 주민과의 소통에 노력을 기울였는지 의문이 들었다. 지역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대안 사업안을 먼저 내놓고 해제를 결정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원칙을 보여준 것이다." 지난 6일 발표된 현대중공업그룹의 사장단 인사에 대한 한 재계 인사의 평가다. 재계 10위 현대중공업그룹은 주요 계열사 사장단을 새 얼굴로 바꿨다.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포함)은 물론 장수 최고경영자(CEO)를 둔 현대오일뱅크도 포함됐다. 2016년 말부터 현대중공업을 이끌어온 강환구 전 사장이 물러난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생산통'인 강 전 사장은 현대미포조선 사장으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이어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생산, 설계, 안전 등 울산 본사의 내부 경영에 전념했다. 하지만 실적 부진과 노사관계 악화 등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전 사장도 마찬가지다. 상장 작업을 총괄해온 재무통(通)인 문 전 사장의 퇴진은 의외라는 게 회사 안팎의 시선이다. 그는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과 함께 과거 현대오일뱅크에서 일했다. 권 부회장의 뒤를 이어 2014년 사장도 맡았다. 권 부회장의 핵심 참모
보안카메라가 ‘몰카’로 둔갑했다. 집을 비우는 동안 반려동물을 지켜보거나 방범을 위해 집안에서 주로 사용되는 IP(인터넷프로토콜)카메라 해킹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보안을 위해 스스로 설치한 카메라가 되려 사생활을 침해하는 무기로 돌변했다. 경찰청은 최근 국내 반려동물 사이트를 해킹해 1만2200여대의 IP카메라를 해킹, 264대의 영상을 빼낸 피의자 1명을 붙잡았다. 또 해킹 프로그램으로 IP카메라에 무단 접속해 4600여대의 IP카메라를 통해 타인의 사생활을 엿본 피의자 9명도 함께 검거했다. 10명이서 5000대의 IP카메라를 엿본 셈이다. 이같은 사례는 IP카메라를 비롯한 IoT(사물인터넷) 기기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IoT의 보안 취약점이 여실히 드러낸다. 그런데 사실 IP카메라 해킹이 문제가 된 건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때문에 정부도 지난해 말 제조.수입단계에서 보안성을 갖춘 제품이 수입되도록 제도화한 ‘IP카메라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등 대응을 하고 있다. 문제는 업
판사 대부분은 법복을 입기 전까지 ‘1등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러나 법원이라는 조직에 들어온 이상 우열이 가려질 수밖에 없다. 사건을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한다는 평가를 받는 판사는 요직으로, 그렇지 않은 판사는 한직으로 빠진다. 승승장구하는 동료를 향해 박수 쳐주는 이도 있겠지만 질투하는 이도 적잖다. 이런 법원 분위기의 일면을 보여주는 일이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단독재판부는 원래 총 59개로, 생활형·중액·고액으로 나눠져 있었다. 이중 생활형 단독은 이름처럼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분쟁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2016년 신설됐다. 한 번 변론으로 재판을 끝내고 2주 안에 선고를 내리는 식으로 한 달에 최대 1300건이 넘는 사건을 처리했다. 여기서 근무하려면 손이 빨라야 했다. 자연히 일 잘한다는 판사들이 생활형 단독으로 배치됐다. 그런데 이 생활형 단독부가 지난 3월 폐지됐다. 중앙지법 일선 판사들이 참여하는 사무분담위원회의 의사에 따라 민사단독재판부 숫
"화장품 왜 하려고 하세요? 다들 힘들어 보이던데." "중국에서 대박 나면 끝이잖아요. 시작하기도 쉽고." 1만 여 개 업체가 경쟁하는 레드오션 화장품에 뛰어든 이유를 물으면 대부분 비슷한 답을 한다. 중국시장에 깃발만 꽂으면 될 것이란 낙관은 여전하다. 세계 뷰티 시장 2위이자 14억 명의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은 물론 매력적이다. 대박 아이템이 터진다면 빠른 시간 안에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화장품 사업을 시작하기 쉬운 것도 맞다. 화장품법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등록하면 되는데 기준이 까다롭지 않다. 제조는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DM(제조자 개발 생산) 업체에 맡기면 된다. 그래서 화장품이 만만하냐고? 절대 아니다. 중국에서 'K-뷰티' 이름을 달면 통할거란 생각은 엄청난 착각이다.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인용한 '카이두 소비자 지수'에 따르면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수입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5%다. 이 안에서 로레알 그룹 등 거대
수십, 수백명의 비정규직 인력이 정규직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달라질게 있느냐'며 불만이 나온다.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협의에서 정작 비정규직의 목소리는 찾기 힘들다.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른 문화·예술 및 관광분야의 정규직화 작업의 결과물에 따른 평가다. 당사자 목소리와 현장의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자회사로 고용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 일부는 "소속만 용역업체에서 자회사로 바뀔 뿐 달라지는 것이 있겠느냐"고 지적한다. 몇몇 용역근로자들은 "정년 없이 일할 수 있는데 괜히 정규직이 되면서 근로 제한만 생겼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각 기관들은 나름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 노사간 협의를 통해 대상자 선정하고 고용 조건 개선에 힘쓰고 있는 상황에서 따갑게 들릴 수 있다. 실제로도 각 분야에서 그러한 노력이 엿보이는 건 사실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자회사 고용 방침 결론을 내린 후 '절차적 정당성'에 중
"리선권이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한 말을 들었습니까?" 점심자리에서 누군가가 어떤 말을 했다. 누군가는 듣고, 누군가는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아 못들을 수 있다. 그 자리에서 나오지 않은 말이 전달 과정에서 있었던 말이 되거나 왜곡되기도 한다. 재계가 '냉면'발 된서리를 맞고 있다.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9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방북한 재계 총수들과의 자리에서 모욕적인 '냉면 발언'을 했다고 알려지면서다. 지난달 29일 국정감사에서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제기한 이 문제는 진실게임으로 비화되는 중이다. 당시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고 말해 논란을 키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건너들은 내용"이라고 물러섰다. 화살은 당시 동석했던 재계 인사들에게 향했다. 재계로서는 해당 발언을 들었다고도, 듣지 않았다고 하기도 난감하다. 들었다고 하면 현 정부의 남북협력 기조를 해칠 수 있고, 듣지 않았다고 하면 정부 눈치 본다는 비판을 살 수 있다. 언론에 "그런
최근 중국에서는 주요 기업인이나 공산당 고위 관료의 자살 소식이 하루가 멀다고 전해진다. 중국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차이나 자회사 보하이시추의 최고경영자 저우중창(周宗强), 중국 대형 부동산개발회사 완다가 운영하는 난징시 완다몰의 총지배인이었던 쉬위(徐毓),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선전증권거래소 중소판 관리부의 샤오진펑(蕭金鋒) 총감 등이 최근 몇 달 사이 연이어 목숨을 끊어 중국 사회를 놀라게 했다. 성공 가도를 달리며 모두의 부러움을 샀던 이들이 극단적인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언론 보도로는 과도한 업무 부담, 경영 악화로 인한 괴로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한 사람의 인생을 단편적으로 판단할 순 없지만 이들의 죽음 뒤에 갈수록 악화하는 중국 경제가 자리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과거 세계 금융위기나 유럽 재정위기 등이 터졌을 때 중국에서는 어김없이 기업인 자살이 줄을 이었다. 요즘 중국 경제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있는 것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이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한국거래소가 상장과정에서 대주주 책임을 강화해 달라고 요구했고 이를 수용하려고 노력했습니다."(노바렉스 고위관계자) 노바렉스는 이달 중순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한국 거래소의 요청에 맞춰 최대주주와 2대주주가 보유주식에 각각 5년, 2년 6개월의 보호예수를 걸었다. 여기에 최대주주와 2대주주가 200억원 상당의 지분을 무상기증하고 대표이사를 제외한 이사회 구성원 전부를 교체했다. 모두 지난 9월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기 위한 조치였다. 노바렉스는 과거 우회상장 기업에 회사를 매각했다가 최대주주가 되사들인 전력이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014년에도 사명을 바꿔 재상장을 추진했으나 심사 미승인이 났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상장 승인률을 높이는 대신 최대주주나 기업에 까다로운 조건을 걸기 시작했다. 올해 상당수 기업의 최대주주 보유지분에 대한 보호예수기간을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까지 요청했다. 이전까지 통상적인 보호예수 기간은 6개월~1년 정도였다. 발행사와 주관사는 심사 미승인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라 신상을 외우게 하기도 힘들어요. 초등학교 주변에는 아예 못살 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성범죄자가 초등학교 주변에 거주하는 문제를 취재하면서 만난 학부모들은 정부의 관련 규정 미비를 지적했다. 우리 아이가 오늘 등·하교길 어디선가 ‘그 놈’을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깔렸다. 단순히 등·하교길에서 마주치는 게 아니라 아예 학교 안에서 같이 생활할 수도 있다. 국회가 ‘아동청소년의 성호보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올해 7월부터 성범죄자는 학교·유치원 등에 취업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미 성범죄를 저지르고 학교에 남은 교사들이 적잖다.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성범죄를 저지른 교사 156명이 교육자 노릇을 하고 있다. 교단 위 성범죄자가 줄지 않는 이유는 솜방망이 처벌 관행 때문이다. 올해 9월 서울 한 중학교 스쿨미투(SchoolMeToo·학내 성폭력 고발)에 참여했던 한 학생은 “경찰 조사가 이뤄지면서 문제의 선생님들이 한꺼번에 직위해제 됐지만
“사모님, 레버리지가 뭔지는 아시죠? 레버리지는 2배 오르는 거라서 지금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사서 몇 개월이라도 가지고 있으면 나중에 코스피지수보다 2배가 오릅니다.” 투자에 관심이 많던 지인은 몇 달 전 은행에 들렀다 우연히 은행 직원의 전화통화 내용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고 한다. 레버리지 ETF는 기간 수익률이 아닌 일간 수익률의 2배를 좇는 상품으로 상승장에 매수해 단기에 수익을 극대화하는 상품이다. 보유기간 중 지수가 하락하거나 등락을 반복하면서 투자기간이 길어지면 코스피지수가 원점으로 돌아와도 손실을 보는 구조인데 은행 직원이 기본적인 상품구조도 모르고 추천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6~9월 ELS(주가연계증권)와 관련 신탁을 판매한 금융사를 대상으로 판매실태를 조사한 결과 신한·KEB하나·NH농협·SC제일·경남은행과 유진투자증권이 100점 만점에 60점에도 못 미치는 ‘저조’ 등급을 받았다. 대구·수협·우리·IBK기업은행과 대신증권은 60점대로
“시간 없으니 이따 말하시고요” 20일간 이어진 국회 국정감사. 현장에서 국회의원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이다. 질의 순서가 되면 가장 ‘먼저’한 말이기도 하다. 시간이 없는 이유가 있다. 의원들은 질의 시간 내내 질문을 빙자한 연설을 쏟아낸다. 답을 할라치면 말문을 막는다. 증인의 답변을 들을 마음은 애초부터 없다. 카메라에는 지적하는 자신의 모습만 온전히 비쳐져야 한다.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문체위 국감에서 증인으로 참석한 곽용운 대한테니스협회장이 거듭 해명 기회를 요청하는데도 “답변 기회를 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송석준 자유한국당 의원은 22일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시 국감에서 박원순 서울 시장에게 “할 말 있느냐? 10초 주겠다”고 선심을 썼다. 국감이 끝나면 지적만 쌓일 뿐 ‘어떻게 할 지’는 뒷전이다. 국감 질의는 의혹을 따지고 개선 방향을 듣기 위한 행위다. 질문은 대답을 동반한다. 답변과 재반박 과정에서 생산적 해법이 나온다. 답변을